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단골 여행지로 꼽힌다. 거리도 가깝고 같은 문화권이기 때문. 최근 저가항공이 늘어남에 따라 제주보다 일본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위 지도에 표시된 곳들 역시 국내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하지만 여행지기 이전에 1939년 일본에서 국민징용령을 공포한 후 1945년 광복 때까지 약 100만여 명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 동원됐던 곳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에서 찾은 우토로마을

 

역사 속에서 잊혀졌던 그곳이 최근 MBC ‘무한도전’을 통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랐다. ‘무한도전’에서 찾은 우토로마을은 일본 재벌 기업 ‘닛산’에서 태평양전쟁 당시 군용 비행기 및 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조선인들을 강제징용했던 곳이다. 조선인들의 통한이 깃들어 있는 곳이 우토로마을 뿐이 아니다.

 

일본 전역에 이르러 조선인 노동자가 징용된 작업장은 총 2679곳. 조선인들은 군수공장, 군 공사장, 토목건축, 석탄광산, 금속광산, 항만 운수작업장, 삼림벌채장, 집단농장 등에 배치됐다. 그중 대다수는 탄광에서 일했다. 가장 험난하고 사고 발생률이 높은 곳이었다. 그들은 매일 12시간 넘게 고된 노동을 했고, 그럼에도 수중에 들어온 월급은 거의 없었다. 목숨을 잃어도 유골조차 제대로 이 땅에 들어오지 못했다.

 

 

1. 나가사키

 

 

 

나가사키에는 일본 재벌 그룹 ‘미쓰비시’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강제동원해 기업 소유 탄광에 배치했다. 나가사키 만에는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1945년 직전까지 조선인 노무자 4700여 명이 근무했다.

 

조선소에서 배로 30분 떨어진 곳에는 다카시마섬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최근 이슈가 된 하시마섬, 일명 군함도가 있다.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조선인 수천 명이 이 두 곳에 강제동원됐다. 당시 다카시마는 ‘지옥섬’, 하시마는 ‘감옥섬’으로 불렸다.

 

조선인 노동자들은 45도가 넘는 굴 안에서 몸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12시간 이상 일을 했다. 바닷물이 갱내로 들어와 살이 헐고 짓물렀으며 숙소 역시 제방 아래에 있어 자다가도 파도가 밀려 들어오는 일이 허다했다.

 

노역 중 각종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몸이 안좋아 일을 쉬겠다고 하면 돌아오는 건 모진 매질뿐이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바다에 뛰어들어 탈출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가사키조선소

 

하시마섬. 출처 filkr

 

 

2. 후쿠오카

 

 

후쿠오카 내에는 석탄, 토건, 공장, 금광 등 다양한 기업체가 몰려 있었다. 이곳에 동원된 조선인은 1944년 1월 당시 총 11만 3061명이었다. 그중 노역자들에게 가장 악명 높은 곳은 아소 탄광이었다.

 

아소 탄광은 후쿠오카 내 조선인 절반 이상을 데려갔으며 다른 기업보다 압제가 심했고 작업환경도 최악으로 꼽혔다. 1936년, 갱 내부 화재가 발생했는데 다른 곳에 옮겨붙을 것을 우려해 갱목을 막아 25명의 조선인이 갱 안에서 숨진 사건도 있다. 요시쿠마 탄광이 있던 자리에서는 폐광한 지 25년 뒤인 1985년, 땅속에서 504명 분의 유골이 발견되기도 했다. 대부분 조선인으로 추정된다.

 

이 아소 탄광의 집안이 바로 제92대 일본 내각 총리대신을 맡았던 아소 다로의 집안이다. 현재 아소 탄광 중 한 곳인 요시쿠마 탄광은 27홀 규모의 ‘아소이즈카 골프 클럽’으로 재개발됐다.

 

후쿠오카에는 아소 탄광 외에도 미쓰이 계열의 미이케 탄광이 있었다. 1944년 당시 미쓰이 계열 탄광에는 약 6만 명의 조선인이 동원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폐허가 된 이곳에는 ‘징용희생자 위령비’가 있는데, 우판근 씨가 1990년부터 5년간 미쓰이 그룹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해 설립했다. 수많은 조선인이 피땀 흘렸던 미이케 탄광의 미야하라갱과 만다갱은 현재 일본 국가중요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미이케 광업소

 

 

3. 홋카이도

 

 

홋카이도는 일본 전체 석탄 매장량의 절반을 차지한 곳이다. 그만큼 탄광 수도 많았다. 그 중 조선인 강제 동원 기업만 251개에 달한다. 이곳에는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조선인 약 15만 명 이상이 징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숨진 사람만 2000명이 넘는다.

 

홋카이도는 우리에게 영화 ‘러브레터’로 잘 알려져 있다. 한겨울이면 눈이 사람 키만큼 쌓이기도 한다. 그만큼 작업 환경은 열악했다. 감시도 삼엄했다. 특히 신일본제철 무로란 제철소(현 와니시 제철소)는 규모가 도쿄돔 86배 크기로 탈출조차 힘들었다. 이곳에서는 군대식으로 아침저녁으로 점호하고, 식사 때마다 황국신민의 선서를 했다. 행진과 총검술도 배웠다.

 

조선인들은 조선인 기숙사 ‘료’에서 생활했는데 그 중 탈출 경력이 있거나 생산량이 부족한 사람은 ‘다코베야’로 옮겨갔다. ‘다코베야’는 일본어로 ‘문어방’을 의미한다. 문어를 잡을 때 쓰는 항아리처럼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것. 이는 메이지 시대 홋카이도 개척 당시 죄수들을 동원했던 방식이다. 홋카이도 내 탄광에서는 매일같이 매질 소리와 울음, 비명이 울려 퍼졌다고 한다.

 

샤쿠베쓰 탄광 입구(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소장)

 

4. 아키타

 

 

KBS 드라마 ‘아이리스’ 명대사 중 하나인 “이 동상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 이 대사는 이후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의 배경이었던 다자와호에는 그 동상에 어린 전설보다 더 깊은 슬픔이 서려 있다.

 

아키타현 내 조선인 강제 동원 사업소는 총 71곳. 지금까지 확인된 강제 동원 인원은 1만 3000여 명에 이른다. 아마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 중 2000여 명이 다자와 호 수력 발전소 도수로 공사에 동원됐다. 이들은 2년 간 8.5km에 이르는 구간을 기계 없이 오로지 곡괭이와 삽만으로 땅을 파고 건물을 올렸다.

 

탄광에도 수천명의 사람들이 동원됐다. 그 중 가즈노 시에 위치한 오사리자와 광산은 현재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현재 공식 명칭은 ‘사적 오사리자와 광산’. 2007년 일본 근대화 산업 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곳 어디에서도 조선인 노동자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다자와호 인어상. 출처 filkr

 

5. 도야마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세계적인 산악관광 루트로 꼽히는 곳이 바로 도야마 현 도야마시다. 하지만 70년 전까지 이곳에는 조선인 소녀들이 대거 끌려와 강도 높은 노동을 했다.

 

이 소녀들을 이르던 말,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정신대’란 ‘일본국가를 위해 솔선해서 몸 바치는 부대’라는 뜻이다. (종군위안부와는 다른 의미다) 일본에서 성별 관계없이 인력 동원을 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즉, 남성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까지 착취하겠다는 것.

 

순박했던 소녀들은 ‘일본 가면 고등교육을 배울 수 있다’는 꼬임이나 ‘네가 가지 않으면 다른 가족을 보내겠다’는 반협박에 도야마 땅을 밟았다. 그리고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서 비행기에 들어갈 베어링을 만들기 위해 매일 10시간 이상씩 쇠를 깎았다.

 

1945년 당시 도야마 공장에서 일하던 조선 소녀들은 1089명에 이른다. 도야마 공장 외에도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도쿄아사이토 누마즈 공장에도 약 300명 씩 조선인 소녀들이 있었다.

 

정신대로 끌려온 전라북도 소녀들

 

일본에 발이 묶여 70~80년동안 타향살이를 했음에도, 할머니에게 한국은 영원히 ‘우리나라’다.

 

 

위에 명시된 곳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뿐 아니라 한반도, 남사할린, 중국, 만주, 태평양, 동남아시아, 타이완 등지로 강제 동원됐다. 노무와 군무원까지 모두 합쳐 약 78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문제는 위안부와 더불어 일본의 그 어떤 사과나 보상이 없다는 것이다. 광복 70주년, 수백만 명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아직도 힘겹게 싸우고 있다.

 

아래는 홋카이도 탄광에서 노역했던 강삼술 할아버지가 쓴 가사다. 당시 상황과 심경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Designed by 김지현

 

참고도서

허광무·오일환·이상의·정혜경·조건, 2015『일제 강제동원 Q&A』선인

정혜경, 2013『홋카이도 최초의 탄광 가야누마와 조선인 강제동원』 선인

윤지현, 2013『파도가 지키는 감옥섬』 선인

김호경·권기석·우성규, 2015『일제 강제동원, 그 알려지지 않은 역사』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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