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행복과 불행은 나만이 겪는 것이다

내 삶의 행복과 불행은 나만이 겪는 것이다

 

아침밥을 먹다가 ‘그 이야기’가 또 나왔다. 내가 게이인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될까 두렵다는 내용이었다. 애써 담담한 척 연기를 시작했지만 엄마의 말은 생각보다 아팠다. “네가 이런 걸 알면 다른 사람들이 날 불행하게 볼 거야.” 엄마에게 내 비밀을 들켰을 때 들었던 말이었는데 이번에는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잘못이라고, 나도 엄마도 잘 살고 있지 않느냐고 항변하다 왈칵 눈물을 쏟아버렸다.

 

내가 게이라는 이유로 나와 내 가족이 ‘불행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것은 꽤나 슬픈 일이었다. 친구로부터 ‘그래도 넌 게이치곤 행복해 보여서 좋겠다’는 말을 들었던 일, 인터뷰어로부터 “만약 이성애자로 태어났다면 더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던 일이 연이어 떠올랐다. 남들보다 더 잘 살겠다는 말로 애써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지만,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는 억울함을 풀 길이 없었다.

 

내가 겪는 불행은 내 성정체성과는 무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나 과제나 팀플처럼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할 때 겪는 불행이 그렇다. 친구와 싸우거나 썸 타던 사람과 잘 안 되는 것과 같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행은 단순히 내가 게이라서 겪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게이=불행’이라는 등식을 깨는 사람들도 많다. 게이라는 이유로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던 홍석천도 지금은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게스트로 등장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한 내 주변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게이들도 많다. 이렇게 하나하나 해명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보통은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내 주변에는 나 말고도 불행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꽤 있다. 수험생과 취준생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항상 시험과 취업준비에 찌들어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불행은 ‘당연한 것’으로 합리화된다. 사람들은 그들의 불행에 진정으로 공감하기보다는 생각하기 편하게 딱지를 붙여 이해해버린다. 그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겪는 다양한 불행은 수험생이라서, 취준생이라서 겪는 것으로 단정됨으로써 그 맥락을 모조리 잃는다. 이러한 몰이해 속에서 당사자가 겪는 불행은 더욱 심화된다. 이에 대한 코멘트는 남들보다 조금 뚱뚱한 친구의 말로 대신한다. “뚱뚱해서 취업이 안 되고 뚱뚱해서 연애를 못 하는 거니 무조건 살을 빼라는거야. 살만 빼면 다 된대. 그게 말이 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붙어버린 딱지를 발견한 것은 그 자체로 불행이었다. ‘불행한 게이’라는 딱지가 게이라서 불행하지 않았던 나를 불행한 존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남들이 딱지를 붙였기 때문에 불행해진 것일까? 아니다. 딱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게 붙었는지도 몰랐으니까. 나를 불행하게 만든 것은 남들이 붙인 딱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 삶의 행복과 불행은 나만이 겪는 것이다. 남들은 죽었다 깨나도 알 수 없다. 그런 와중에 남들이 지레짐작으로 내 불행에 대해 논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질까. 사람들이 아무리 나를 두고 ‘불행하다’고 손가락질한들, 결국 내가 실제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행복에 집중하기도 아까운 시간에 남들이 붙여놓은 딱지에 신경 쓸 시간이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끝에, 좀 더 초연해지기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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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토는?

아주 보통의 덕력충만 게이. 뇌섹남을 지향합니다.

 

 

 

Reporter 아스토 asto.gky@gmail.com Illustrator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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