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격

 

“손님~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아메리카노가 나오셨다니? 맞춤법이 틀렸다고? 그 전에 당신이 알아둬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의 한 시간 몸값(5580원)은 때때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 싸다는 것을. 최저임금으로 본 나는 과연 얼마짜리 사람일까?

 

(   )시간 일하면 사람답게 산다

 

우리나라의 올해 최저시급은 5580원, 오늘 하루 쓴 돈을 벌기 위해, 당신은 몇 시간을 일해야 할까? 개강을 맞이한 두 대학생의 하루 치 가계부를 열어봤다. 쓴 만큼 벌려면, 24시간이 모자랄지도….

 

 

 

 

창문 있는 방에서 살기 위한 시간

 

– 이름: 김선화(21)
– 고시원에서 만난 남친과 알콩달콩 연애 중
– 덜 먹고 덜 쓰면 창문 열고 살 수 있다

 

내 고향은 전라북도 군산이다. 고향집에 있을 땐, 엄마가 꽃게탕을 해주시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 중구 한 고시원의 2평짜리 방에서 살아가는 몸이다.
고시원에서 주는 밥과 김치로 조촐한 아침을 차려먹다 보면, 숨죽은 배춧잎이 마치 내 모습 같아 짠하다. 그래도 고시원 옆방에 사는 남자친구를 보며 힘을 내곤 한다.
하지만 이제 곧 개강. 시 수업의 교재 가격이 2만8000원이라니…. 중고책을 찾기 어려워서 새 책을 샀다.
개강 첫날이라 수업은 2시에 끝. 친구들과 명동 맛집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주신 용돈을 쓰기가 죄송스러워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에어컨 없는 방안에 앉아있자니 등 언저리가 땀으로 축축했다.
남자친구와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3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이젠 다른 학교 학생들과 영어 스터디를 하러 가야 했다. 카페 밖을 내다보니 해가 반쯤 내려와 있었다.
저녁거리를 사러 서울역 롯데마트로 향했다. 걸어서 한 시간 거리지만, “운동도 되고 좋지” 라며 남친과 함께 웃었다.
집에 올 때는 버스를 탔다. 돌아와 저녁을 만들어먹은 뒤 빨래를 돌렸다. 늦은 밤. 2평짜리 내 방 침대에 누워 좋은 꿈을 꾸기로 마음먹었다.

 

이 날 쓴 돈은 1일 핸드폰 요금과 방값을 포함해 총 7만 5730원.

하루 쓴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은 13.5시간

 

Reporter 김선화 tjsghk0648@naver.com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위한 시간

 

– 이름: 권성한(25)

– 알바, 서울살이, 성공적.
– 몸 관리와 맛집 탐방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과외와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나가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하지만 몸 관리와 맛집 탐방에는 돈을 아끼고 싶지 않다.
개강을 앞두고 몸을 만들기 위해 크로스핏을 신청했다. 한 달에 25만원이니 싼 편은 아니지만 요즘 대세인 운동인데, 이 정도쯤은 감수하려 한다.
아침엔 흑석동 집에서 버스로 15분 거리인 여의도의 운동 센터로 간다. 운동을 마치고는 인근의 샌드위치 맛집에서 닭가슴살과 아몬드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골랐다. 샌드위치를 사기 위해 여의도 직장인들과 함께 줄을 서니 나도 괜스레 열심히 사는 존재같이 느껴졌다.
산뜻하게 아침을 시작하고 학교로 향했다. 개강 시작.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방학 동안의 일을 풀어놨다. 친구들과 학교 근처의 샤브샤브 식당으로 옮긴 뒤 수다를 이어나갔다. 곧 디저트 가게로 이동해 못다 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남은 공강 시간을 때우기 위해 친구들과 노래방으로 향했다.
신나게 노래를 하고 나니 어느새 수업이다. 수업이 끝난 뒤엔 과외를 하러 간다. 과외는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생활비와 원천이다. 절대로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학생에게 각종 맛있는 간식들을 매일 사간다.
저녁에는 친구들과의 모임에 가기로 했다. 오늘 하루도 먹고 즐기며 무사히 끝낼 수 있기를.

 

이 날 쓴 돈은 1일 핸드폰 요금과 방값을 포함해 총 13만 1800원.

하루 쓴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은 23.6시간

 

Reporter 권성한 freedom_han@naver.com

 

 

최저시급으로 살 수 있는 것들

 

 

 

 

Reporter 임기훈 윤소진 s10carrot@gmail.com

Iillustrator 전하은

 

 

프라푸치노 나오셨습니다

 

 

“손님~ 프라푸치노 나오셨습니다.” 존대법을 모르냐는 손님의 말에 직원이 이렇게 대답한다. “맞는 말입니다. 프라푸치노님이 저보다 더 높으시거든요.” 6600원짜리 음료보다 더 싼 돈(5580원)으로 일한다는 자조 섞인 농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내년부터 6030원으로 오른다. 올해보다 450원 더 많아지지만, 여전히 프라푸치노는 우리의 몸값보다 높다.

 

나는 스무 살 때 카페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때 나의 가격을 처음으로 알았다. 1시간에 4100원이었다. 식탁을 닦고 서빙을 하고, 계산을 하고 바닥도 쓸었다. 두 달간 일한 뒤엔 죽집으로 옮겼다.
이번에는 나의 1시간에 4300원이 매겨졌다. 시급 200원이 올랐다는 사실이 크게 감격스럽진 않았다. 하지만 월말에 한꺼번에 받는 돈을 보니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학생 신분으로 이만큼 벌기도 쉽지 않아 보였고, 생활비를 벌어서 쓰면 “꽤 열심히 사는군”이라는 칭찬도 종종 받을 수 있으니까 그냥 계속 했다.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사람마다 지출하고 싶은 항목은 천차만별일 거다. 패리스 힐튼이라면 파티에 돈을 쓰고, 힙합가수 도끼라면 벤츠를 사는데 쓸 테지만. 나는 여행에 돈을 쓰고 싶었다.
지중해에 발을 담그고 끝없는 바다를 보는 상상, 클림트의 작품을 직접 보는 기분. 쿠바에서 피우는 시가는 어떤 맛일까? 아이슬란드에선 무슨 냄새가 날까? 가야 할 곳이 많았다. 돈이 없으면 못 가잖아. 그래서 시작한 아르바이트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때 번 돈으로는 단 한 군데도 못 갔다. 먹고 움직이고 숨 쉬는 일에도 모두 돈이 들어갔다.
전공 책을 사야하고, 점심도 먹어야 하고, 가끔은 모임에 나가서 맥주도 마시고, 코 묻은 돈을 모아 적금도 넣고…. 비행기 표를 끊으려니 나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내가 어떻게 모은 돈인데!’ 고개 숙이며 일한 대가로 여행을 하는 게 영 내키질 않았다.

 

얼마 전에 친구들을 만났다. ‘지옥’ 같은 ‘헬조선’을 뜨겠다고 한다. 열심히 해봐야 ‘노력충’만 될 뿐이라고.
뉴스를 보니 올 7월 청년 실업자 수는 74만 4000명. 뉴스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을 보니 “겨우 74만 명? 통계가 잘못된 거 아니야?” 한 국회의원은 딸의 취업을 청탁해서 조사를 받는 중이고, ‘이민계’를 드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절망으로 자욱한 이곳은 진짜 ‘헬’인지도 모른다. 방송인 유병재가 말한 것처럼,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자만이 금수저 밑에서 일할 수 있다’는 얘기는 사실일지도.

 

예나 지금이나 난 그대로지만 취업한 뒤에 변한 건 딱 하나다. 가고 싶던 곳을 한 곳씩 여행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어느 곳에선 4100원짜리였고, 다른 곳에선 1만원짜리였다.
하지만 수다 떨기와 낮잠, 해수욕을 좋아하는 내게 가격을 매기고 싶진 않다. ‘프라푸치노님 나오셨다’는 말엔 웃고 말았지만 누군가 나의 값을 위치와 신분으로 매기는 것에는 앞으로도 계속 반발하고 싶다.

 

Editor 조아라 ahrajo@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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