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콘텐츠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국뽕 논란의 핵심은 한 가지다. 해당 콘텐츠를 판단할 때 작품 자체에만 집중하느냐, 애국심이라는 외적 요소를 끌어오느냐.

 

 

 

1.  <디 워(2007)> 

헐리우드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던 SF 블록버스터를 한국인이, 그것도 ‘영구’ 심형래가 만들었다는 사실에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디 워>의 화제에 발맞춰 심형래 감독은 토크쇼를 돌며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 흘렸고, 영화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대중은 800만이 넘는 관객이 극장을 찾아 ‘신토불이 블록버스터’에 열렬한 성원을 보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거침없이 직구를 던졌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비평할 가치가 없는 영화다”고 비판한 것. 국내와 시간차를 두고 개봉한 미국, 일본 등에서 평론가들의 혹평에 더해 흥행마저 참패한 뒤에야 <디 워>를 둘러싼 한국 관객들의 맹목적 애정은 사그라졌다.

 

 

 

 
2. ‘강남스타일(2012)’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메가톤급 히트를 쳤다. 빌보드차트 2위 자리에 7주 동안 머물렀는데, 국내 뮤지션이 빌보트 차트 10위 안에 든 것부터가 최초였다. 무서운 기세로 유튜브 조회수 1위까지 찍은 결과, 싸이는 박지성, 김연아에 이어 국가적 영웅 대접을 받게 됐다.
한미 미사일 협정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한 한국 기자가 질문했다. “두유 노우 싸이? 강남스타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임달화, 휴 잭맨 등 내한한 스타들에게도 역시 “두 유 노우 싸이?”라는 질문이 들이밀어졌다. 그들은 공항과 기자회견장에서 어색한 말춤을 추는 것으로 대한민국 출입증을 받았다.

 

 

 

 

3. <명량(2014)>

<명량>은 한국영화의 기록을 죄다 갈아치웠다. 개봉 첫날 70만이라는 기록으로 상륙한 명량은 최종기록 1700만 관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돌풍처럼 불어 닥쳤다.  그러나 흥행돌풍에 동참하고자 <명량>을 관람한 뒤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도 있었다. 좀, 많이.
스마트해진 세상, 트위터라는 창구를 확보한 진중권 교수는 또 한 번의 직구를 던졌다. “솔직히 <명량>은 졸작이죠”라는 그의 평은 “나라 버린 매국노”라는 식의 비판과, ‘이 영화의 돌풍이 찝찝하지만, 구체적 이유는 모르겠던’ 이들의 지지를 얻으며 뜨거운 감자가 됐다.

 

 

 

 

4. <국제시장(2014)>

<국제시장>은 <명량>을 제작, 보급한 CJ가 같은 해 겨울 내놓은 대작이었다. 한국전쟁, 베트남 파병 등 한국의 근현대사를 평범한 주인공 덕수의 삶을 통해 펼쳐놓고 있다.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며 극장을 나섰지만, 아버지의 희생을 부각시키며 이만큼 발전한 ‘내 나라 예찬’에 거부감을 느낀 이들도 많았다.
허지웅은 트위터를 통해 “무책임한 세대가 과거의 희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 나오는 영화”라고 평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기도 했다. 결국 윤제균 감독이 직접 이념 영화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창작자의 손을 떠난 콘텐츠의 해석은 오로지 수용자의 몫이다.

 

 

 

 

5. <연평해전(2015)>

<연평해전>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일어난 교전을 다룬 영화다. 월드컵 열기에 후끈했던 한반도는 장병들의 희생에 무심했고, 때문에 관객들은 <연평해전>의 개봉을 기다렸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메시지의 경건함과는 별개로 터무니없는 작품성의 영화가 튀어나왔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자신의 블로그에 “메시지에는 공감하지만, 완성도가 아쉽다”는 요지의 리뷰와 함께 별 두개의 낮은 평점을 남겼다. 그러자 수 백 개의 덧글이 달리며 그의 의견을 반박하고, 또 재반박하는 형국이 이어졌다. 메시지가 아름다우니 영화를 감히 작품성으로만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가격 정찰제인 마트에서 비싼 국산 소고기를 샀다고 깎아달라고 조르는 것. 가능한 일일까?
Reporter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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