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체육시간, 벤치에 앉아서 쎄쎄쎄 하는 게 운동의 전부인 아이들이 있다. 햇빛이 따가운 운동장보다 시원한 그늘이 좋고, 상대편을 이기는 것보다 휴식하며 수다 떠는 게 더 즐거운 부류. 이런 애들은 중고등학교에 가서도 비슷하다. 어려서 몸 움직이는 버릇을 들이질 못했으니 운동에는 일절 흥미가 없다. 하루 동안 ‘움직임’이라고는 점심 시간에 소화시킨답시고 운동장을 빙글빙글 돌며 산책하는 게 전부다. 내 이야기다.

 

종종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생각을 한다. 어릴 때 움직이는 걸 꺼리는 버릇을 잘못 들였더니 스물 몇 살 먹고도 똑같다. 허구한 날 앉아서 푸른 하늘 은하수 노래만 부르고 있을 게 아니라, 실제 푸른 하늘 아래에서 몸을 움직이고 승부욕을 불태우고 온 힘을 다해 뛰어다녀야 했다.

 

대학 입학 후 운동을 시작한 것은 순전히 ‘건강’ 때문이었다. 입시를 거치며 망가진 몸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으려면 어떻게든 움직여야만 했다. 나름 이것 저것 많이 배워봤다. 테니스, 요가, 필라테스, 수영 등등… 그러나 징하게 재미가 없었다. 아니, 재미없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너무 부끄러웠다. 운동 할 때의 나는 종목 불문 초보자였고, 마음과는 다르게 부족한 모습으로 남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 부끄러움을 극복해야지만 진정한 스포츠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제로 극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고 나는 그런 종류의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상당히 취약했다. 운동은 내게 도망치고 싶을 만큼 싫어서 되도록 피하고 싶은 무언가였다.

 

 

어느 종목에도 마음을 못 붙이고 방황하다 헬스장에 다니게 되었다.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팀 스포츠나 단체 레슨보다 덜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역시 재미는 없었다. 무거운 걸 들어올리는 행위가 ‘재미’로 이어지는 매커니즘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무게 치는 기구에서 관심이 멀어지니 절로 런닝머신에 눈이 갔다. 뛰는 거라면 남들 만큼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되는 대로 뛰었고, 힘들다 싶으면 참았고, 이건 좀 아니다 싶게 힘들면 멈췄다. 달리는 동안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모든 고민과 걱정이 사라진 채 달리는 기분은 꽤 즐거웠다. 한 달쯤 계속하니 스스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늘었다. 처음에는 30분 정도만 뛰어도 힘들고 지루했는데, 이제는 1시간이 지나도 힘들지 않다.

 

운동에서 오는 성취감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 런닝머신에 찍히는 킬로 수가 늘어나는 것이 뿌듯했다. 헬스장 밖에서도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등굣길의 똑같은 오르막길이 더 이상 힘들지 않았다. 같은 층 계단을 올라도 숨이 차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 타는 것보다 계단 오르는 것을 더 즐기게 되었다. 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게 신기했다. 단순하면서도 정직했다. 뛰는 게 재밌어지니, 밖에서도 뛰고 싶어졌다.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고 달렸다. 달리기는 내가 처음으로 애정을 준 운동이었다.

 

 

나는 여전히 운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평생 운동하면서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평생 모를 것만 같았던 ‘움직임에서 오는 성취’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오랜 방황 끝에 얻은 귀한 성과다. 더 오래, 더 멀리 달리면서 스스로의 에너지와 잠재력을 발견하고 싶다. 그렇게 점점 운동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달리기 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도 도전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종류의 희열은 달리는 행위를 통해서만 충족된다. 우연히 런닝머신에 오르지 않았다면 이 감정을 평생 모르고 살았을지도.

 

Writer. 한나
21살, 21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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