뭔가 색다른 축제 풍경

외출하기 좋은 달이다. 날씨는 봄과 겨울이 다투며 존재감을 뽐내던 판에 여름까지 뛰어든 형국이다. 아직 완연한 푸른 빛은 아니지만 생기가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광장에는 하나 둘 부스가 차려지고,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니 어느새 축제의 시즌이 왔다. 축제로구나!

 

의외로 서울에서 가장 먼저 축제를 시작한 학교는, 축제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것 같았던 서울대학교였다. 혹시 도전 골든벨이나 장학퀴즈 같은 부스만 가득한 게 아닐까. 행사 상품으로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같은 걸 주는 건 아닐까. 설렘과 의심을 반씩 안고 서울대 교정으로 나섰다.

 

어째 석촌호수에 있어야 할 것 같은 게 있다

 

행정관 건물이 있는 광장으로 나서자, 서울대학교 대동제의 상징 ‘리오, 더 오리’가 터줏대감처럼 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학이 주로 서식하는 ‘자하연(교내 호수)에서 탄생한 오리’라는 미우새스러운 사연이 있는 캐릭터로 이번 축제의 메인 캐릭터를 맡은 듯하다.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린 부스는 올 상반기 SNS계를 휩쓸었던 메타버스 메신저, 본디(Bondee) 부스였다. 아바타를 활용해 상호작용을 하는 Z세대의 ‘싸이월드’로 불리던 본디. 요즘은 좀 잠잠하다 싶었는데 어쩐 일로 서울대에 찾아온 것일까?

 

 

부스에 찾아온 대학생들이 본디를 켜고, 본인의 본디 프로필 QR을 보여주자 부스에 있던 담당자가 사은품으로 고급스런 코팅 재질의 스티커 묶음을 나눠주고 있었다. 단순히 본디 캐릭터 뿐 아니라 리오 더 오리까지 담긴 걸로 보아, 서울대 측과 본디가 모종의 관계로 묶인 게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나 이번 서울대학교 축제에 스폰서십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축제의 공식명칭은 <SNUFESTIVAL: 리오, 더 오리 FRIENDS: BONDEE>. 단순히 광고 부스로 참여한 줄 알았는데, 기업과 대동제 전체가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운영되다니 신기한 부분이다.

 

 

어쨌든 이렇게 스티커를 받고 QR코드를 찍으면 아이패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굿노트 템플릿까지 얻어갈 수 있어, 교환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까지 몰려들어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누가 한국인들만 공짜 좋아한대?

 

 

꽤 크게 차려진 포토부스 옆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부착할 수 있도록 커다란 포스트잇(?)을 제공하고 있다. 본디를 해 본 친구라면 알겠지만, 앱에서 친구 방에 놀러갔을 때 벽에 메모 써서 붙여두던 그 기능의 오프라인 버전이다. 메시지를 부착한 학생들 중 세 명을 뽑아 축제 마지막 날에 선물을 준다고. (1등 – 에어팟 맥스, 2등 – 식권, 3등 – 호텔 식사권)

 

졸업 축하 메시지부터 시험기간과 교수님을 원망하는 앞담화, 여자친구 생성 기원까지. 서울대생의 염원도 사실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조금 위안을 얻었지만 ‘본디’ 2행시의 굉장한 창의성을 마주하고는 묘한 패배감을 맛봐야만 했다.

 

 

이렇게 친구들이 붙인 포스트잇을 배경으로 포토부스에 서면 스태프들이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준다. 포토존 때깔이 생각보다 좋아서 방송 제작발표회 포토존에 비할 바 아니다. 알록달록한 종이들 덕에 얼굴이 화사하게 살아난다.

 

 

팝업스토어 좀 다녀본 적 있는 성수동 지박령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포토프린터도 준비되어 있다. 본디 QR코드 이미지와 함께 해시태그를 걸고 SNS에 업로드하면 인당 프린트권을 2장씩 지급한다. 선착순 2,000명에게는 네이버페이 1,000포인트까지 지급한다고 하니 대학생들이 줄을 선 이유가 다 있었다.

 

 

여기까지 둘러보니, 축제 자체가 커다란 본디 팝업 스토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보통 대학내일 같은 특급 일류 마케팅 대행사나 할 법한 이런 오프라인 행사 기획을 어떻게, 어떤 이유로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번 SNUFESTIVAL을 주관한 서울대의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하 ‘축하사’)을 찾아가 봤다.

 

SNUFESTIVAL 기획단  대표 인터뷰

축하사 홍보 팀장 3학년 이선우

 

 

어떻게 본디랑 협업할 생각을 하게 됐나요?

축제를 준비하면서 혹시 협업할 기업이 있을까 하고 컨택을 하고 있었어요. 다행히 본디 측에서 먼저 흔쾌히 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거든요. 저희도 망설이지 않고 본디를 메인 스폰서 삼아 축제를 열게 되었습니다.

 

본디를 메인 스폰서로 두고 행사를 여니까 뭐가 좋던가요?

보통 기업들이 스폰서십으로 축제에 들어오면, 취업박람회처럼 부스를 운영할 때가 많잖아요? 본디는 오히려 축제의 일부가 되려고 해서 좋았어요. 학생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뭘 해야 재미있을지를 함께 고민했거든요.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어떤 건가요?

메인 스폰서 연계 이벤트도 기획하고, 연계 굿즈 같은 걸 만들었어요. 들고 계신 그 스티커가 본디와 리오가 함께 등장하는 굿즈고요. 본디는 폐막제 무대에서도 자사 부스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까지 제안해 줬어요. 스폰서가 축제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결과죠.

 

현장에서 본디가 20대와 소통을 하는 과정이 부자연스럽진 않았나요?

아뇨. 오히려 놀랐어요. 본디는 주 타겟이 1020인 메타버스 앱이잖아요? 근데 가상 세계 뿐 아니라 오프라인 축제에 와서 20대 대학생과 소통을 하고, 웹에서 하던 포스트잇 이벤트를 오프라인으로 옮겨와서 학생들의 고민을 들으려 한 부분이 좋았어요. 20대들이 뭘 원하는지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대망의 이벤트 당첨자 증정식

에어팟 맥스를 받으려 모여든 서울대생들이 포토월에 붙인 사연은 약 300 건. ‘에어팟맥스 내놔’, ‘에어팟맥스 내 거’ 등 아주 짧은 포부를 남겨준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응모 글에는 본디 구구절절하고 서글픈 나머지 심금을 울리는 사연이 먹히는 법.

 

 

결국 “전여친이 사준 에어팟을 잃어버려서 다이소에서 산 5,000원짜리 이어폰을 쓰고 있다”는 사연의 주인공이 이벤트 1등 상품인 에어팟 맥스를 받았다. 혹시 외부 학생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지만, “에어팟 맥스 어떻게 쓰실 거예요?”라고 묻는 진행자의 물음에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 쓰겠다”는 소감을 남긴 덕에 그 의심은 말끔히 해소됐다.

 

억울한 흑역사? 

이렇게 학생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본디지만, 알 사람은 알다시피 올해 초 불거진 개인정보 유출 소문으로 본디는 적잖이 타격을 입었다.

 

이는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트루리(True.ly)의 IP를 인수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트루리의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강제로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중국산 앱’이라는 소문이 돌았을 뿐이지, 정작 본디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메타드림’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다.

 

사진 촬영 권한, 연락처 접근 권한 등에 엑세스를 요청한 부분 역시 의심을 증폭시켰다. 다만 이는 타 SNS앱에서도 수집하는 통상적인 정보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역시 같은 접근 권한을 요청하고 있다고.

 

가장 큰 논란을 빚었던 IP 수집 및 IMEI(기기고유정보) 수집 이유 또한 서비스 및 이벤트 제공을 위해 통신사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지,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이 본디 측의 입장이다.

 

 

이번 서울대 축제 협업 건도 그렇지만 본디는 어떻게든 1020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축하사 홍보팀장의 말처럼 온라인 기반 SNS 플랫폼이 오프라인 행사에 이렇게나 적극적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움직임이 아닐까 싶기도.

 

올 하반기 본디에는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이 업데이트될 예정이며, 이번 서울대학교 축제 이벤트처럼 유저들과 본디가 가깝게 만나볼 수 있는 오프라인 이벤트도 준비 중이라 하니 기대해 보자.

 

*본 기사는 본디 코리아로부터 원고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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