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DBpia 인스타그램 계정을 1년 넘게 운영하며 팔로워 7천 명에서 6만 2천 명으로 끌어올린 전직 대학원생, 현직 누리미디어 마케팅팀 구수담 주임. ‘담당자 월급 올려주세요’라는 댓글이 가장 좋다는 확신의 ‘E’인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DBpia 인스타그램을 언제부터 담당했는지?
작년 7월부터 담당했다. 없는 아이디어로 오래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DBpia 계정의 인기를 실감하는지?
팔로워들이 DBpia 논문 스타일로 케이크, 현수막, 논문 키링 등을 제작하여 공유할 때 채널 인기를 실감한다. 커뮤니티나 마케팅 인사이트 채널 등에서 DBpia 콘텐츠를 발견할 때는 도파민이 터지는 기분이다.
앞으로도 많은 분이 콘텐츠를 공유해서 나의 도파민 혈중지수를 치사량에 가깝게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
인기에 비례하여 팔로우도 많이 늘었는지 궁금하다.
담당하기 전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7천 명 정도였다. 현재는 약 6만 2천 명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콘텐츠 마케터라면 다들 이 정도 하는 거 아닌지?(웃음)
논문을 유머 소재로 사용하는 게 조심스러웠을 것 같다. 회사 구성원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연구자의 소중한 성과인 논문을 유머 소재로 사용하는 게 조심스럽긴 하다. 그래서 논문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흥미롭게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논문 소개까지가 우리의 역할이고, 해석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입사 초기 여러 콘텐츠를 시도 했는데 성과가 나쁘지 않아서 임직원이 계속 믿어주신 것 같다. 여러 난관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계속 믿어준 덕분에 지금의 성과를 이뤄냈다.
어떤 콘텐츠를 올린 후 부터 계정이 사랑받았다고 생각하는지?
계정 성장에 도움이 된 두 번의 제작 시도가 있었다.
첫 번째는 논문 제목만 소개하는 콘텐츠다. 내가 담당하기 전에는 콘텐츠 목적이 논문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 담당자가 된 후 제목에 집중한 콘텐츠를 올려보니, 사람들이 흥미로운 연구 주제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는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다. 콘텐츠의 연출이 변하지 않고 소재만 바꿔 가는 운영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다양한 시도를 했고 덕분에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사실 지금도 또 다른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지만 쉽게 나오지 않아 걱정이다.
‘이건 터지는 콘텐츠다!’라고 생각했는데 관심을 받지 못했거나 반대인 경우의 콘텐츠가 있는지?
DBpia 영역 기말고사 콘텐츠를 혼자 실실 웃으면서 제작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아서 시무룩했었다. 논문 초록, 논문 그린… 재밌지 않은지? 나만 재밌는지…
반대로 ‘이게 터진다고?’ 생각했던 건 팔로워 1명당 논문 읽기 1초 콘텐츠다.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어서 당황스러웠다. 브랜드 계정에서 누가 잘생겼다는 반응을 기대하고 예상하면서 콘텐츠를 만들겠는가, 실제로 보면 잘생기지도 않았다.
기억에 남는 댓글이 궁금하다
‘담당자 월급 올려주세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런 댓글 몇 번 나왔는지 세고 있다. 사장님 보고 계시죠?
인스타그램의 성공이 DBpia 홈페이지 및 앱 이용률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지?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소개한 논문의 이용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다.
논문은 어렵고 재미없을 것 같다는 편견을 깨줄 논문이 있다면?
‘썸타기와 어장관리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가장 적합한 논문이라고 생각한다. 논문 내용은 어렵지만 흥미로워서 계속 보게 된다. 게다가 반박 논문도 있어서 일종의 시리즈처럼 볼 수 있다.
반박 논문이 있다는 게 핵심인데, 책이나 논문을 볼 때 그 속에 있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반박 논문은 논문이 하나의 주장일 뿐이고 진리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결국 최종 판단을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콘텐츠를 기획하며 ‘이런 소재까지 논문으로 쓴다고?’ 하는 것이 있었는지?
‘삼국지 등장인물의 MBTI 성격유형에 따른 수염스타일 분석’,
‘대전은 어떻게 ‘노잼도시’가 되었나 : 텍스트 마이닝과 의미 연결망으로 본 ‘장소성’ 소비’,
‘<리그 오브 레전드> 트롤링의 유형과 발생 원인에 대한 인식’,
‘아기울음 멈추는 방법에 관한 음향심리 연구: 우동 먹는 소리의 경우’
‘니체와 프롬의 철학으로 되짚어 본 EXO의 〈으르렁〉’
최근 재밌게 본 논문은 ‘소외된 신체공간의 탄생, 콜라텍’이다. 청소년의 공간으로 시작된 콜라텍이 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게 흥미로웠다.
담당자님이 작성한 논문도 있는지?
대학원 시절 죽어라 썼다. 예술 분야 전공이라 작품 활동에 더 신경을 써서 논문은… 말잇못…
콘텐츠에 사용되는 밈과 드립 실력을 어떻게 갈고닦는지 궁금하다.
contemporary_arts_meme, 상상사진학원, 스픽, 매일유업, 발을씻자 등 소통을 잘하는 SNS 계정에서 밈과 드립을 참고한다. 대학내일에서 운영하는 캐릿도 많이 참고한다.
릴스는 초보라 이것저것 열심히 찾아보는데, 브랜드 계정 중에는 크림을 많이 참고한다. 아이돌 중에서는 에스파가 릴스를 잘 활용해서 레퍼런스 수집을 핑계로 윈터 얼굴 보며 힐링하고 있다.
과제 제출로 한시가 급한 상황 주임님의 선택은? 나무위키vs논문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면 이미 늦었다. 나무위키나 보면서 시간이나 때우겠다. 라고 할 뻔했지만?
DBpia AI뷰어를 이용하면 1분 안에 논문 1편을 뚝딱 읽을 수 있으니, 과제 마감이 촉박해도 논문 읽는 데 문제가 하나도 없다!
앞으로의 DBpia 운영 방향이 궁금하다
DBpia 인스타그램 계정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학회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계정이 되자’. 그래서 다른 콘텐츠에 비해 인게이지먼트가 높지 않더라도 연구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KCI 학술지, 장학금 정보 등의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둘째는 ‘논문의 허들을 낮추자’. 논문은 대학생이나 연구자들만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그런 편견을 없애는 게 DBpia SNS의 가장 큰 목표다. 실제로 논문은 고등학생들이 탐구활동 보고서를 쓸 때도 사용하고, 꼭 학문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책 보듯이 재밌게 볼 수 있는 논문도 많다.
마지막으로, 팔로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적 도파민과 공적 성과를 책임져주셔서 감사하다. 대학원 생활을 해본 입장에서 연구자분들 모두 진심으로 잘되셨으면 좋겠다.
DBpia SNS 콘텐츠를 통해 연구자들의 스몰 토크도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DBpia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거 봤어?” 하면서 말이다. 이런 스몰 토크에서 문득 연구 아이디어가 나오고, 논문이 되고, 노벨상도 나오고… 혹시 이렇게 해서 노벨상을 수상하면 소감에 꼭 언급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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