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처럼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계속 눈길이 간다. 작은 몸에서 내뿜는 아우라가 가끔은 무서울 정도다. 눈빛 하나만으로 사람을 이끄는 힘. 이거야말로 배우가 가져야 할 제1의 덕목이 아닐까. 남들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은 세월이 흐날수록 가치가 빛나는 법. 내가 만난 고아성은 어린 나이에 데뷔해 지금껏 대단한 발자취를 쌓아왔지만, 아직 가진 것을 모두 풀어놓지 않은 무서운 배우였다.

 

눈빛 하나 만으로 사람을 이끄는 힘. 이거야말로 배우가 가져야 할 제1의 덕목이 아닐까.

눈빛 하나 만으로 사람을 이끄는 힘. 이거야말로 배우가 가져야 할 제1의 덕목이 아닐까.

스물 넷, 인턴, 그리고 배우

실제로 만나보니 그동안 맡았던 배역과 실제 모습이 비슷하신 것 같아요.

차분하고 진지한 느낌이요. 어, 그래요? 매번 실제 모습이랑 다르게 연기한 건데….(시무룩)

 

아, 그런 뜻이 아니라 이미지가 좋다는 의미였어요.(당황) 연기하실 때 실제 성격이 많이 반영되나요?

아무래도 그렇죠. 대본마다 다르긴 한데 <풍문으로 들었소> 정성주 작가님은 배우의 평소 말투를 굉장히 많이 반영해주세요. 대본이 인쇄될 때 제 말투가 찍혀서 나와요. 처음에 보고 엄청 신기했죠. 그런데 이번 <오피스> 찍으면서는 평소 제 성격과 말투가 많이 묻어 나오지 못했어요. 억눌려 있는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거든요. 자신감이 결여된 어순 구조 같은 걸 많이 연구해서 연기에 반영했습니다.

 

‘인턴’이란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지금 24살이에요. 주변에 인턴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엄청 많아요. 심지어 저희 친언니도 촬영 당시 인턴을 하고 있었죠. 그래서 다양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어요. 가장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소속감이 모호한 외부인’ 같다는 이야기였어요. 이 말이 캐릭터를 만들 때 가장 도움이 됐던 포인트였고요. 회사에 직접 가 책상에 앉아보고 커피도 타보고 복사도 해봤는데, 연기를 할 때 실질적인 도움은 별로 안 되는 것 같았어요. 이런 행동적인 것보단 조직의 말단에 있으면서 겪는 스트레스나 자격지심 같은 심리적인 부분을 깊이 고민해본 게 더 도움이 됐어요.

 

어릴 때부터 쭉 배우 생활을 하고 계신 건데, 만약 아성씨가 평범한 회사원이 됐다면 어땠을 것 같아요?

전 회사생활 절~대 못할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니려면 냉철하고 이성적이어야 하는데 저는 그러기엔 성격이 너무 감성적이에요. 어딜 가나 착하고 성실한데 일은 못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제가 맡은 ‘이미례’가 딱 그런 캐릭터에요. 미례를 보면서 ‘에휴, 차라리 못되기라도 하지…’란 생각을 했었거든요. 근데 연기를 하다 보니 미례의 모습이 그냥 고아성의 모습이더라고요. 성실함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내 안에도 이런 면이 참 많구나 싶었어요. 그러면서 회사원은 절대 못했을 것 같단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죠.

 

매 번 작품을 끝낼 때 마다 느끼는 점들이 다를 것 같아요. <오피스> 촬영이 끝나고선 어땠나요?

일단 속이 시원했어요. 하기 싫은 것을 끝내서 속 시원하다는 게 아니에요. 그동안 억누르는 배역을 많이 맡았었는데 처음으로 ‘발산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니 뻥 뚫리는 시원함 같은 게 있었어요. 그리고 여태껏 다른 작품들에선 제 실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많이 맡았잖아요. 은연중에 진짜 제 나이의 캐릭터를 연기하고픈 갈증이 있었죠. 처음으로 그게 충족된 것 같아서 정말 좋았어요.

 

 

눈이 란 게 참 신기해요. 정말 그 작은 공간 에 많은 게 담겨 있지 않나요?

눈이 란 게 참 신기해요. 정말 그 작은 공간 에 많은 게 담겨 있지 않나요?

 

 

그녀의 차분한 감성과,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는 굳이 어필하려 하지 않아도 강하게 느껴졌다. 겸손함 속에 발톱을 숨기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려는 욕심도 얼핏 엿보였다. 고아성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생각을 말할 줄 아는 멋진 배우다.

 

건강한 멘탈, 차분한 눈빛

늘 10대 역할만 맡다가, <풍문으로 들었소>와 <오피스>에서 처음 20대 초반의 연기를 보여주신 거잖아요. 기존에 박힌 이미지를 지우는 게 어렵진 않으셨나요?

저는 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작품을 선택하진 않아요. ‘이제 이 나이가 됐으니 이런 연기를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되면 어떤 캐릭터라도 가리지 않을 거예요. 만약 시나리오가 정말 맘에 드는데 고등학생 역할이에요. 그러면 주저 없이 선택할 것 같아요. 아직 제가 고등학생다운 풋풋한 면모가 남아있다면요.(웃음)

 

아성씨 연기를 보면 눈빛이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진지하면서도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깊이가 담겨있거든요.

그렇게 봐주셨다면 감사합니다.(쑥스) 눈이란 게 참 신기해요. 제가 다른 사람의 연기를 볼 때도 눈을 가장 유심히 보는 데요. 정말 그 작은 공간에 많은 게 담겨 있지 않나요? 제 생각에 눈빛을 좋고 멋지게 만들고 싶다면 ‘진짜 제 삶’을 멋지게 살면 될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눈빛도 자연스레 좋아지지 않을까요.

 

말씀하시는 게 굉장히 의젓하세요.

저도 여기선 이렇게 의젓한 척 말하고 있지만, 집에 가면 또래들이랑 똑같아요. 아빠한테 어리광도 많이 부리고요.(웃음)

 

아버지는 어떤 분이세요?

평범한 샐러리맨이세요. 그러다보니 <오피스> 영화를 찍으면서 아빠 생각이 많이 났죠. 영화를 보면 김병국 과장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날 때마다 어떤 물건을 묵주 만지듯이 찾잖아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묵주가 있을 거란 생각에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그 장면 찍으면서 원래 우는 장면이 아닌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배우 생활도 많이 힘들 텐데, 아성씨도 그런 묵주 같은 걸 가지고 있나요?

음… 전 일기 쓰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어요. 평소에도 매일 쓰지만 촬영하는 기간에 더 열심히 써요. 오늘은 어떤 씬을 촬영했는데 후회가 된다, 이런 식으로요. 말하고 보니 후회만 가득한 일기장일 것 같네요.(웃음) 근데 일기를 쓰다보면 정말 심리적으로 안정이 돼요. 생각을 글로 쓰는 것만큼 외로움을 덜어주는 행위가 없는 것 같아요. 글쓰기의 순기능에 대해 약간 병적일 정도로 맹신하는 편이에요.

 

그럼 나중에 시나리오 쓰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예전엔 조금 욕심이 있었는데, 정성주 작가님 만나고 나서는 완전히 마음을 접었어요. 글 쓰는 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라는 걸 절실하게 느꼈죠. 일기는 아무도 안 본다는 전제 하에 쓰는 거잖아요. 저는 누가 읽지 않아야 즐겁게 쓸 수 있어요. 시나리오는 조금 부끄러워요. 여러 사람이 보는 거니깐.

 

 

이제 3학년인데 제가 생각해도 대학 생활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제 3학년인데 제가 생각해도 대학 생활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답니다. 대학내일도 보면서요.”

 

 

스물넷, 여대생, 아직은 막내

배우 고아성 말고, 대학생 고아성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요.

(그녀는 성균관대 사회과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이제 3학년인데 제가 생각해도 대학 생활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팀플도 다 참여했고, 학교 친구들이랑 술도 많이 마셨어요. 심지어 MT도 한 번도 안 빠지고 다 갔어요!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답니다. ‘대학내일’도 보면서요.(웃음)

 

심리학을 전공하고 계신데,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 도움 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캐릭터를 연구하는 단계에서 꽤 도움이 돼요. <오피스> 준비하면서 여러 심리학 자료를 찾아봤는데요. ‘파팽자매 살인사건’이란 게 있거든요. 거기에 이런 얘기가 나와요. 진짜 죽이고 싶던 사람은 죽여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그래서 살인으로부터 오는 쾌감이 거의 없다, 라는 가설이 나오거든요. 이런 내용이 영화 캐릭터의 심리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흥미롭게 읽었어요. <우아한 거짓말> 찍을 때는 정서 심리학에서 ‘애도’에 대한 내용을 배운 게 큰 도움이 됐고요.

 

요즘 ‘20대 여배우가 기근이다’란 말이 많죠. 이 말을 들으면 조금 서운하지 않으세요?

아니요~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전 천우희 언니한테 모든 걸 다 맡기고 싶어요. 저는 뒤에서 조용하고 길게 갈래요.(웃음) 아무래도 간판 자리는 아직 부담스러워요.

 

촬영장에서 막내일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아요. 좋기도 하지만 불편한 점도 많지 않나요?

제가 운이 좋아서 그런지 항상 좋은 선배님들만 만났어요. <풍문으로 들었소> 끝나고 나선 ‘내가 정말 유호정 선배님을 사랑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자주 생각나고 연락도 많이 했어요. 유준상 선배님도 그랬고요. 이번 <오피스> 하면서 만난 배우들도 저에게 정말 큰 선물이에요. 작품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그 만큼 사람도 많이 얻는 것 같아서 정말 행복해요.

 

아성씨가 워낙 붙임성이 좋아서 그런 거 아니에요? 얼마 전 배우 김의성씨 트위터에 재밌는 글이 올라왔더라고요.

아… 그거요.(웃음) 김의성 선배님이 어느 날 “아성아, 우리 그냥 친구할래?” 라고 하셔서, 지체 없이 “응 그래”라고 했어요. 그 후로는 항상 “우리 우정 변치말자^^” 라고 선배님이랑 웃으면서 인사를 나눴죠.

 

배우로서 지금 본인의 위치를 매긴다면 어느 직급을 주시겠어요?

저야 당연히 인턴이죠!

 

인턴 딱지는 이미 <괴물> 때 뗀 거 아닌가요?

아니에요~ 제가 얼마 전에 신인상도 받았고… 그냥 인턴이라고 하고 싶어요.

 

그냥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편한 거 아니에요?

사실 그렇죠.(웃음)

 

 

Editor 이민석 min@univ.me

Photographer 배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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