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팠는지 그가 밥을 푹 떠서 입에 넣었다. 아욱국도 떠서 후루룩 마셨다. 윤미루는 밥은 손도 안 대고 숟가락으로 아욱국을 조금씩 떠 먹고 있었다. 나는 아욱국에 밥을 반쯤 말았다. 윤미루가 끓인 아욱국은 간이 잘 맞았다. 파란 아욱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혔다. 보리새우의 붉은빛이 파란 아욱 속에 섞여 있었다.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본문 중에서
아욱국이라니? 열무와 시금치 사이에 아욱을 섞어 두면 절대 못 찾아낼만큼 아욱은 나에겐 한없이 생소하기만 한 채소다. 그러나 소설 속 윤과 미루에게 아욱국은 소중한 사람들이 끓여 주던 추억의 음식이다. 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서로 말도 섞어 보지 않은 세 사람이 자취방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아욱국을 끓여 먹는다. 알맞게 끓인 아욱을 떠먹으며 ‘나’는 돌아가신 엄마를, 윤미루는 죽은 언니를 떠올린다.
아욱국이 나오는 장면은 한 페이지 정도이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아욱 맛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이유를 찾아보자면 음식의 맛, 냄새, 모양 등을 눈 앞에 있는 듯 묘사하는 작가의 문장력이 첫번째, 그 다음은 도망치는 시위대 속에서 기적적으로 서로를 찾아낸 세 사람이 자취방에 모여 앉은 그 풍경 때문이 아닐까. 세 사람은 자연스레 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그날 이후 친구가 된다. 윤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혼란스러운 의문의 시대를 함께 건널 ‘크리스토프’들을 발견한 것이다. 윤미루가 끓여준 아욱국 덕분에. 주인공에 빙의해 아욱국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을 다녀왔다. 든든한 아욱국 한 그릇 먹고 있자면 데려오고픈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니, 소중한 친구와 함께 가기를 추천한다.
강을 건너는 사람과 강을 건너게 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네. 여러분은 불어난 강물을 삿대로 짚고 강을 건네주는 크리스토프이기만 한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전체이며 창조자들이기도 해. 때로는 크리스토프였다가 때로는 아이이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를 강 이편에서 저편으로 실어나르는 존재들이네.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히 여기게.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본문 중에서
멸치 육수에 된장과 아욱을 넣고 오래 끓여 진한 감칠맛을 낸다. 흐물해진 아욱이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간다. 믿을 수 없겠지만 한 그릇에 2500원.
위치 : 낙원상가 옆 시장골목(지도를 보려면 클릭)
낙원순대국과 달리 이 곳의 아욱국은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고 개운한 맛을 낸다. 양갱식당은 원데이 도시락 전문점으로 매일 다른 메뉴로 백반을 준비한다. 우리 엄마에겐 없는 맛있는 집밥이 그리울 때 가기 좋은 곳. 브레이크 타임이 있으니 꼭 전화해보고 찾아가자.
위치 : 연남파출소 맞은 편(역시나 클릭)
군산의 아욱국 맛집 <일출옥>이 서울에 분점을 냈다. 군산까지 갈 필요가 없어져서 좋긴 하지만, 원조집의 아욱국이 오히려 더 궁금해지는 아쉬운 맛이다.
위치 : 양재역 신분당선에서 걸어서 11분
+양갱식당이 아욱국 맛있게 끓이는 팁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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