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더는 네가 미워지지 않는 날이 온다면, 그만큼 좀 더 자라 있을 것 같다.

 

나는 네가 왜 미울까. 왜 싫을까.

 

그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미운 마음, 싫은 마음, 그걸 안고 있는 게 너무 괴로워서. 마음껏 미워하면 차라리 나아지지 않을까? 너란 사람을 천하의 악당처럼 여겨도 봤다. 내 머릿속에서, 너를 벼랑 끝까지 몰고 또 몰아도 봤다. 하지만 그럴수록 쓰라린 부분은 번지듯 커져갔다. 오히려 미움이 낳은 생각들, 상상들에게 밤낮으로 지배당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처음엔 그렇게 짐작했지만, 그건 실수였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나는 횟수가 줄어들긴 했다. 아침에 샤워를 할 때부터 쏟아지던 네 모습들이, 저녁에 침대에 누워도 이불처럼 나를 덮쳐오던 네 말들이, 밥 먹고 일하고 사람들 만나고 술 마시는 일상에 조금씩 자리를 빼앗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미움의 강도가 약해지는 건 아니었다. 원치 않는 타이밍에 불쑥 치고 들어오는 기억 때문에 나는 행복할 수 있는 많은 순간을 놓쳤다.

 

어쩌면 사랑보다 더 지독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했던 순간이 오래도록 남아 나를 웃음 짓게 하는 것처럼, 미워하는 사람이 나를 불행하게 했던 순간 또한 계속 내 곁에 남아 나를 분노케 했다. 그 마음을, 그 생각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게 가장 괴로웠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할수록 반작용처럼 더욱더 떠오르는 감정.

 

너도 아마 알 것이다. 어쩌면 너 또한 나를 이렇게 미워하고 있을 수도 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네가 뭔데 나를 미워하나, 싶기도 했다. 이미 어둠으로 수차례 덧발라진 마음은, 어디서도 정당성을 찾기가 힘들었다. 극과 극을 오가는 마음 사이에서 어쩌면 진짜로 잘못된 건 나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너에게도 사정이 있을 것이다. 없었대도 할 말은 없다. 어쩌면 진짜로, 내 이런 괴로움을 모를지도… 모른다.

 

너 같은 거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건 사실도 아니거니와, 불행하게도 우린 자꾸 마주쳐야 하는 관계였다.‘사람을 피한다’는 건 이전의 내 삶에 없던 문장이었다. 너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내가 왜 어떤 장소를 피하고 어떤 시간을 피하고, 그러고도 예기치 못하는 순간에 마주쳐서 힘들어 해야 하는가. 그냥 한번 잊어보자. 자기최면을 걸면 아주 안될 일도 아닐 거라 여겼다. 얼마간은 효과가 있는 듯했다. 이것도 나쁘지 않잖아? 물론, 나쁘진 않았지만 유효기간이 짧았다.

 

결국엔 미움의 원인을 찾아내서 그걸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내 것인데도 이 마음의 시발점이 정확히 어딘지 도통 찾을 수 없었다. 너를 찾아가서 그때 왜 그랬어요, 나는 당신이 왜 미울까요, 묻고 싶을 정도다. 누군가는 내게 조언했다. 어렵겠지만 그 사람과 마주 앉아서 내 마음을 찬찬히 풀어놓으면, 조금은 해소될 거라고.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걸. 머릿 속에 시나리오를 적었다 지웠다 적었다 지웠다 수도 없이 반복했지만 적확한 것은 없었다. 게다가 대답을, 가장 적절한 대답을 듣는다 한들 미워하는 이 마음이 사라질까? 그마저 확신할 수 없었다. 네가 반박을 해도 화가 솟구칠 것이고, 고개를 주억거려도 의심을 거둘 순 없을 테니까.

 

마음껏 욕을 하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담아두니까 속으로 곪는 거라고 했다. 말하다보면 풀리게 되어 있다고도 했던 것 같다. 듣고보니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여기저기 말을 해봤다. 엄밀히 말하면 말을 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나를 괴롭혔던 순간들은,말로 하면 할수록 더욱 선명해졌다. 그 사람을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 그를 미워하라고 설득하고 있는 것 같은 나 자신의 모습도 비참했다.

 

부끄럽다. 서른이 다 되도록 나는 누군가를‘잘’ 미워하는 방법조차 깨닫지 못했구나. 아니, 잘 미워하는 것은 고사하고 내 속에 생겨버린 미움을 다루는 법조차 전혀 모르는 채다. ‘좋아하는 것이 특기’라며 헤죽거리고 다녔던 과거가 부끄러워졌다. 그간 작은 미움을 모르는 척하고 살아왔던 것이 결국 나를 이렇게 취약하게 만든 것일까. 첫사랑에게 마음이 온통 쏟아졌던 것처럼, 내게는 낯선 미움을 안겨준 존재에게 마음이 쏟아지다 못해 엎어졌다. 바닥까지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괜찮을까? 정말 괜찮은 걸까? 연애에 서툰 사람이 연애 박사들의 조언을 주워담듯, 나 또한 하릴없이 주변의 이야기만 듣고 또 듣는다.

 

나는 계속 생각한다. 답을 찾고 싶다. 언젠가 더는 네가 미워지지 않는 날이 온다면, 그만큼 좀 더 자라 있을 것 같다. 다만 그것이 처음 바랐던 것처럼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은 아니었으면 한다. 그건 의미 없다. 훗날 또 내 마음속에 미움이 들어오면, 같은 방식으로 속절없이 당하게 될 테니까. 이만큼 살아도 아직 내 감정이 이렇게 어렵기만 하다니…. 역시 인간의 삶은 너무 어렵다.

 

P.S 독자 여러분, 좋은 방법 있으면 소개시켜주세요. 미움에 관해서 저는 좀 순진… 아니 멍청합니다.

 

 

 

Editor in chief 전아론 aron@univ.me

Illustrator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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