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10대, 20대 시절에 어떤 SNS를 즐겨 하셨나요? 80년대~90년대생인 밀레니얼 세대들은 대체로 ‘싸이월드’, ‘프리챌’ 처럼 지금은 사라진 홈페이지, 혹은 커뮤니티 형태의 SNS를 주로 이용하셨을테죠. 영상과 숏폼에 익숙하지 않았던 당시엔, 이미지와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를 미니홈피에 자주 업로드했습니다. 콘텐츠라기보다는 개개인의 일상 혹은 감정을 담아낸 ‘온라인 일기장’에 가까운 게시물이었죠(공개 다이어리 기능이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친구관계(일촌) 중심의 네트워크였던 텍스트 기반의 플랫폼이 쇠퇴하고, 팔로워 기반의 공개형 SNS로 주도권이 넘어가며 SNS에 업로드되는 게시물 내용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현재 사용자들은 유익하고, 재미있고, 공유할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기대하죠. 개개인의 감정 표현이 TMI로 받아들이는 시대의 기조가 만연해지며, 개인의 감정을 드러내는 콘텐츠들은 점차 피드에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숏폼 영상이 주 콘텐츠를 이루는 틱톡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상을 공유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틱톡을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죠. 하지만 최근 들어 본인의 감정과 욕구를 숏폼으로 드러내는 Z세대들이 틱톡에서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슬픈 배경음악을 깔고 실연당한 모습을 찍거나,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찍어서 업로드하고, 나의 숨겨진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챌린지에 적극 참여하는 등, 틱톡이 ‘감정과 욕구’를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20년 전 밀레니얼 세대가 SNS를 즐기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렇게 틱톡을 이용하는 Z세대들이 본인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꺼내 보여준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러한 현상을 언박싱(Unboxing)이라고 표현해 봤습니다. 단순한 드러내기가 아닌, 내면의 특별한 부분을 하나씩 열어서 보여주는 과정을 상징하죠.

 

이번 트렌드 레터에서도 각계 전문가들, 그리고 대학내일의 트렌드 크롤러와 함께 ‘셀프 언박싱’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 보려고 합니다.

 

 

 

슬픈 감정마저 서슴없이, ‘눈물 셀카’의 숏폼 버전

틱톡과 같은 숏폼 플랫폼은 지금까지 ‘디스플레이’ 중심의 공간으로 작동했습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주로 게시되던 콘텐츠들은 특정 주제, 챌린지, 트렌드에 초점을 맞춘 퍼포먼스 기반의 창작물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죠. 이는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잡아 ‘좋아요’, ‘팔로우’ 같은 인터랙션을 얻어내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숏폼 플랫폼의 콘텐츠는 크리에이터 본인의 감정이 배제된 채, 시각적 임팩트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틱톡에서 Z세대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사뭇 다릅니다. 이들은 과거 싸이월드 같은 SNS에서 유행하던 눈물 셀카처럼, 숨기고 싶은 순간이나 감정까지도 서슴없이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일례로, 2021년 발표된 가수 김나영의 노래 <다른 누구 말고 너야>를 BGM으로 활용해 ‘애인과 이별 후 슬퍼하는 순간’, ‘첫사랑 회상’, ‘힘든 썰 풀기’등 감정적인 순간을 숏폼으로 찍어 게재하는 게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Z세대가 이별 후 우는 본인의 모습을 찍어 업로드하는 현상은 최근 몇 년간의 SNS에서는 보여지지 않았던, 틱톡 플랫폼에서 정말 오랜만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10대 때 눈물 셀카를 올렸듯 이런 현상을 좀 더 일반론적으로 접근했을 때, 고승연 작가는 ‘청소년기에는 원래 그런 것에 대한 부끄러움 자체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10대 청소년기에는 사실상 사회생활을 하는 20대 중후반 이상의 성인들처럼 ‘이걸 누가 봤을 때 어떤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 자체를 덜 한다는 것이죠.

 

 

위 이미지에서 보듯 ‘감수성’의 창구였던 과거 싸이월드와 유사한 역할을 하던 SNS는 많지 않습니다. 최근까지의 이미지 기반 SNS는 대체로 감수성의 영역을 배제한 채, 화려한 삶과 자랑할 만한 사생활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었죠.

 

하지만 갑자기, 틱톡에서 Z세대가 본인들의 슬픈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틱톡이 일방적으로 ‘삶을 게시하는’ 디스플레이 콘텐츠를 넘어, 상호작용(interaction)을 동반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같은 숏폼 플랫폼을 이용하는 유저들이 서로의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며 동질감(tribeship)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이재흔 연구원은 SNS에 익숙한 1020세대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간 자아 혹은 관계를 크게 구분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자신의 일상을 꾸밈 없이 드러내고, 감정을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틱톡 플랫폼 내에서도 단순히 ‘부럽다’, ‘멋지다’ 같은 일방적 공감에서 그치지 않고, 댓글로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더 긴밀하게 교류하고 연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한편 이런 행위를 일종의 ‘밈’으로 해석하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습니다. 이시한 작가는 이런 유저들의 행위를 ‘다른 이들로부터 위로와 지지를 받고, 위안을 얻으려는 행위’로 해석하면서도, 동시에 “이렇게 우는 모습을 찍으면 조회수가 잘 나온다”는 식의 유머와 자조적 태도로 ‘이별 앞에서도 쿨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일종의 유행하는 밈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친구에게만 공개하는 스토리에는 정말 그 순간순간 제가 느끼는 감정을 올리곤 해요. 예를 들면, 자존감이 낮아졌다거나 알바를 하다가 좋지 않은 일을 겪었을 때 친한 친구들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커지거든요. 스토리 답장을 받을 걸 고려하고 찡찡거린다?(ㅋㅋㅋㅠ)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 김소리, 24

 

 

감정 표출이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또 다른 콘텐츠 사례도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슈히(@shoohee_)의 경우, 사랑과 연애에 관한 여러 조언을 담은 숏폼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인데요. 그녀가 업로드하는 숏폼 댓글을 보면 많은 10대, 20대 유저들이 본인이 처한 상황을 적고 위로 또는 해결방법을 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SNS 플랫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본인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챌린지 문화

앞서 언급한대로 ‘감정 언박싱’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동시에 챌린지 분야에서도 독특한 문화가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본인의 반전 매력을 어필하는 형태의 챌린지 문화가 그것인데요. 기존의 틱톡 챌린지들이 대체로 쉬운 안무 위주의 참여형 놀이 형태를 띄고 있던 반면, 최근의 챌린지들은 즐기기보다는 본인의 반전 매력을 어필하며 공들여 제작하는 형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시한 작가는 앞서 언급한 ‘눈물 셀카’에 가까운 영상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날것의 모습’을 이상화하는 Z세대의 경향과 맞닿아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런 경향은 SNS로 행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행복 피로감’에 대한 반작용에서 기인했다고 해석했는데요. 재미있게도 이와 완전히 대조되는 모습도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필터, 이모티콘, 편집 기술, 그리고 분장 등을 활용해 영상이 아예 대놓고 꾸민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런 양가적인 심리는 Z세대들에게 ‘나의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물었을 때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누군가는 ‘더 꾸며진’ 모습을 원하기도 하죠.

저는 ‘자연스러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인스타그램에 하도 과한 보정, 필터, 효과 등이 만연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는 것 같아요. “나 눈 크고 예쁘지?” 하는 셀카보다, “어쩌다 찍혔는데 넘 자연스럽게 잘 나왔지?” 하는 후면 카메라가 더 선호되는 것 같아요 – 김소리, 24

역시 얼굴이 실물보다 잘 나왔느냐가 중요하죠. ㅎㅎ 뭔가 상황을 기록하고 싶은 것도 있어서 그 주변 환경이 예쁘게 잘 나왔는가, 상황이 잘 보이는가도 중요한 것 같아요. – 손민교, 21

최근 유행한 바 있는 #어둠챌린지도 Z세대의 이런 심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밝은 조명 아래에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꾸밈 없는 모습의 내가, 불이 꺼지면 반전 몸매 실루엣을 드러내는 챌린지인데요. 생각해 보면 숏폼을 만들기 위해 옷을 갈아 입고, 교차편집까지 해야 하는 다소 번거로운 이 챌린지가 유행한 이유는 본인의 숨겨진 매력을 남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욕구 때문일 겁니다.

 

비슷한 사례면서도 훨씬 난이도가 있는 #태극기챌린지의 경우, 그 극적인 효과 때문에 주로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이는 해외에서 유행 중인 #플래그챌린지가 국내로 유입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가별 크리에이터들이 자국의 국기를 허공에 그리고는,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멋진 이미지로 변신하는 이른바 ‘국뽕’ 콘텐츠인데요. 이런 애국심 뿐 아니라 본인의 반전 매력까지 적극적으로 어필하고자 하는 Z세대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플래그챌린지

 

고승연 작가는 이런 특수한 챌린지가 ‘특정 세대의 트렌드를 대표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어린 세대들이 굳이 열심히 뛰어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늘상 봐 오던 유희의 하나로 받아들여왔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오래 전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이런저런 놀이를 하고, 까불거리며 춤을 추던 그런 놀이를 이 세대는 늘상 온라인에서, 소셜에서, 커뮤니티에서 해 왔기에 ‘딱히 특별할 게 없는 행위’라는 것이죠.

 

챌린지 뿐 아니라 일상 숏폼을 업로드하는 Z세대 사이에서도 이런 자연스러운 심리에서 시작된 숏폼이 유행하기도 했는데요. 축제 시즌에 많이 업로드되고 있는 #학교축제 영상이 그렇습니다. 해당 해시태그로 검색해 보면, 학교 축제 장기자랑 무대에서 활약하는 Z세대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사실 이는 2000년대 초, 막 생겨나기 시작한 국내 비디오 플랫폼(엠군, 판도라TV 등)에서도 자주 업로드 되던 영상입니다.

 

다만, 당시엔 축제에서 찍은 영상을 제3자가 업로드해 “이 사람 누구냐”라는 반응이 확산되는 식으로 영상의 주인공이 바이럴된 데 비해, 틱톡에서는 본인이 직접 영상을 업로드합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유희로서의 행위이자 동시에 본인 스스로를 어필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영상을 걸고 “SNS를 많이 따인 날”이라며 자랑하는 멘트를 다는 유저들이 있는 것처럼요.

 

이런 콘텐츠에는 나의 이런 멋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다는 Z세대의 자기 확인 욕구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동시에 같은 경험을 공유한 다른 사용자, 혹은 또래들로부터 “나도 그랬어”, “멋지다”라는 피드백을 받으며 소속감을 느끼기도 하죠. 물론 무엇보다도 모두가 인플루언서인 요즘, 틱톡 알고리즘의 노출을 노리고 인플루언서로 거듭나고 싶다는 욕구가 최우선이겠지만요.

 

숏폼으로 취향과 관심사를 전시하고 수집하는 트렌드

SNS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Z세대의 관심사는 아마 패션(#가을코디, #패딩추천)일 겁니다. 특별한 노력 없이 좋아하는 옷을 입고 거울 셀카를 찍거나, 남이 찍어준 자연스러운 일상을 업로드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미지 기반의 SNS에서는 이미 수많은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활동하고 있고, 좀 더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의 경우 롱폼 영상 플랫폼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틱톡에서는 조금 더 독특한 형태의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코디 콘텐츠인데요. 흔히 본인의 데일리룩을 소개하는 OOTD 콘텐츠 외에도, 본인이 직접 옷을 입지 않고 누끼 이미지만으로 코디를 짜는 10대들도 자주 보입니다.

 

틱톡에서 유행하고 있는 #코디 룩북 콘텐츠

 

요즘의 Z세대는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본인의 패션과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이에 걸림돌이 되는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 신분이라는 거죠. 마음 내키는대로 입고 싶은 옷을 사 입을 수는 없지만, 패션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아이돌 문화에 익숙한 Z세대들은 이미 ‘잘 입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기준 정도는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쇼핑몰 등에서 가져온 브랜드 의류의 이미지를 조합해 ‘룩’을 만들어 공유합니다. 마치 옛날에 유행했던 종이 인형 옷 입히기 놀이를 하듯, 각 부위 별 제품을 모아 어울리도록 조합해 룩북을 만드는 것이죠. 여기에 해당 코디가 어울리는 상황 혹은 장소를 붙이는 식으로 제목을 잡아 콘텐츠를 공유합니다. <11월 초 롯데월드 코디 추천> 같은 식으로요. 일종의 ‘큐레이션’이죠.

 

고승연 작가는 이런 ‘룩북 만들기’ 같은 콘텐츠가 한편으로 일종의 ‘외모 MBTI’ 같은 ‘전시의 형태’라고 말합니다. 4개의 알파벳으로 설명되는 각각의 세분화된 모습을 나열해 일종의 ‘성격 패키지’를 완성하고 또 드러내는 MBTI가 유행했듯, 자신의 취향을 바탕으로 부위별 세분화된 취향을 나열하고, 이를 통합해 전체 패키지를 만들어 ‘룩북’이라는 패키지로 공유하는 것이죠. 이는 크리에이터의 어떤 대단한 전략적 고민의 결과라기보다는, 유행과 유희에 가깝다고 해석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크리에이터의 취향을 바탕으로 완성된 룩은 틱톡 내에서 활발하게 공유가 됩니다. 적개는 수백 개에서, 많으면 몇천 회 이상의 스크랩이 되며 서로의 코디를 공유하고 또 스크랩하죠.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온 사례지만, 공부 영상을 업로드하는 현상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틱톡 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10대 ‘공부 인플루언서’가 있을 정도인데요. 이들은 본인이 푸는 학습지 정보부터 아이템(노트, 펜)을 비롯해 플래닝 노하우까지 공유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해당 숏폼을 소비하는 유저들이 댓글로 이런저런 정보를 묻고, 인플루언서가 대답해 주는 식이죠.

 

이런 취향과 관심사 기반의 콘텐츠는 단순히 재미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유저들은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타인과 공유하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하죠. 이렇게 ‘취향’을 공유하는 콘텐츠는 알고리즘과 결합되어 더 넓은 범위로 확산됩니다. 이는 사용자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디지털 공간에서 충분히 주목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도 하죠.

 

화장이나 머리 스타일을 참고하려고 많이 저장을 눌러요. 저장에 담아두고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서 골라 꺼내는 느낌으로. 잘 꾸미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참고를 많이 하려고 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맛집! 맛집을 진짜 많이 수집하고 있어요. SNS에서 보고, 블로그까지 확인하고 가면 엄청 실패하는 법은 없더라고요. – 손민교, 21

나와 취향이 맞는지, 나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팔로우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제가 찾고 있는 정보를 꾸준히 준다면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팔로우 합니다! – 최솔라, 23

이시한 작가는 직장이나 가족, 학교 선후배 같은 사회적 의무감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Z세대들은 게임 채널이나 팬덤 커뮤니티, 혹은 환경 문제, 사회적 정의 같은 취향와 가치를 공유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알고리즘으로 유사한 취향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과 쉽게 연결될 수 있게 해 주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 덕분이기도 하죠.

 

이렇게 틱톡의 취향 기반 콘텐츠는 단순히 자신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수단으로서 이용되기도 합니다. 동시에 자신의 감각과 지식을 자산으로 활용하는 셀프 브랜딩 도구의 역할도 겸하고 있죠.

 


 

 

크리에이터 인터뷰

앞서 틱톡에서 본인을 전방위로 드러내는 Z세대의 특징을 알아봤는데요. 이번 레터에서는 Z세대의 취미, 특히 아이돌 문화 관련 취미를 가진 유저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크리에이터 설이당(@sul2e0님을 만나봤습니다. Z세대 주력 취미의 최전선에서, 그 현장을 생생하게 겪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틱톡에 업로드하고 계신 영상을 (머글의 시선에서) 굉장히 신기하고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이른바 ‘앨범깡’을 주력 콘텐츠로 제작하고 계시는데요. 이런 기획으로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아이유 덕질을 했어요. 그래서 앨범을 모으거나 CD로 음악을 듣는 걸 좋아했죠. 예전에는 음반이 주얼케이스로 된 CD로만 발매됐는데, 어느 순간부터 앨범 구성품이 다양해지더라고요. 특히 앨범에 무작위로 들어 있는 포토 카드를 확인할 때처럼 ‘설레는 순간’을 기록하려고 콘텐츠를 만들고 올렸어요. 그러자 점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했죠. 처음부터 의도한 기획은 아니었어요.

 

손재주가 정말 좋으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앨범 스크랩 영상을 보고 감탄했거든요.

손재주가 좋은 건 10대 시절부터 덕질을 열심히 하기도 했고, 원래 일기, 다꾸 같은 걸 취미로 오래 해 온 덕인 것 같아요. 실제로 처음 올린 영상도 원래는 ‘다꾸’ 영상이었어요. 앨범 스크랩은 팔로워분들이 요청해 주셔서 시작한 콘텐츠예요. 특히 (여자)아이들 앨범으로 스크랩해서 올린 영상이 엄청나게 많은 반응을 얻었죠. 저도 이렇게까지 많이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어요.

 

다른 영상 플랫폼이 아닌 틱톡으로 이런 영상을 올려야겠다고 결심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친오빠가 거의 반년 동안 “취미로 하는 걸 영상으로 좀 찍어서 올려 봐라.”라고 닦달했어요.(웃음) 근데 이제 유튜브는 뭔가 무거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뭔가 본격적으로 해야 할 것 같고요. 오히려 틱톡 쪽이 더 자유롭고 개방적인 느낌이었어요. 유튜버가 될 건 아니니까. 나는 ‘기록’이 목적이니까 틱톡을 해 보자. 그렇게 시작한 거죠.

 

설이당님 외에도 앨범깡이나 아이돌 굿즈를 리뷰하는 크리에이터가 많더라고요. 이런 레드오션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많은 크리에이터분들이 ‘높은 텐션’으로 앨범깡을 제작하시더라고요. 원하던 카드가 나오면 소리를 지른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저는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볼 때 눈이 아프지 않게 채도를 낮춘다든지, 가급적 말소리도 넣지 않고 ASMR을 듣는 것처럼 귀를 편안하게 하려고 노력하죠.

 

 

혹시 실제로 팔로워와 만난 적도 있나요?

있어요. 제가 보통 브이로그를 올릴 땐 눈만 찍어서 올리거든요? 그런데 그것만 보고도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신기했어요. 콘서트장 같은 곳에서 저를 보고 멀리서 다가오셔서는 “혹시 설밈 님이세요?”라고 물으시곤 해요. 미리 준비해 둔 편지나 선물을 주시는 분도 계셨고요.

 

덕질을 취미로 하시다가, 이제는 덕질을 당하고 계시네요. 그런 분들은 대체로 10대들이겠죠? 아뇨.

저도 10대, 20대를 주력으로 타겟팅한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저희 어머니 연배쯤 되시는 분도 계시고, 20대, 30대 성인 남자분들도 계세요. 아마 아이유 팬클럽 분들이 저를 많이 알아보셔서 그런 것 같아요. 저도 대부분 10대 친구들이 저를 팔로워하고 있을 거라 예상하긴 해요.

 

댓글로도 팔로워들과 많이 소통하시던데요. 설이당님이 생각하실 때, 요즘 Z세대의 소비문화 관련해서 좀 독특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씀씀이에 있어서 저희 때보다 자기 주관이 확실해졌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사실 10대 때 굿즈나 앨범을 그렇게까지 많이 구매하진 못했거든요. 요즘 친구들은 본인이 직접 벌어서 앨범을 구매하고, 필요 없어지면 팔아서 다시 다른 앨범을 구입해요. 소비 방식이 훨씬 자율적으로 변한 거죠.

 

생각해 보면 저도 10대 시절의 소비 생활이 지금보다 훨씬 제한적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변화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요즘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하고 싶은 걸 하려고 자퇴하는 것을 굳이 막으려 하지 않는다더라고요. 부모님 세대의 인식이 바뀌면서 자녀들도 함께 바뀌지 않았나 싶어요. 두발 단속이나 교복처럼, 자율성을 억압받던 시대에서 이제는 좀 더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시대로 변한 거죠.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쓰면서 어린 친구들도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세상을 알게 된(?) 것도 이유일 수 있다고 봐요.

 

어쩌면 이런 독특한 부분은 SNS에서 활동하는 Z세대의 반응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설이당님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10대 팔로워들을 보면 어때요?

주관이 뚜렷해졌기 때문일까요? 똑같은 스크랩 영상이더라도 내가 관심이 없는 대상을 다루면 좋아요나 댓글 등 반응을 잘 안 하더라고요. 보통 특정 시리즈가 마음에 들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뮤지션을 다루더라도 눈길 정도는 줄 수 있잖아요?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정말 호불호가 확실하구나 싶어요.

 

 

영상을 보면 10대로 보이는 친구들의 댓글 피드백도 엄청 많이 달리더라고요.

“색감을 바꿔 주시면 안 되나요?”, “조명을 꺼서 찍으면 좋겠어요”, “구도를 다르게 찍어주세요” 같은 요청들이 정말 많아요. 자원 낭비나 환경 문제를 생각하는 댓글도 꽤 있어요. 앨범 스크랩 영상에 “앨범을 저렇게 찢으면 낭비 아닌가요?” 같은 댓글이 달린다든지, 비닐을 활용하는 굿즈 제작 영상에 “재생지를 쓰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댓글이 많이 달리기도 하죠.

 

그런 댓글이나 피드백에 어떻게 반응하시는 편인가요?

“OO를 다뤄주세요” 같은, 주제에 대한 요청 사항은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하지만, 색감, 구도 같은 구체적인 제작 관련 요청은 제가 잘 안 받아 줘요. 다만 비닐 관련 피드백을 본 이후로는 이제 무조건 친환경 옥수수 생분해 비닐을 활용하고 있어요. 요구 사항을 수용하니, 긍정적인 피드백도 빠르게 오더라고요. “빠른 반영 감사드린다”고요.

 

MBTI가 J라고 들었어요. 내년도 계획이 벌써 있으실 것 같은데, 미리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제가 실은 직장인이라, 회사 일과 병행을 하고 있다 보니 찍어두고 올리지 못한 영상이 많아요. 내년에는 영상을 지금보다 더 자주 올릴 예정입니다.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구독자분들이 또 ‘애칭’을 만들자고 하시더라고요. 그것도 한 번 정해 볼까 싶고요.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새로운 콘텐츠 혹은 아예 새로운 채널을 개설해 볼 생각도 하고 있어요. 아마 영상을 시작한 이후 가장 바쁘게, 가장 많은 걸 도전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주목할 만한 크리에이터

 

백동욱(https://www.tiktok.com/@donguk2da) – 팔로워 3M / 좋아요 63.7M

남다른 패션 센스와 숏폼 제작 역량으로 많은 팔로우를 보유하고 있는 크리에이터입니다. 그는 앞서 언급한 ‘#태극기 챌린지’에 무려 3회나 참여한 바 있는데요. 세 영상 총합 3,200만회 이상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며 “국기 챌린지 원탑”이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매 숏폼마다 항상 다른 옷을 입고 나오면서도 힙함을 잃지 않아 Z세대의 ‘추구미’를 저격하고 있습니다.

– 반드시 봐야 할 영상 – 태권도 국기챌린지 영상

 

 

슈히(https://www.tiktok.com/@shoohee_) – 팔로워 505.4K / 좋아요 36.3M

연애 관련 뼈 때리는(?) 조언을 퍼붓는 크리에이터 슈히입니다. 때로는 희망적이고, 때로는 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그녀의 진심어린 조언이 담긴 숏폼은 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독보적인 기획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는 캐릭터도 멋지지만, 무엇보다 숏폼에 남겨진 수많은 Z세대의 고민 댓글로 요즘 세대들의 연애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 반드시 봐야 할 영상 – 그 사람 놔주세요

 

 

끌리진아(https://www.tiktok.com/@iamdeena_) – 팔로워 904.8K / 좋아요 9.9M

끌리진아는 다양한 취향과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여러 종류의 큐레이션을 제공합니다. 숏폼 대부분은 일상 브이로그 형태로 연재되지만, 데이트 코스 추천부터 OOTD, 책 추천까지 비정기적으로 업로드하는 취향 기반 크리에이터입니다. 여러 취미를 갖고 있지만 가볍게 파지 않는다는 요즘 Z세대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반드시 봐야 할 영상 – 155cm 지그재그 코디 완성

 


 

지금까지 Z세대가 틱톡으로 자신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셀프 언박싱’ 트렌드를 짚어봤는데요, 간단하게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셀프 언박싱(Self Unboxing) – Z세대들이 숏폼 플랫폼을 통해 본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자아를 표출하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며, 취향을 수집하는 현상

 

1. 슬픈 감정까지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세대
– Z세대는 과거와 달리 실연, 첫사랑의 추억 같은 감정적이고 솔직한 순간을 ‘숏폼 콘텐츠’로 드러내기를 원함.
– 자신을 숨기기보다 드러내고 공감을 유도하며, 동시대의 사용자들과 소속감을 공유함.

 

2. 본인의 자아와 매력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세대
– <어둠챌린지>, <플래그챌린지> 등 단순한 안무 챌린지에서 벗어나, 교차편집이나 분장 등 번거로운 작업을 감수해야 하는 챌린지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본인의 매력을 어필함.
– #학교축제 같은 해시태그를 사용하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돋보이던 본인의 모습을 스스로 업로드하며 스스로의 또 다른 자아와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함.

 

3. 취향과 관심사를 전시하고 수집하는 세대
– 틱톡의 유저들은 본인의 취향을 큐레이션하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수집하는 창구로도 틱톡을 활용하고 있음.
– 크리에이터들은 패션 룩북, 코디 조합, 공부법 추천 같은 콘텐츠를 통해 본인의 취향을 전시하고, 취향 기반의 영향력을 강화하며 본인을 브랜딩하기를 원함.

 

이렇게 정리해 보면, 4분기의 ‘셀프 언박싱’ 트렌드는 3분기에 언급했던 ‘숏폼 트라이브’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1020세대들은 숏폼이라는 콘텐츠를 향유하는 트라이브십을 공유하며 서로 연결되고, 여기서 형성된 동질감을 바탕으로 틱톡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스스로를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게 되는 것일지도요.

 

틱톡의 경우 다른 플랫폼보다 편집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좋고, Z세대가 주 이용층이기에 이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공감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용자들도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오글거린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그렇기에 자신의 모습이나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내 모습이나 감정을 드러내도 괜찮은 안전지대의 느낌이죠.


향후 Z세대의 SNS 사용 방식은 더 꾸밈없이 자신의 모습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 같습니다. 특정한 감정 등으로 수많은 관계의 타래가 형성되죠. 온라인에서 맺는 관계가 더 복잡해지고 입체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 관계의 레이어를 세분화하려는 니즈가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

 

감정을 적당히 숨기는 것이 현대사회의 미덕처럼 여겨지는 시대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Z세대들은 틱톡으로 자신의 감정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본인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변화지만, 바로 이 점이 우리가 틱톡이라는 플랫폼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내년에도 계속 변화할 마이크로 트렌드를 파악하려면, 젊은 세대들이 자신을 가장 활발하게 표현하는 플랫폼에서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해야겠죠. 2025년에도 트렌드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면 틱톡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1020 세대의 움직임을 따라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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