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중년 남성이 롱보드를 타고 거리를 활주한다. 잠시 비틀거리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다가도, 이내 활짝 웃는 얼굴로 스릴을 즐기는 모습이다. 남자의 얼굴에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고, 어린아이의 차분한 목소리가 화면 밖에서 이야기를 건넨다.

 

<담대하게 웃으며 뛰어들어 보세요(Life’s Good When You Dive in Smile First)>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글로벌 기준 7.1천만, 국내 기준 326만 회의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하며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근래 봤던 광고 중 최고’, ‘스킵 버튼을 누를 수 없었던 광고’ 등, 대중의 찬사를 받은 이 영상은 LG전자가 지난 10월 공개한 브랜드 필름이다.

 

 

브랜드 필름 제작에 참여했던 핵심 멤버, LG전자의 최중호 책임을 직접 만났다. LG전자의 브랜드 리인벤트(Brand Reinvent) 작업의 일환이었던 Life’s Good 캠페인의 브랜드 필름 작업 비하인드와, 영상을 통해 LG 전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직접 들어 보자.

 

 

영상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얼핏 보면 평범한 중년 남성이 롱보드를 타는 단순한 이야기인데요, 이 영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나요?

 

롱보드라는 소재는 우리 삶의 메타포(비유)입니다. 롱보드 위에 단순히 서 있는 게 아니라, 롱보드를 타고 앞으로 나아가죠. 때로는 돌을 밟고 휘청이기도 하고, 순탄히 나아가기도 합니다. 삶이라는 것 역시 늘 좋지만은 않잖아요. 롱보드를 타는 행위는 인생의 여정 같다고 생각했어요.

 

‘Life’s Good’이라는 LG전자의 브랜드 약속이 주는 메시지를 이런 비유를 통해서 담담하게 전달하고자 했어요. 각자가 지향하는 ‘좋은 삶’의 모습은 달라요. 그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더 나은 삶을 제공하려 노력해 온 LG전자의 브랜드 철학과 가치가 Life’s Good의 메시지에 녹아 있고, 또, 각자의 자리에서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낙관을 택하는 소소하지만 담대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했거든요.

 

영상을 본 사람들이 ‘건너뛸 수 없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건너뛰기’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심어둔, 어떤 의도적인 장치가 있었을까요?

 

브랜드에서 만든 광고 영상이라서 사람들이 그저 보고 지나치게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제품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영상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브랜드의 목소리였어요.

 

그래서 첫 장면을 마주했을 때, 보는 사람들에게 궁금함을 안겨줄 수 있도록 신경 썼던 것 같아요. 광고에서 주로 쓰이는 그런 흔한 톤이 아니거든요. 마치 영화 예고편 같기도 하죠. 나레이션에서도 진정성이 담겨 전달될 수 있었으면 했는데, 어쩌면 용감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죠.

 

이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 영화감독인 니콜라이 퓰시가 연출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가 이 과정에 투입되었는지 궁금합니다. LG전자가 그를 선택한 이유도요.

 

내부에서 많은 부분을 다각도로 고민을 했어요. ‘롱보드를 타는 중년 남자’라는 키 비주얼부터, 이번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인 낙관주의(Optimism)를 함축한 스크립트까지도요. 이렇게 광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콘셉트가 먼저 잡히면, 이걸 여러 영상 감독에게 공개하고 참여 의사를 묻죠.

 

니콜라이 감독은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그 역시 낙관주의에 대한 생각이 우리와 같았죠. 평소 본인이 추구하던 철학이 우리 메시지와 같았거든요. 게다가 롱보드를 아주 좋아했어요. (웃음) 현장에서도 배우에게 연기 디렉션을 줄 때 직접 보여주기도 하고, 롱보드를 잘 알고 좋아한다는 부분이 큰 강점이 되었죠. 이런 모든 합의점이 그가 가진 예술적인 연출 능력과 시너지를 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배우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하필이면 왜 중년 남성으로 주인공을 상정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주인공을 잘 보면 정말 전형적으로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그 주인공이 어떤 사람이다라고 단정지어 말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을 겁니다. 체형도, 스타일도, 재력도, 하물며 나이조차 몇 살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인물이죠.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고, 또, 저 모습이 ‘나’ 일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 놓고 싶었어요. 누구나 자기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했거든요.

 

만약, 힙하고 젊은 남녀가 주인공이었다면, 그건 그저 롱보드를 타는 스포츠 영상으로 보였을 수 있어요. 빠르게 달리는 보드 영상에 서정적인 음악을 깔고,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메시지를 말합니다. 남자는 불안 속에서도 낙관을 느끼죠. 캐스팅 역시 이 모든 것을 고려한 결과였습니다.

 

 

브랜드 필름을 인상적으로 봤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메시지가 모두에게 같은 느낌으로 닿았을 거라고 보시나요? 20대에게는 이 영상이 어떤 메시지로 전달됐을까요?

 

지금의 20대는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는 세계에 살고 있죠. 일찍부터 많은 것을 정할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거든요. 졸업하면 직장을 골라서 가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처럼요. 하지만 요즘은 그 불확실성이 불안을 낳죠. 막막함도 분명 클 겁니다.

 

감히 그들에게 저희가 “다 잘될 거야. 걱정하지 마”라고 쉽게 말할 순 없다는 논의를 저희 내부에서 많이 했고, 저 역시도 작업자로 그렇게 느꼈어요. 하지만 이 ‘Life’s Good’이라는 메시지처럼, 낙관적인 마음으로 뛰어들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어냈던 경험이 저희 LG전자에도 있었거든요. 만약 지금의 20대 중에서도 이런 삶의 자세로 더 좋은 삶을 위해 뛰어들려는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는 당신을 응원하겠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영상 전반에 흐르는 키 메시지가 더 울림을 준 것 같기도 하네요. ‘Life’s Good’이라는 키워드에서 이런 스크립트를 뽑아낼 수 있었던 과정도 궁금합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Life’s Good’을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낙관적인 태도(Optimism)라고 봤어요. 질병이 세계를 휩쓸었고, 세계 정세도 그리 좋진 않죠.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고객을 가르치려 들거나 “다 잘될 거야”라는 식으로 안일한 태도로 이야기하지 말자는 결심이 저를 비롯한 LG전자 내부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삶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낙관을 결심하게 하는 메시지’를 쓰기로 했어요. 한 글자 차이로 달라지는 뉘앙스의 변화를 수없이 점검했죠. 그렇게 스크립트가 완성되었을 땐, 팀 전원이 따뜻하고도 또렷한 전율을 느낄 수 있었어요. “맞아. 삶을 낙관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진정한 의미는 이런 거야”라고, 깨닫게 하는 울림이 있었거든요.

 

그러고 보면 ‘Life’s Good’이라는 브랜드 약속이 최근 들어 더 자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제품을 통해 모든 사람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이 메시지를 올해 초에 더 깊이 있게 해석하고자 브랜드 리인벤트를 발표했죠. ‘Life’s Good’이라는 메시지로 단순히 무조건적인 희망과 낙관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고단하고 괴로운 것이 삶이지만, 모두의 마음 한편에는 낙관의 가능성이 있거든요.

 

이런 낙관의 가능성을 믿고 담대하게 도전하다 보면, 삶의 좋은 점과 가치가 보인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브랜드 필름 역시 이런 메시지를 전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되었고요.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낙관주의적인 태도로 삶을 마주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LG전자가 ‘좋은 삶’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를 응원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소비자 조사 기관인 GWI에 따르면 2021년 중반 시점에 전 세계 비관주의자 인구가 34%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죠. 그만큼 낙관적인 태도를 갖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삶의 낙관적인 면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큰 결심일 필요도 없고, 마음 한 켠에 누구나 갖고 있는 ‘낙관의 가능성’이면 충분하죠. 이 가능성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담대한 도전으로 이겨내자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고객 경험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향후 계획이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브랜드 리인벤트가 시작입니다. ‘Life’s Good’에 담긴 삶을 낙관하는 마음과 담대한 도전은 항상 LG전자가 해온 도전과 혁신의 핵심이었거든요. 저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이었고요.

 

이 핵심 가치는 당연히 LG전자의 제품군에도 녹아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고객 및 소비자, 임직원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좋은 삶을 이룰 수 있도록 매 순간을 더 좋게 만들 계획입니다.

 

 

Photographer 오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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