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지브리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개봉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인 본작은 지브리 작품들 중 가장 난해하다는 평이다. 지브리의 팬을 자처하던 대학내일의 에디터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내용적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개봉한 지브리 작품입니다. 각자 가장 좋아했던 지브리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백송은(이하 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요.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을 좋아하거든요. 서로에게 구원 서사에 가까운 주인공의 러브라인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고요.

 

김학성(이하 김) 저는 <벼랑 위의 포뇨>를 꼽을게요. 저는 가볍게 볼 만한 작품을 좋아하거든요. 포뇨가 귀엽기도 하고요.

 

고덕환(이하 고) 저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요. OST부터 작화까지 제가 여태까지 봤던 지브리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지브리답게 아름다운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조웅재(이하 조) 저도 약 2시간 동안 동화적인 분위기에 몰입되었다가 겨우 빠져나온 후 길게 지속되는 그 여운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넘어설 작품이 없었다고 봐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얘기가 많이 나오네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본 사람들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것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백) 100% 재미있게 볼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보면서 여전히 지브리적인 특징들이 많이 녹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브리 특유의 달리기 폼(?)부터 시작해서 살짝 과장된 그 연출이 반가웠어요.

 

고) 그게 너무 좀 반복된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예쁘고 개성 있는 주/조연 캐릭터들이 있고, 다소 기괴하게 느껴질 법한 주변 인물들. 특히 시종 할머니들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봤던 캐릭터와 너무 닮았거든요.

 

김) 맞아요. 유바바가 또 나오는 것 같았죠. 사실 저는 <벼랑 위의 포뇨>를 최애로 꼽을 만큼 주제 의식이 단순하고 직관적인 작품이 좋은데, 이 작품은 해석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좀 어려웠어요. 해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재밌게 보겠죠?

 

 

지브리 작품 중에서 가장 난해한 작품이라는 평이 있죠. 보고 나면 왜 그런 생각이 들까요?

조) 제목과 내용이 잘 연결되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그래서 어떻게 살라는거지?‘ 라고 생각했거든요. 이 질문을 내내 머릿속에 띄워 놓고 영화를 봐도 어렵더라고요. 오히려 해외판 제목인 <소년과 왜가리(The Boy and the Heron)>이라는 제목이었다면 이런 고민이 없었을지도요.

 

고) 저는 작품에 나온 왜가리 캐릭터가 선인지 악인지 모호하게 그려진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선악의 구별이 명확한 작품들과 다르게 중후반까지도 왜가리가 어떤 캐릭터인지 판단하기 어렵더라고요.

 

백) 저는 그 왜가리는 가오나시나 오무무 같은, 이분법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중립적인 캐릭터로 봤어요. 지브리스러운 캐릭터죠. 저는 주제의식 자체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거의 유사하다고 봐서 그렇게까지 난해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인데, 제목에서 또 물음을 던지잖아요? 그 답을 관객들이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난해함으로 다가온 게 아닐까 싶어요.

 

김) 아무래도 영화가 시공간을 오가는 장면들이 있다 보니 어렵게 느껴진 부분도 있어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 같은 작품을 제가 어려워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대중들이 메시지를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작품은 실패한 예술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고)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해석이 많이 들어가든, 그렇지 않든 작가가 만든 창작물은 그 나름의 가치를 갖는다고 보거든요.

 

김) 저는 이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해요. 거장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예술적 기대치가 지금처럼 높진 않았을 것 같거든요.

 

백) <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작품은 메시지가 명확하거든요. 주인공 대사가 주제 의식 그 자체일 정도로요. 하지만 이 작품은 다소 불친절해요. 좋게 말하면 은유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관객들의 뇌리에 오래 남고, 작품에 대해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봐요.

 

조) 저도 예술의 은유성이 관람자의 머릿속에 더 오래 머무른다는 점에서 훨씬 인상적일 수 있다는 데 동의해요. 그래서 ’실패한 예술의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 작품의 장르를 뭐라고 설명하실 건가요?

김) 다소 기괴한 장면들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새나 개구리 같은 것들이 떼로 나오는 장면들이나, 초반에 주인공이 달려가는 긴박한 시퀀스들도 그렇고(웃음). 이 정도면 제 유년 시절 기준으로 15세 관람가 공포물에 가깝지 않을까…

 

조) 저는 연출이나 스토리로 생각했을 땐 액션이 가미된 이세계물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백) 판타지? <나니아 연대기> 같은 느낌도 있어요. 금기된 장소에 들어갔을 때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라는 맥락에서요. 스토리 전반에 어떤 전설적인 요소가 가미된 부분도 그렇고요.

 

고) 저도 판타지에 한 표요.

 

 

지브리 작품의 강점이 몇 가지 있잖아요. 사운드트랙이나 연출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작품은 어땠는지 말씀해주세요.

고) 사운드트랙은 너무 좋았어요. <인생의 회전목마>나 <어느 여름날> 같은 킬링트랙은 없지만, OST를듣고 있으면 영화 장면 하나하나가 연상될 정도로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해요.

 

백) 오히려 음악은…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어요. 음악이 깔렸던 장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연출 부분에서 지브리 특유의 과장된 움직임은 분명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때까지는 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요, 이번 작품을 볼 때는 오히려 반갑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지브리 작품에 대한 향수가 다시 일어났기 때문인 것 같아요.

 

조) 저도 음악은 오히려 인상적이지 않았어요. 히사이시 조 음악을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기억에 남는 멜로디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연출 부분에서는 다만 장면 전체를 압도하는 작화부터, 장면 속 요소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디테일은 굉장했어요.

 

김) 연출은 정말 대단했어요. 작화도 좋았고요. 심할 정도로 디테일을 살렸더라고요. 유럽풍 인테리어가 있는 일본 근대 가옥의 모습도 그렇고요. 특히 기존 지브리 작품보다 움직임이 훨씬 매끄러워졌다고 느꼈어요. 프레임이 엄청나게 올라간 것 같더라고요.

 

 

이 작품은 흥행할까요? 그리고 스튜디오의 지브리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까요?

김) 여론이 엄청 좋은 편은 아니지만, 두고두고 사람들이 계속 볼 영화인 것 같아요. 다양한 해석 때문에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기도 하잖아요. 썰 풀기 너무 좋은 영화죠.

 

조) 손익분기점은 넘길 거라고 하더라고요. 지브리의 원래 기조와 다르게 넷플릭스에 기존 작품들을 넘겨서까지 제작비를 어렵게 벌었다더니, 결국 흥행은 어느 정도 했대요. <바람이 분다>나 <추억의 마니>처럼 흑역사로 남을 것 같진 않아요.

 

백) 스토리에 관람 인증을 했더니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근데 뭐라고 얘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좋고 아니고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아서 결국 보고 얘기해야 하는 작품이고, 궁금해서 많이들 보지 않을지.

 

고) 정말 오랜만에 내놓은 작품이기도 하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이라면 그의 은퇴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안 볼 이유가 없죠. 개인적으로는 작품 자체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보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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