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거 궁서체야”. 어느 순간부터 진지한 얘기를 할 때면 이런 밑밥을 깔게 됐다. 아니, 진지한 말 자체를 꺼내기가 어려워졌다. ‘진지충’이라고 손가락질 받기 싫으니깐. 많은 이들이 재밌고 가볍고 자극적인 것만 좇고 있다. 머리 아픈 진지한 이야기와 고민은 나누는 것 그 자체에 반감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에겐 더 진하고 촌스러운 궁서체가 필요하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을 되돌아보자. 너무 가벼운 건 아닌지. 소중한 걸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진지wiki

 

정말 필요한 타이밍에 한 말도, 조금 재미없지만 꼭 알아야 할 이야기도, 조금이라도 진지한 느낌이 풍기면 안 된단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진지충’이 돼 버리기 때문. 진지충이 대체 뭐기에?

 

 

1. 정의

진지충이란 진지와 벌레를 뜻하는 ‘충’이 결합된 단어로, 맥락에 맞지 않게 밑도 끝도 없이 진지한 말을 하는 사람을 칭한다. 이들은 SNS, 친목 모임, 수업시간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한다.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 따위의 말로 시작하여 대화의 맥을 국수 면 끊듯이 끊어 놓는 것이 종특. 눈치와 코치를 소쿠리 째 삶아먹은 진지함이, 보는 이들에게 ‘극혐’을 유발하여 지금의 ‘충’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고.

 

2. 원인

진지충의 내면 깊은 곳에는, 모든 사람들이 “예”라고 할 때 진지하게 “아니오”라고 함으로써 이목을 끌고자 하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은 ‘우매한 군중 속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자신의 얕은 지식을 동원하여 온갖 ‘척’을 시도한다. 지식인인 척, 깨어있는 척, 비판적인 척. 이 ‘3척’이 모이면 재활용도 불가능한 진지충이 탄생한다.

 

선배의 말도 안 되는 드립에 논리적으로 반박. 하지만 진지충으로 매도당할 뿐.

 

3. 주변 반응

진지충에 대한 여론은 온·오프를 막론하고 부정적이다. 오프라인에서 진지충이 얘기를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의 낯빛이 급격히 똥빛이 된다. 사람들은 어색한 리액션을 보이며 진지충의 눈을 피한다. 허공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집에 가고 싶은 욕망이 마구 샘솟는다. 온라인상에서의 반응은 더욱 심각하다. SNS 유저들은 댓글로 웃고 떠들다가도 진지충이 등장하면 ‘진지충 극혐’,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드네’ 등의 댓글을 달며 극딜을 시전한다. 사람들은 진지충을 노잼으로 분류하며,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으로 평가한다.

 

좋아요가 대세를 이루는 사병 월급 인상에 관한 게시물에 진지한 일침. 하지만 진지충으로 매도당할 뿐.

 

4. 오남용

적절한 논리를 갖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사람까지 진지충이라 부르는 것은 엄연한 단어의 오남용. 이젠 진지함 자체가 ‘핵노잼’, 찌질함, ‘개노답’과 유의어로 여겨져 진지한 스멜이 풍기는 말은 몽땅 진지충으로 취급받는다. 꼭 필요한 내용을 알려주거나 올바르게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들까지 ‘충’으로 보일까봐 전전긍긍 하게 됐다. 이로 인해 SNS나 일상 대화에서 진지한 대화를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사람들은 진지해 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5. 활용

진지충이 되기는 싫지만 진지한 말이 몹시 하고 싶을 때 쓰는 방법이다. 일단 SNS에 진지한 말을 마음껏 쓴다. 그리고 해시태그로 #진지충 혹은 #(진지)(엄격)을 달아준다. 남들이 진지충이라고 공격하기 전에 미리 자아비판을 함으로써 비난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이 글이 노잼이고 진지한 내용이니 감안하고 봐라,라는 친절한 안내의 표시도 된다. 진지한 말도 하고 이를 개그로 승화시킬 수도 있는 일석이조의 활용법이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진지하게 질문. 하지만 진지충으로 매도당할 뿐.

 

Editor 이민석 min@univ.me

Illustrator 전하은

Reporter 신채라 최효정 choihj906@naver.com

곽민지 ginnykwag@hanmail.net

 

진지하되, 벌레는 되지 않는 법

 

지금까지 진지충의 개념적 정의와, 이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살펴봤다. 근데 좀 진지하면 안 되나? 항상 웃기고 재밌어야만 돼? 우리 가끔은 궁서체로 대화하자. 단, 요령껏!

 

1. 상황을 보고 말하자

진지한 멘트는 ‘때’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말을 해도 언제 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천지차이다. 만약 SPA 브랜드에서 친구들과 쇼핑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갑자기 친구 한명이 매우 못마땅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말한다. “너희 SPA 패션이 환경오염의 주범인 건 아니? 게다가 이 브랜드는 일본 극우 기업 브랜드라 독도가 일본 땅이라 주장하는 곳이야.” 즐겁게 쇼핑 하자고 만난 모임이, 상황에 맞지 않는 아는 척, 잘난 척 덕분에 순식간에 냉랭한 공기로 바뀐다. 굳이 이 얘기를 쇼핑 중간에 꼭 해야만 했을까?

 

2. 말하는 태도가 중요

정말 필요해서, 되짚고 넘어가야 해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라서 등. 진지한 얘기를 해야 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면 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궁서체로 한 마디만 하자면”, “웃지 말고 들어줘, 이거 진심이야” 등 위트 있는 사전 밑밥을 깔고 말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진지한 얘기라고 나까지 몸에 힘을 잔뜩 넣고 딱딱하게 말할 필요는 없다. 미소와 농담을 섞어도 충분히 진지한 얘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는 되도록 진지한 얘기를 하는 걸 피하자. 뉘앙스와 제스쳐가 잘 전달되지 않아 괜히 오지랖 부린다는 오해만 살 수 있으니.

 

3. 메시지를 꼭 말로 전달할 필요는 없다

진지한 언행을 하는 이들이 진지충으로 매도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맥락에 맞지 않는 훈장질과 재미도, 감동도 없는 노잼 기질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말일지언정 센스를 끼얹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종 증오 범죄로 숨진 9명의 흑인들을 추모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이야기를 하던 도중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리곤 노래 ‘Amazing Grace’를 부르기 시작했다. 청중들은 환호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를 불렀다. 열 마디의 진지하고 엄숙한 말보다 훨씬 아름답고 깊은 위로였다. 위트와 센스가 가득 담긴 진지함은 진지충이란 손가락질로부터 자유롭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다면, 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긴 노래나 영상을 보여주는 편이 효과도 좋고 거부감도 덜하다.

 

Reporter 남세현 namsh1990@gam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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