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청년에게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묻지 않는다. 10대엔 모두가 수능을 보고, 20대엔 대학에 가고, 졸업 후엔 취업하는 게 암묵의 룰이니까. 다른 선택을 하려고 하면 틀린 게 아닐까 주저하곤 한다.

 

대학에 가지 않고 자기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20대를 만났다. 2022년 대한민국을 휩쓴 문구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주인공, 프로게이머 ‘데프트’다.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하면 어떤 기분일까? 오늘도 수 차례 꺾인 당신에게 인간 김혁규의 이야기가 또 한 번 의지가 되길 바라며.

 

 

대학내일 독자들과는 첫 만남이다.

대학에 다니지 않았는데 ‘대학내일’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는 신기했다. 어디서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어떤 질문을 던질 거라고 기대했나?

아무래도 대학에 관련된 질문이지 않을까?

 

기대에 부응해서 질문을 던져보자면… 미팅은 해 봤나?

비즈니스 미팅… 이 아닌 소개팅 같은 미팅은 한 번도 안 해봤다(웃음).

 

그렇다면 대학 생활을 못 해 본 아쉬움은 없나?

20대 초반에는 대학에 다니고 싶다고 생각했다. 휴가가 많지 않아 친구들을 자주 보지 못하고, 만나더라도 공통점이 없으니 어울리는 게 쉽지 않았다. 미팅, 축제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더라(웃음). 괜히 친구들과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한다는 건 외로운 일인 것 같다. 

이른 나이에 돈을 번다는 장점도 있지만, 타지에서 활동하느라 외로운 감정이 늘 함께했다. 개인 방송을 시작한 이유다. 일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외로움을 해소하고 싶었다. 팬들과 연습하고 소통하는 게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억에 남는 팬도 있을까?

어릴 때부터 봤던 팬들은 다 기억한다. 중국 경기장까지 와서 응원해 주는 팬, 숙소로 초코파이나 홈런볼을 보내주는 팬도 있었다(웃음). 처음에는 잘해야만 응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못하는 모습을 보여도 응원해 주시더라. 한결같은 팬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재능을 빨리 발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운이 좋았다. 처음 게임을 시작했던 이유는 형이 게임을 했기 때문이다. 형이 하는 건 다 따라 하고 싶었다. 축구나 태권도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체격이 작아서 운동은 취미로 하고 공부나 하자고 생각했다. 공부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니 자연스레 게임을 많이 하게 되었다. 다행히 좋아하는 분야와 잘하는 분야가 같아서 빨리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주로 어떤 게임을 했나?

가볍게 <메이플스토리>, <크레이지 아케이드> 같은 게임도 했다. 스스로 잘한다고 느낀 게임은 <서든어택> 말고는 없었다.

 

2022년 롤드컵 이야기를 뺄 수 없다. ‘우승’이라는 최고의 성취를 이뤄낸 데프트도,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군필자가 제일 부럽다(웃음). 장난이고 이제 막 프로 게임을 시작한 친구들이다. 선수로 활동하면서 정말 힘든 기억이 많았는데, 지나고 보니 다 행복한 기억으로 남더라. 막상 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나이가 되니, 내가 쌓아온 경험을 앞으로 겪을 친구들이 부럽다.

 

신기하다. 오히려 그 친구들은 데프트를 가장 부러워하지 않을까?

20대 초반에는 친구들이 나를 부러워했고, 나도 대학에 다니는 친구를 부러워했다. 서로 갖지 못한 걸 부러워하는 건 당연하다.

 

 

INFP는 걱정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걱정이 많은가?

잡생각을 하느라 잠을 설칠 때가 많다. 말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한 말이 팀원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는지 같은 걱정을 주로 한다. 쓸데없는 상상도 즐겨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같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든지.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을 하지 않을까(웃음).

 

성격이 자기 일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승부욕이 세고 정이 많은 성격이라서, 팀원에게 내가 아는 모든 걸 알려주고 싶어 한다. 팀워크가 중요한 프로게이머에겐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좋지만은 않은 게 정이 들었던 동료와 헤어져 적으로 만나면 그 누구보다 힘들어하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대학교 팀플을 계속 하고 있는 거다.

팀플이 뭔지 모른다…

 

팀 활동을 ‘팀플’이라고 표현한다(웃음). 팀원은 어떤 존재인가?

프로게이머로서, 인간으로서 성장을 도와준 사람들이다. 과거에는 팀원에게 불만이 생기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게 오히려 팀워크에는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다양한 팀원을 만나면서 좋은 점을 흡수하며 이제는 바로 얘기하려고 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게임을 일로 하고 있다. ‘좋아하는 걸 일로 삼지 말라’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좋아하는 걸 일로 삼으니 새롭게 좋아하는 것들이 생기더라. 무엇보다 좋아하는 걸 해야 오랜 시간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데, 심지어 하기 싫은 일이면 쉽게 포기하지 않을까? 좋아하기 때문에 버티는 힘이 저절로 생긴다.

 

데프트가 새롭게 좋아하게 된 것은 무엇인가?

애니메이션과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최애의 아이>와 <너의 이름은>을 재밌게 봤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힘든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아무래도 안 좋은 피드백을 봤을 때가 아닐까? 직업상 컴퓨터와 계속 붙어있다 보니 안 보려고 해도 계속 보이더라(웃음).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일 때는 무시하면 된다. 그런데 나 역시 공감하는 비판을 봤을 때는 자기 전에도 계속 그 생각만 할 만큼 많이 흔들린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나?

해소 방법은 따로 없다. 그냥 죽어라 연습해서 내가 만족할 만한 경기력으로 이기면 다 회복된다.

 

프로게이머를 그만둔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서면 지도자를 해보고 싶다. 만약 자신감이 부족하다면 원래도 좋아했던 자연이나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인간 김혁규의 꿈은 무엇인가?

팬이 됐든, 동료가 됐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가 가장 행복하다. 대단한 걸 하지 않아도 맥주 한잔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행복하더라. 지금의 나에겐 돈으로 살 수 없는 인연이 가장 소중하다. 프로게이머 생활이 끝나도, 젊은 시절에 쌓은 소중한 인연들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은 20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
너무 뻔한 대답일 수 있지만, 어떤 상황이든 조급해하지 않고 끝까지 하면 결국에 이루어진다. 주변에서 잘 된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할 땐 전혀 공감되지 않았다. 그런데 스스로 겪어보니 알겠더라. 그리 대단하지 않은 나도, 모두가 어려울 거라 했지만 우승을 했다. 여러분도 할 수 있다. 끝까지 해서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이 기분을 꼭 느꼈으면 좋겠다.

 

Editor 백송은
Photographer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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