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헬로키티> 제작사 ‘산리오’에서 “키티는 사실 고양이가 아니라 소녀”라는 발표를 했을 때, 나는 놀라지 않았다. 의인화되어 두 발로 걷고 사람처럼 사는 캐릭터가 어디 한둘인가.
키티가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키티가 ‘차미키티’라는 고양이를 키운다는 사실이었다. 왜 같은 고양이인데 얘는 주인이고 쟤는 애완동물이야?
처음 봤을 땐 그래도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보니까 점점 꺼림칙하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 애완용 인간을 키우는 거랑 똑같은 거잖아 ㅠㅠ 그러고 보니 구피랑 플루토도, 스폰지밥이랑 핑핑이도 좀 이상한데? 그래서 정리했다. 한 번쯤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만화 속 이상한 주종 관계.
1. 고양이가 고양이를 키운다? 키티&차미키티
키티 이야기부터 마저 하자. 키티가 키우는 고양이 ‘차미키티’는 아빠가 키티의 생일에 선물해 준 애완 고양이다. 작가에게 간택된(=의인화된) 고양이는 애플 파이와 쿠키를 즐기며 우아한 생활을 누리지만, 그렇지 못한 고양이는 같은 종족의 소유물이 되어 버린 것. 그야말로 잔인한 세상이다.
+참고로 키티는 ‘슈가’라는 햄스터도 키우고 있다. 고양이가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비하면 놀랍지도 않은 일이지만.
2. 개가 새에게 갑질을? 스누피&우드스톡
<헬로키티>에서 동족이 동족을 키우는 부조리를 볼 수 있었다면, 만화 <피너츠>에서는 종이 다른 두 동물이 주종 관계로 얽힌 부조리를 볼 수 있다.
찰리 브라운의 애완견 스누피는 항상 작은 카나리아 우드스톡을 데리고 다닌다. 이 둘을 친구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만히 보면 스누피 이 자식이 우드스톡을 조수나 비서처럼 부려먹곤 한다. 귀여운 스누피야, 네가 힘이 좀 세다고 해서 같은 동물끼리 그러면 못써.
3. 하등동물이 고등동물의 주인 행세를 한다? 스펀지밥&핑핑이
만화 <보글보글 스폰지밥>에서는 하등동물(해면)이 고등동물(달팽이)을 키우는 역전된 주종 관계를 볼 수 있다.
스폰지밥은 해면이다. 해면동물이란 조직이나 기관이 거의 분화하지 않은 하등 생물로 해면동물’문’으로 분류되며, 감각도 신경 세포도 없다. 이 때문에 간혹 식물로 오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 반면 핑핑이는 연체동물로 엄연한 달팽이’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뼈는 없지만 근육이 있다.
<보글보글 스폰지밥>의 세계관에 따르면 우리보다 하등한 생물이 우리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ㅎㄷㄷ
4. 쟨 친구고 왜 난 애완견이야? 구피&플루토
또 다른 이상한 주종 관계는 디즈니 만화에서 찾을 수 있다. 미키 마우스의 애완견인 플루토와 미키 마우스의 친구인 구피가 그 주인공! 이 둘은 심지어 같은 하운드 견종인데, 한 명은 친구고, 한 명은 애완견이다.
만약 주인공인 미키 마우스가 플루토와 더 친했다면 구피가 애완견이 됐을까? 아니면 혹시 이런 것일 수도 있다.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군 정규직이고 누군 비정규직인 세태를 풍자한 디즈니의 고차원 디스인 거지.
도움: 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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