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니까 이젠 잘할 수 있을 거예요.”라는 말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린다.

“아직도 모든 게 서툴고 힘들어요ㅠㅠ 영만 아저씨ㅠㅠ”

지기 싫고 얕보이기 싫어 힘든 마음, 약한 모습을 꽁꽁 감춰왔던 사람들이 조건 없는 칭찬에 참 쉽게 감동하고 속마음을 다 내보인다.

이 낯선 풍경이 짠하고 찡하다. 아저씨는 20대들이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아니 알기에 다시 한 번 묻는다.

친구들, 쉽죠?

 

저는 그 날 채팅방 보고, 제 어록까지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느꼈어요. ‘아, 얘네들 진짜 힘들어하는구나.’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아저씨 만나려고 산속에 있는 미술체험관까지 한참 걸려 왔어요. 여긴 언제 지으신 거예요?
한 4년 됐나? 아이들 대상으로 미술 체험 공간을 운영하는 게 꿈이었어요. 이것 때문에 방송이랑 강의도 조금씩 줄였죠. 근데 광고를 안 해서 아는 사람만 알아요. 애들이 오기엔 서울에서 너무 멀기도 하고요. 그냥 혼자 즐거워하는 거예요. 손님들이 가끔 오면 아이들 만나서 좋고, 안오면 내 일 할 수 있으니 좋고.

 

이렇게 산속에 계시던 분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출연하고 나서 엄청 화제가 됐어요. 잊고 있던 색종이를 다시 꺼낸 분들도 많고요. 몇 년 전만 해도 비행기다 학이다 많이 접었었는데….
지금은 그 시절을 ‘아날로그 시대’라고 하죠? 네이버고 다음이고,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에는 종이가 항상 근처에 있었어요. 전화기 옆엔 항상 메모지를 뒀잖아요. 그러니까 심심하면 이걸 찢고 뜯고, 접기도 하고 그랬죠. 지금은 저도 전자책을 보는데, 50~60년 후에는 종이라는 게 아예 사라지지 않을까요? 쓸데가 없잖아, 종이가. 그렇다고 그때가 특별히 그립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 때도 있었다는 거지.

 
개인적으로 “미리 만들어왔어요” 하시는 거 보고 정말 예전에 TV 보면서 허무했던 기억이 딱 나더라고요.(웃음) 반갑기도 하고, 기분이 좀 이상했어요.

지금에야 변명을 하자면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 <TV 유치원>에서 나한테 주어진 시간이 3분이에요. 그러니까 반복되는 건 미리 만들어 와야지 어떡해. 지금 같았으면 인터넷 게시판에 항의 엄청 했겠죠? 이번에도 그때처럼 시간 조절하려고 준비했던 건데 옛날이랑 똑같다고 채팅창에 난리가 난 거예요. 근데 이제 다 커서 그런지 방송 끝나고 SNS 보니까 많이들 만들어서 올렸던데? 다들 못 한다고 엄살 부리더니.(웃음)

 
옛날로 돌아가서 눈치 안 보고 어리광부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내가 추억의 사람이잖아. 원래 힘들 때 추억이 생각나요. 잘나가면 추억에 젖질 않아요. 젊은 친구들은 지금이 한창 잘나갈 때인데, 날 보고 좋아하잖아요? 그건 지금 힘들다는 거거든. 저는 그 날 채팅방 보고, 제 어록까지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느꼈어요. ‘아, 얘네들 진짜 힘들어하는구나.’

 
그날의 채팅창은 정말 특별했어요. 온라인 공간에서의 대화라는 게 이렇게 깨끗할 수 없는 거거든요.

그러게요. 아무리 건전한 곳도 최소 10%는 악플이라던데 희한하게도 전혀 없었어요. <마리텔> PD가 엄청 놀랐어요. 편집하면서 다른 방 채팅창을 보면 정말 지독한 악플도 많이 올라온대요. 근데 여긴 하나도 없으니까. 사실 실시간으로 자기에 대한 악플이 뜨면 정신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거든요. 어느 누구든.

 
맞아요. 보면서 출연자들의 ‘멘붕’이 느껴져요. 생방송은 있었지만, ‘노잼’을 외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전해진 적은 없었잖아요.

<마리텔> 하려면 간땡이가 부어야 돼요. 특히 여자 출연자들한테는 악플이 더 심해요. 후유증이 두어 달 갈걸? 재미는 있지만 어떻게 보면 위험한 방송이죠. 그 많은 네티즌들이 방송이라는 걸 이해하고, 자기만 보는 게 아니라 남들도 다 본다는 걸 생각해서 좀 자제해주면 좋지 않겠나 싶은데 그게 뭐 되겠어?(웃음) PD를 비롯해서 모든 스태프들, 출연자들이 다 나랑 똑같은 생각이에요.

 
첫 방송 전에 3시간여를 어떻게 끌어갈지 나름의 시나리오를 짜셨을 것 같아요.

아니에요. 나는 바로 나오는 대로 해요. 잘나서가 아니고, 난 강의를 30년 이상 다녔잖아요. 그러니 꿈에서도 강의를 해. 그냥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거야. <마리텔>에서도 똑같았죠. 물론 긴장은 되지. 예능 프로에 나오는 건 처음이니까. 그래도 이젠 그 긴장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어요. 그 고민은 했어요. 시청자를 예전처럼 아이들로 대할지, 다 큰 어른으로 대할지. 근데 이구동성으로 아이들 취급하자는 거야. “코딱지들, 안녕!” 이렇게. 만약 내가 어른처럼 대했으면 엄청 버벅거렸을 거예요. 익숙하지 않으니까.

 

 

제가 “쉽죠?”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별것 아니니까 너도 잘하라는 게 아니라 어려워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거예요.

 

 

어른들도 못 하는 거 많아요

 

“어른이니까 이젠 잘할 수 있을 것”이란 말에 사람들이 큰 감동을 받았어요.

어릴 때 놀아 주시던 이모부나 삼촌을 만난 느낌에 많이들 반가워했던 것 같아요. ‘공부해라, 밥 골고루 먹어라’고 말하던 엄마, 아빠랑은 다르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 이렇게 못 하냐’고 꾸짖으면 당연히 더 하기 싫지. 제가 “쉽죠?”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별것 아니니까 너도 잘하라는 게 아니라 어려워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거예요. 제가 주로 꼬맹이들을 만나다 보니 잘 몰랐는데, 이번에 방송하면서 20~30대 젊은이들이 힘들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나라도 칭찬해주고, 거기서 힘을 받았다면 다행인 거죠. 마음 같아선 어른들도 <마리텔> 같이 보면서 젊은 세대랑 공감대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젊은 네티즌들이 나랑 공감하는 것처럼.

 
실제로 세대 간의 벽을 허물 수 있다면 정말 엄청난 역할을 하시는 거죠.

근데 어른들도 이해해줘야 돼요. 자기 딴에는 생고생해서 키워놨는데 세대 차이 난다고 대화도 안 하고. 그래서 제가 엄마 아빠 얘기를 자꾸 하는 거예요. 환갑이 지나 방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데 자식이 와서 종이접기 같이 하자 그러면 얼마나 좋아하시겠어요? 종이접기가 싫고, <마리텔>이 싫어도 자식들이 좋아하면 부모는 관심이 가게 돼 있어요. TV 앞에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그냥 자식새끼 옆에 있는 게 좋은 거야.

 
두 번째 출연 때는 배우 신세경씨가 게스트로 나와서 또 화제가 됐어요.

저도 방송 때 보고 깜짝 놀랐어요. 작가하고 PD만 알았던 거예요. 나 놀라게 하려고. 어릴 때랑 옷도 비슷하게 입고 나왔던데 참, 대단한 친구들이야. 사실 작가랑 회의할 때마다 세경이 얘기가 나왔는데, 난 전화번호도 모르고 해서 그냥 흐지부지됐었거든요. 그 며칠 후에 세경이한테 연락이 왔대요. 거기 한 번 출연해서 선생님 뵙고 종이접기 해도 되느냐고. 제작진들 입장에서는 안 될 이유가 없죠. 오히려 감사하지.

 
어른이 되어 사회에 찌들어버린 뚝딱이가 나온 것도 참 재밌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출연하나요?

난 뚝딱이도 전혀 생각 못 하고 있었는데 제작진이 인형이랑 성우 분을 다 섭외해 놨더라고요. 뚝딱이뿐만이 아니라, 내가 계속 나올지 못 나올지도 몰라요. 이 프로그램은 고정 출연 개념이 없어요. 난 그냥 제작진한테서 연락이 오면 준비를 하고, 연락이 없으면 끝났다 생각해야지. 나도 뭐 그렇게 오래 할 생각은 없어요. 식을 것 같다 싶으면 손을 떼야죠.

 
30년 넘게 아이들을 만나고 계신데, 오랫동안 쌓인 노하우가 자녀를 키우실 때도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자식들한테 많이 배웠죠. 한창 방송할 때, 내가 작업실에서 녹화 준비를 하고 있으면 딸내미랑 아들내미가 뭘 접어 와요. “아빠, 이거 어때?” 하면서 던져놓고 가는 거죠. 그럼 제가 여기에 이래저래 살을 붙여서 내 걸로 만드는 경우도 제법 많았어요. 자식들이 한창 종이접기 좋아하는 또래였으니까. 자식 키우는 건 사실 애들 엄마가 다 했어요.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많이 못 도와줬거든요. 그래도 곱게 자라서 시집 장가 다 갔으니 고맙죠. 이번 방송도 지들끼리 킥킥대면서 재밌게 봐요. 나는 창피해 죽겠는데.(웃음)

 
최근엔 CF 절대 안 하신다는 인터뷰 기사가 미담처럼 돌았어요. 보면서 부담도 되실 것 같고, ‘CF 하셔도 되는데’ 싶기도 하고….

아유, 말이 와전됐어요. 나와 전혀 상관없는 CF는 안 한다는 거예요. 왕뚜껑, 관절약 같은 거.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 CF는 해야죠. 내가 잘할 수 있는 건데. 물론 이럴 때 왕창 찍어서 한 큐에 쓸어 모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라야 나도 재밌게 할 수가 있고요. 그런 뜻으로 한 말인데, CF 안 한다는 게 타이틀로 나가서…. 덕분에 지금 섭외 하나도 안 들어온다!(웃음)

 
지금 마음속에 품고 계신 목표는 무엇인가요?

하고 싶었던 건 진짜 거의 다 해봤어요. 취미를 일로 삼아 열심히 해왔고, 자식들 시집 장가 다 보냈고, 손주들 북북 자라고 있고. 좀 늦었지만 이젠 문화 혜택을 못 받는 아이들에게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나누고 싶어요. 도서 지방에 있는 분교나 운영이 힘든 유치원을 찾아가서 종이접기를 같이 하는 거죠. 같이 놀고 선물도 좀 주고. 내가 누군지 밝히고 제안을 몇 번 했었는데 세상이 하도 험해서인지 그땐 다들 안 한다더라고요. 계속 도전해보면 될 것 같아요. 나쁜 일 아니니까.

 

 

 

 

Editor 기명균 kikiki@univ.me
Photographer 배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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