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3월 31일 우리 앞에 정체를 드러낸 검은 그림자. 매주 미스터리한 사건을 쏟아내며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로부터 23년 후, 놈은 1000번째 사건을 준비하는데…

 

 

…는 SBS 간판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이야기다. <그알>이 다루는 사건의 범인들도 뻔뻔하고 잔인해 분노를 참을 수 없지만, 더 화나는 건 그들을 둘러싼 검은 연결고리들이다. 23년의 세월동안 시청자들의 분노 게이지를 담당한 그 양반들,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님들 그렇게 살고도 오겡끼 데쓰까?!?!?

 

1. 형제복지원장 박인근

– [932회] 홀로코스트, 그리고 27년 – 형제복지원의 진실

– [977회] 형제복지원 다시 1년,, 검은배후는 누구인가

 

 

WHO? 한국판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을 운영한 박 원장 그리고 배후 세력

WHEN? 1975년~1987년, 오늘날까지

WHAT?

부산 형제복지원은 전두환 정권에 설립된 전국 최대 규모의 ‘부랑인’ 수용 시설이다. 시설이 폐쇄된 1987년까지 3,000여 명이 이곳에서 강제노역을 당했고, 513명의 사람이 이유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1987년 우연히 수용자들을 목격한 검사의 수사로 형제복지원의 죄상이 밝혀졌다. 매년 20억 원의 국고를 지원받은 박인근 원장은 원생들을 축사에 감금시키며 목장과 운전 교습소를 짓게 했던 것. 모든 보조금과 작업수당은 박 원장이 빌딩, 골프장을 사는 데 들어갔다. 박 원장과 그의 측근들은 총 6개의 죄목으로 기소되었지만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는 데 그친다.

 

HOW?

민주화 운동이 한창일 당시 전두환 정권은 이 거대한 인권 유린 사건을 덮고자 했다. 결국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못했다.

 

근황

박 씨 일가는 여전히 ‘실로암의 집’이라는 복지재단을 운영하며 ‘복지재벌’로 거듭나 있었다. 2005년 박 원장 재단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18억 원을 불법 대출받은 것이 확인됐다. 최근 박 원장의 아들은 40여억 원을 받고 재단을 ‘승계’했다.

 

2.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경찰과 검찰

– [898회] 979 소년범과 약촌 오거리의 진실

– [994회] 친구의 비밀-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WHO? 익산 경찰서 담당 형사와 검찰

WHEN? 2000년

WHAT? 15살 가짜 살인범을 만들다

전라북도 익산 약촌 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살해당한 채로 발견됐다. 용의자는 당시 15세였던 최 군. 그는 뚜렷한 물적 증거 없이 자백만으로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최씨가 진술한 칼의 크기는 피해자 몸에 남은 상처의 크기와 맞지 않았고, 최 씨의 소지품에는 혈흔반응조차 없었다. 택시에 남은 지문도 최 씨와 일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 그는 살인범이 되었다.

 

HOW?

익산 경찰서 담당 형사들은 사건 목격자이자 다방 배달부였던 15세 중학생 최 씨를 용의자로 지목, 구타 및 협박으로 거짓 자백을 받아낸다. 결국 최씨는 억울하게 징역 10년을 살게 된다.

 

사건 발생 3년 후,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을 알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된다. 수사 결과 긴급 체포된 김 씨는 범행동기와 경위까지 모두 털어놓으며 자신의 죄를 순순히 인정한다. 하지만 구속영장은 결국 기각된다. 살해에 사용된 칼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흉기였던 ‘칼’을 찾기 위해 쓰레기 매립장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기각하고 결국 김 씨는 2006년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범행을 자백했던 김 씨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한 달 후 범행을 부인하고 새로운 진술을 하면서 수사는 중단됐다.

 

근황

당시 김 씨의 범행을 도왔다고 자백한 임 씨는 3년 전 자살했다. 임 씨는 마음속에 묻어둔 일이 걸렸는지 부모님께 자꾸 무섭다고 했다고 한다. 김 씨는 이름을 바꿨다. 과거를 지운 채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김 씨. 임 씨의 장례식에서 만난 친구들조차 그를 모른척했다. 해외로 골프 휴가를 떠났다는 그는 끝내 만날 수 없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경찰은 표창을 받았다. <그알> 취재 팀이 당시 담당 형사를 찾자 되레 왜 죄인 취급을 하느냐며 역정을 낸다. 불행 중 다행일까. 살인죄에 적용되는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이른바 ‘태완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 사건의 공소시효 또한 폐지되었다. 2015년, 사건은 다시 시작되었다. 앞으로 진행될 재수사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자.

 

3. 여대생 청부 살인 사건 ‘사모님’

– [895회]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 여대생 청부살해사건, 그 후

– [900회] 죄와 벌 –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그 후

 

 

 

WHO? 사모님(윤 씨)

WHEN? 2002년

WHAT? 사위와의 불륜을 의심해 여대생 청부 살해

2002년 경기도 하남 검단산에서 머리와 얼굴에 공기총 6발을 맞은 채 숨진 여대생이 발견됐다. 수사 결과 한 중견 기업 회장의 사모님 윤 씨가 청부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 씨는 판사 사위와 여대생 하 양이 불륜관계에 있다고 의심해, 20여 명을 동원해 그녀를 미행한다. 여대생은 사위의 사촌 동생이었고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의심이었다. 그러나 사모님의 의심은 끝나지 않았고, 결국 여대생 하지혜 양을 청부 살해했다.

 

2004년, 청부 살해에 가담한 3명에게 무기징역형을 확정판결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사모님은 처벌받는 대신, 병원 특실에서 생활해왔다.

 

HOW?

유방암, 파킨슨증후군, 우울증 등 무려 12가지가 넘는 병명이 기재된 진단서를 통해 형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낸 것. 주치의가 거액의 돈을 건네받고 허위로 작성해 준 진단서였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윤 씨 측 변호사와 형 집행정지 허가를 내준 검사는 고등학교, 대학 동기인 데다가 사법연수원 동기생이었다. 검사와 변호사 모두 기억나는 것이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돈과 힘이 있는 자리에서 법은 전혀 다른 질서로 움직였다.

 

근황

2013년 <그알> 방송 이후 국회에서는 일명 ‘사모님 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사모님 남편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으로,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주치의는 징역 8개월에서 벌금 500만 원으로 감형됐다.

 

‘청부 살해 사모님’으로 더 유명해진 영남제분은 올해 초 ‘한탑’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사모님의 활동도 왕성하다. 올해 초 억대 세금 소송을 걸었다가 패소했다고 한다. 12가지 질병도 돈 앞에서는 괜찮아지는가보다.

 

4. 기억을 잃은 교수님

– [975회] 캠퍼스 문자 괴담의 진실, 그들은 왜 침묵하는가

 

 

 

WHO? S대 강 교수와 A 교수

WHEN? 십수 년 전부터 상습적으로

WHAT? 여학생 성추행

강 교수와 A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일삼아 왔다. 피해 학생의 범위는 재학생을 넘어 십수 년 전 졸업한 학생까지 이어졌다.

 

HOW?

Step 1. 1대 1로 만나자고 한다.

Step 2. 술을 마신다.

Step 3. 성추행

Step 4. 기억하지 못한다(고 잡아뗀다).

 

두 교수의 패턴은 같았다. 학생과 1대 1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고, 어김없이 성적 발언을 일삼거나 더듬고 강제로 포옹하는 등의 추행을 했다. 강 교수는 혐의는 인정하지만 몇 해 전 뇌수술을 받았기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했다. A 교수는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을 들었는데도 기억나지 않는단다.

 

학점과 인턴을 위한 추천서 한 장 한 장이 아쉬운 시기, 피해 학생들은 함부로 입을 열 수 없었다. 학생들이 침묵하자 교수들의 만행은 더해갔다. 과거에는 자신이 지도교수로 있는 대학원생들이 주 표적이었다면, 이제는 학부생들에게까지 거리낌 없이 추행을 저질렀다.

 

학교도 이들의 범죄에 도움을 제공했다. 정직에 그치거나 파면되었다가도 취소 신청을 하면 곧 교수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를 성추행한 교수의 수업을 다시 들어야 한다? 학교도 법도 믿을 수 없었다.

 

근황

강 교수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신상정보 공개, 16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등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강 교수는 항소했고 이에 검찰은 1심 판결이 지나치게 가벼웠다며 징역 5년과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을 구형했다. 강 교수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 달 24일 열린다.

 

A교수는 지난 6월 파면되었다. 이로 인해 5년간 국·공립대 교원 임용이 금지됐으며 교원 연금도 받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얼마 전 A 교수는 파면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청 심사를 신청했다. 항소에 파면 취소 신청이라니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약자들을 위한 ‘국민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 알고 싶은 것이 더는 없는 세상은 안 오려나…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는 투명한 사회가 되어 프로그램이 폐지되는(응?) 그 날을 기대해본다.

 

 

+ 아침 저녁 쌀쌀해진 날씨에 다시 열 받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그알> 회차

961회 사모님과 경비원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주거나 심부름을 시키는 등 모욕감을 준 ‘사모님’. 모멸감에 분신까지 한 경비원의 이야기.

 

969회 백화점 모녀와 땅콩회항

한 백화점, 주차요원을 무릎꿇게 한 백화점 모녀와 비행기를 돌려 세운 그녀. 그 갑질 뒤 더 열받아야 하는 건 재벌들의 35법칙(징역3년 집행유예5년)이라 말하는 회차

 

997회 ‘쓰싸’와 ‘가스’ – 인분교수의 특별한 수업

“입에 재갈을 물린 다음에 손발을 결박하고 비닐봉지를 얼굴에 씌워서 가스를 살이 탈 정도로 뿌리고…” 최근 화제가 된 ‘인분교수’에 대한 회차. 상상도 할 수 없는 엽기적인 가혹 행위를 한 돌+I 교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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