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대외활동이 몇 개나 존재하는지 아는가? 대략 백사장의 모래알 만큼이라 치자. 그 중에서 소위 인기 좋고, 혜택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다 하는 활동은 모래 한 줌 쥐어질 정도에 불과하다. 애석하게도 스펙 한 줄을 빌미로 값싸게 대학생들을 부리는 악덕한 활동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다. 어떤 활동이 내게 좋고 나쁜지 몸으로 부닥쳐가며 배우는 것도 좋지만, 우리네 삶과 청춘은 너무 유한하지 않은가?

 

그래서 준비했다. 대외활동에 지원하기 전 모집공고에서 볼 수 있는 적신호 7가지를 위험도에 따라 뽑아봤다. 이 시그널만 탐지해도 못돼먹은 대외활동은 80%쯤 걸러낼 수 있을걸?

 

 

이런 걸로 딱딱 걸러지면 얼마나 좋아

 

 

1. 활동 이름을 검색했을 때 후기가 없거나 매우 적다.

+위험도 30%

 

왜겠는가? 아주 유명하지 않거나, 후기를 작성하다가 부들부들 치가 떨려 그만뒀거나, 후기를 남길 만큼의 의미가 없는 활동이었던 것. 그래도 위험을 단정 지을 단계는 아니다. 관심 가는 활동인데 후기가 없어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모집공고에 쓰인 운영국 측에 적극적으로 질문하자. 어떤 활동을 하는지, 어떤 학생을 뽑고자 하는지, 학사 일정과 병행한다면 무리가 있는 정도는 아닌지 등등. 귀찮을 정도만 아니라면 추후 지원했을 때 당신의 지원서를 한 번쯤 다시 들여다볼 것이다.
전 기수들의 활동 후기를 검색해보는 과정은 생각보다 중요하니 귀찮더라도 꼭 거치자. 활동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지원서나 면접 팁을 얻을 수도 있다.

 

 

2. 지역별로 할당되어있다.

+위험도 40%

 

서울/경인 00명, 충북 00명, 경북 00명… 그렇다. 지방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에게도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취지는 아주 바람직하다. 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수도권 학생들에 비해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지역 사람들끼리는 친해질 수 있으나 지원할 때 기대했던 ‘전국 단위의 인적 네트워크’는 실현되지 않을 확률이 큼.

 

실제 사례가 있다. S모 기자단에서는 매달 서울에서 정기모임을 가지되 전라도, 부산 등은 거리가 멀어 부담될 수 있으니 ‘자유롭게 참석’하라 말했다. 그리고 정기모임으로 친해진 수도권 학생들과 운영국은 종종 서울에서 번개 모임을 가졌다. 다음 달 모임에 나온 지방 학생들은 미묘한 어색함을 느꼈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빈자리도 보였다. 이 모호한 배려의 결론은? 활동을 마무리하는 해단식까지 불참자가 발생했으며 친한 지역끼리 똘똘 뭉쳐 놀다가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3. 1기다.

+위험도 50%

 

역사가 유구한 대외활동일수록 활동의 질이 보장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활동을 거친 선배도 많고, 괜찮은 활동이기에 오래 지속되는 것이며, 기수를 거듭할수록 모양을 갖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1기는 많은 리스크를 가진다. 아무리 큰 기업에서 운영하는 활동이어도 활동내용과 프로세스가 보장되지 않았고, 자칫 실험적인 활동의 희생양이 될 위험이 있다. 1기 활동에서 짙은 망smell을 느끼고 세상에서 영영 사라져버린 활동들도 우주의 먼지만큼 많을 것이다.

 

기수가 오래되고 유명한 활동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합격할 확률이 높기에, 1기 활동은 많은 이들이 ‘뭣도 모르고’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정말, 매우, 미친 듯이 관심 가는 분야라서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게 아니라면 지원에 더욱 신중을 기하자. 앞서 거쳐 간 수많은 이들의 서글픈 망 이력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4. 지원서에 SNS 친구 수를 쓰라고 한다.

+위험도 60%

 

대부분의 대외활동에서 하는 일이 결국은 바이럴 마케팅이다. 보다 친근하고 전파 속도가 빠른 대학생들의 입을 빌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홍보 효과를 거두려는 것이다. 그래 뭐 바이럴 할 수도 있지. 하지만 무엇이 주가 되느냐에 따라 이 활동의 옥석이 가려진다. 궁극적인 목표가 홍보일지언정 그보다 기업과 대학생의 동반성장, 다양한 인맥과 경험 등에 초점을 맞춘 활동도 많다. SNS 친구 수와 방문자 수를 합격의 잣대로 삼는 곳은 비교적 ‘바이럴 마케팅의 수단’으로 대학생을 선발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바이럴 마케팅을 배우느냐? 이도 저도 아니라 해당 기업 블로그, 페이스북의 글을 인력거마냥 퍼다 나르거나 ‘좋아요 기계’로 전락할 가능성이 공활한 가을하늘마냥 높음.

 

실제 사례를 보자. A모 서포터즈의 운영국은 기업 영상의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온갖 커뮤니티, 웹사이트에 퍼 나르고 수치를 제출하게 한 뒤 이를 토대로 우수 활동자를 시상했다. 닥치는 대로 태그를 해야하는 통에 연락 끊긴 동창, 밥 한번 먹은 어색한 후배, 전전 남친까지 연락했다던 쓰라린 후문…

#마케팅_실무라더니 #실무_수치플

 

 

5. 모집인원이 100명 이상이다.

+위험도 70%

 

소수 정예 활동에 비해 붙을 확률은 높으나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방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재석 뺨치는 리더십이 아닌 이상 각지에서 모인 100명이 넘는 대학생들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케어해주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온 힘을 다해 살아날 구멍을 찾거나, 도태되어 이도 저도 아닌 채 표류하다 수료증만 받아들기 십상이다.

 

사례를 보자. 200명이 넘는 인원을 선발하는 K모 활동의 경우 상당(하게 보이기만)한 혜택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직접 겪어본 대다수의 이들은 자신이 경쟁 사회에 던져진 들러리 같았다며 지나간 1년을 회고한다. 상당했던 혜택은 활동을 2년 이상 수료한 이들, 그 중에서도 상위 소수에게 주어졌으며 그 과정에는 활동비 한 푼 없이 수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야만 했다. 세렝게티 같은 현실에 제대로 부딪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 혹은 큰 압박 없이 스펙 한 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추천하겠다.

 

 

6. 활동비로 자사 포인트, 문화상품권 등을 지급한다.

+위험도 80%

 

물론 포인트를 유용하게 잘 쓰면 그만이다. 그러나 활동비로 자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는 것은 곧 당신을 ‘소비자’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연/문화 활동에서 ‘우리 공연을 볼 수 있는 티켓을 주겠다’, ‘우리가 운영하는 행사나 컨퍼런스에 우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 역시 열정페이를 최선을 다해 돌려 말한 사례.

 

 

7. 혜택에 ‘수료증, 명함’이 강조되어있다.

+위험도 90%

 

또는, 그게 전부라면?

 

“줄 수 있는 게♪ 이 종이밖에 없다♬”
금테 두른 수료증? 그럴싸한 명함? 그거 못 주는 활동 없다. 줄 만한 혜택이 더 없어 이런 기본 반찬을 강조해놓은 모집공고라면 일단 적신호를 켜고 봐야 한다. 관심 있는 기업 실무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제공’?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순진한 학생을 상대로 한 기업의 횡포, 착취나 다를 것이 없다. 활동하느라 왔다갔다할 최소한의 교통비도 지원해주지 않는 활동은 곧 돈 주고 하는 알바와 진배없다는 얘기.

 

 

출처: 웹툰 <대학일기>

 

 

정신 차리고 걸러내야 할 때다

 

 

‘대외활동 꼭 해야 하나요?’
‘대외활동 많이 하면 취업에 유리한가요?’
‘대외활동 몇 개가 적당한가요?’

 

대학생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단골 질문들이다. 대외활동은 단어 그대로 학교 밖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업을 보다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활동인 것이며 사실 취업의 잣대가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어찌 보면 취업을 위한 대외활동에 쉼 없이 지원서를 작성하고 스펙 한 줄을 채워나가는 과정이 우리나라 취업시장의 왜곡된 단면 같다.

 

하지만 제대로 된 대외활동은 종종 한 사람의 성격을, 진로를, 크게는 인생을 바꿔주기도 한다. 현명하게 고른 활동 하나, 열 사회경험 안 부럽다. 내 옷처럼 잘 어울리는 대외활동을 통해 학교 너머까지 시야를 넓히는 기회로 삼으면 되는 거다. 부디 대학생들 등골 쪽쪽 빨아먹는 촉수 같은 기업에게 속지 말고 야무지게 골라잡자. 열정페이 척결! 개념 활동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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