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으로 기억되는 룸메이트가 하나 있다. 생활 패턴도, 성격도, 가치관도 모두 반대 였다. 내가 견디기 어려웠던 건 우리가 반대인 것이 아니라 둘의 다름을 나의 틀림으로 단정 짓는 그 애의 화법이었다. 불시에 뾰족한 말을 등 뒤에 꽂아놓고 아무렇지 않게 자기 할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엔 ‘쟨 왜 저렇게 날 미워할까’ 괴로웠고 나중엔 ‘쟤만 없어지면 살 만하겠다’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무서워서 잠을 설치는 나날이었다.
위태로운 동거는 결국 6개월 만에 깽판으로 막을 내렸다. 서로 상처주려고 작정하고 내뱉었던 말들이 하루 종일 귓가에 울렸다. 그날 저녁, TV를 보며 깔깔거리는 그 애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짐을 쌌다. 남은 건 털끝만큼의 타격도 입힐 수 없는 상대에 대한 공포심뿐이었다.
<식샤를 합시다>의 오도연 변호사는 여러모로 그 애를 연상시키는 여자다. 제 잘난 맛에 살고, 눈치 없게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해대는, 세상이 자기 위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완전체! 당연하게도 사무실 식구들은 모두 그녀를 싫어하는데, 알아채질 못하는 건지 상관없는 건지 그녀는 한결같다. 나는 “저런 인간들이 꼭 남한테 스트레스 주고 자긴 아무 생각 없어요” 구시렁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까르보나라와 그라탕, 스테이크와 라자냐까지 시켜 폭식하고 있는 그녀를 식당에 남겨두고 나갔을 때, “괜찮아요”라던 말과 달리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온 건 울음이었다. 앞에 앉아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이 넓은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꾸역꾸역 음식을 집어 넣는 것만큼 외로운 게 있을까. 나는 그 애를 떠올렸다.
방을 바꾸고 몇 달 후 기숙사에 사는 친구가 말을 전해왔다. “걔, 동아리에서 이상하다고 소문났더라. 사람들이 다 싫어한대.” 그때 난 그렇게 대답했다. “걘 아무렇지도 않을걸.” 오도연 변호사의 눈물을 보며 처음으로 생각했다. 그 애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미움 받을 용기 같은 걸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렇게 꺼억꺼억 울고 사무실로 돌아간 오도연 변호사가 개과천선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 애도 알고 보면 좋은 애였을 거라며 기억을 미화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세상에 별종은 많지만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되뇌어본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좀 물렁해진다. 딱딱한 벽은 주먹을 맞으면 금이 가지만 물렁한 베개는 주먹을 무색하게 하잖아! 오늘도 이렇게 정신 승리를 해본다.
Editor 김슬 dew@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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