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우엔 학교에서 첫 경험을 했다. 옆자리 짝이 그날따라 유난히 교과서를 소리 내어 넘기는데, 소리가 날 때마다 몸 어딘가가 간지러웠다. 그냥 책 넘기는 소리일 뿐인데! 앉은 자리에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묘한 기분이었다. 책장 넘기는 소리 외에도 싸인 펜으로 글씨 쓰는 소리, 미용실에 갈 때마다 비슷한 간질간질함이 느껴졌다. 최근에서야 이런 느낌을 ASMR(a.k.a 에스머)이라는 단어로 부른다는 걸 알고, 유레카! 를 외쳤다. 역시 나만 느끼는 게 아니었어!

이런 느낌이라면 이해가 될까?

오르가즘까지는 아니더라도 특정한 소리나 노래를 들으면 몸이 반응한다거나, 누군가 머리를 빗겨줄 때 기분이 나른해진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ASMR을 경험한 것이다.  ASMR이란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로, 직역하면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라고 한다.

한국어인데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기분 좋은 소름‘이라는 표현이 이해하기 더 쉬울 것 같다. 사실 ASMR은 의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고 알려져 있다. 특정 소리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좋은 기억과 연결되면서 몸이 반응하는 것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ASMR을 경험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뒷 목부터 시작해 다리까지 간질거리는 느낌이 퍼져 나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불면증 치료, 스트레스 완화, 성감 개발(…?) 에 효과적이라는 간증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 Grace Allison/Oh Joy Sex Toy

사람마다 편안하게 느끼는 색깔이 다르듯 ASMR 역시 다르다. 당신만의 ASMR을 발견해보자고 <ASMR 반응테스트>를 준비했다. 이 중에서 조금이라도 반응이 오는 것이 있다면 그 소리가 당신의 것일 확률이 높다.

준비물 :  헤드폰, 조용한 장소, 편안한 자세와 복장

볼륨은 최대로!

<ASMR 반응테스트>

1. 구기는 소리(Crinkle sounds)

얇은 종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로 빵집에서 사온 빵을 개봉할 때 들을 수 있는 소리기도 하다. 빵 맛있겠다…☆

이렇게 사물의 소리만 담은 영상들(No-talking)은 자신만의 ASMR을 찾았거나 특정 소리를 집중적으로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2. 글씨 쓰는 소리

사각사각 연필로 종이에 글씨를 쓰는 소리. 이외에도 매직, 볼펜, 싸인펜, 칠판에 분필로 글씨 쓰기 등 다양한 재료가 있으니 취향껏 좋아하는 재료의 소리를 찾아보자.

3. 두드리는 소리/탭핑(Tapping)

짠! 사람이 나와서 놀랐지! 사실 말 없이 소리만 내는 것보다 업로더가 진행을 하는 ASMR 영상이 대부분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야’하며 보기 시작하지만 속삭이는 목소리 덕분에 이미 떡실신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상 속의 두드리는 소리(Tapping sound)는 소리로 사물을 표현해야 하는 ASMR 영상에서 기본이 되는 소리.

4. 속삭이는 소리(Whispering)

왼쪽 귀에 가까이 대고 속삭이듯 이야기하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작업의 기술. 속삭임 역시 ASMR 영상의 기본으로 거의 모든 제작자가 이렇게 소근거리며 이야기한다. 이 언니는 아이디부터 Gentlewhispering으로 무려 구독자가 41만명이나 되는 인기녀. 영어로 뉴욕타임즈를 읽어주는데 잠이 안 올 수가 없다…

5. 미용실 역할놀이(Hairshop roleplay)

다른 사람이 머리를 만져줄 때 기분 좋은 소름이 돋는 건 나만 그런거임? 실제로 미용실에 온 것처럼 가위질하는 소리가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전체 영상에는 두피마사지부터 물 소리, 샴푸 내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포함되어 있다. 다만 머리 자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음.

6. 귀 청소 소리(Ear-cleaning)

엄마 무릎에 누운 것 같은 편안함을 주는 귀 청소 소리 영상. 엄마가 귀를 파 줄 때마다 스르륵 잠들곤 했는데 그 때의 기억을 새록새록 불러온다. 옹골차게 들어찬 귀지를 파내는 소리에 듣는 내가 다 시원하다. 외국만큼 많지는 않지만 한국에도 인기 있는 여성 업로더들이 있는데 이 영상은 한국인 업로더 ‘수제비’가 제작한 것!

7. 마사지 역할놀이(Massage shop roleplay)

한국인 업로더 미니유의 아로마 마사지샵 롤플레이. 실제 마사지샵에 온 것처럼 말을 걸고 차도 내주고 마사지도 해준다. 역할극이 오글거린다고? 인기 ASMR 영상 100개를 분석해보니 그 중 40%가 역할극이었다. 뇌에 저장된 장소에 대한 기억을 불러내는데 역할극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증거.

8. 메이크업 역할놀이(Makeup shop roleplay)

여자들 중 메이크업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혹시 남자도?). 샵에 앉아 부드러운 손으로 톡톡 얼굴에 화장품을 발라주는 걸 누가 싫어할까! 메이크업 도구들을 찾으면서 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나 브러쉬로 얼굴 쓸어주는 소리도 특히 좋다.

저기여? 벌써 잠드셨어여?

이 중에서 위에서 말한 간질거리는 느낌이 든다든지 몸이 나른해졌다면 ★축 ASMR 세계 입성★

여자친구, 남자친구 ASMR, 스타워즈 ASMR(….) 등 그 장르가 무궁무진하니 자기 취향을 찾아 들어보자.

느끼지 못했다 할 지라도 슬퍼하지 말자. 계속 찾는 자에게 열릴지이니.

※주의: ASMR은 일주일에 2~3회만 들을 것. 중독되면 ASMR을 듣지 않고는 못 자는 부작용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