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를 이야기할 때 흔히 나오는 슬로건, ‘라면에서 미사일까지.’ 그냥 온갖 자원을 취급한다는 뜻의 과장된 비유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송도에서 만난 상사맨이 그동안 팔아온 것은 방탄복과 헬멧, 특수 원단이고 앞으로 팔 수도 있는 물건은 장갑차란다. 세계를 (전화와 인터넷으로) 누비며 방탄물품의 입찰과 수주, 공정과 납품까지 책임지는 상사맨 최민호 대리는 자신의 일을 한 줄로 요약한다. “일이 참… 다이내믹하죠.”

 

만약 터키 시장과 거래를 한다고 하면, 시차가 6시간 나기 때문에 오후 3시부터 그쪽과 통화를 하죠. 그 사람들은 그때가 오전 9시니까요.

만약 터키 시장과 거래를 한다고 하면, 시차가 6시간 나기 때문에 오후 3시부터 그쪽과 통화를 하죠. 그 사람들은 그때가 오전 9시니까요.

 

 

상사맨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미생>에선 출근하자마자 다른 나라에 전화를 걸며 하루를 시작해요. 대리님의 일과는 어떤가요?

회사에 도착하면 이메일부터 확인하죠. 전 수출과 내수 영업을 다 하기 때문에 오전엔 내수 쪽을 많이 신경 써요. 만약 터키 시장과 거래를 한다고 하면, 시차가 6시간 나기 때문에 오후 3시부터 그쪽과 통화를 하죠. 그 사람들은 그때가 오전 9시니까요. 전화해서 입찰에 필요한 서류, 진행상황, 납기, 가격 같은 디테일들을 논의해요.

 

특수 원단 관련 영업을 맡고 계시죠. 어떤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저희 팀은 ‘물자팀’인데요. 쉽게 표현하면 군납을 하는 팀이에요. 군이나 경찰에 들어갈 수 있는 제품을 공수해 납품하는 거죠. 군복, 방탄헬멧, 방탄복, 더플백…. 코오롱에서 아라미드라는 섬유를 직접 생산하는데, 철보다 훨씬 가볍고 강도는 뛰어나요. 그 실을 이용해서 만든 방탄복을 완제품으로 납품하기도 하고 원단 자체를 판매하기도 해요.

 

군이나 경찰에 납품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방탄 소재가 들어간 제품은 민간에 쉽게 팔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 물건을 팔고 싶다면 아프리카 정부에서 군이나 경찰에 쓰겠다는 확약서를 받아야 해요. 그걸 가지고 방위사업청의 허가를 받아야 수출할 수 있어요. 다른 나라의 군과 경찰에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B2G(Business to Government) 사업이라고 보면 돼요.

 

지금 수출하고 있지 않은 나라들이 곧 새로운 거래처네요.

그렇죠. 군납 제품들은 보통 입찰을 많이 하거든요. 매년 입찰 상황이 달라져서 유지도 쉽지 않아요. 내가 늘 해왔기 때문에 미래에도 될 거란 보장이 없어요. 그리고 중국 시장이 많이 커져서 경쟁이 더 치열하죠. 철강이나 화학 같은 대형 상사들이 힘들어진 것도 중국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철강과 화학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많은 대학생들이 상사에 ‘군납’이란 분야가 있다는 걸 모르더라고요. 철강, 화학, 플랜트 등은 익숙한데.

당연히 모르죠. 거부감이 들 수도 있어요. 저도 처음에 들어왔을 때 ‘철강이나 화학 하고 싶은데 왜 이런 데로 데려왔나’ 싶었어요. 그런데 하다보니 재밌더라고요. 군납 물품은 상사에서 공정까지 다 하거든요. 매일 똑같은 물건 받아서 그냥 팔면 재미없잖아요. ‘좀 깎아달라’, ‘상황 봐서!’ 이런 식으로 흥정만 하는 것보단, 공책 하나를 팔아도 종이부터 겉표지까지 만들어서 팔면 좀 뿌듯하지 않겠어요?

 

 

영업자로서, 제품을 판매하려면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해요!

영업자로서, 제품을 판매하려면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해요!

 

영업자로서, 제품을 판매하려면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할 것 같아요. ‘특수 원단’은 말 그대로 특수한 품목인데 입사 초에 공부하기 힘들진 않으셨어요?

처음에는 원단에 대해서 아예 몰랐어요. 전 무역학과를 나왔거든요. 제직(製織)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가공을 어떻게 해서 옷이 만들어지는지 공부했죠. 실무적으로 많이 보고 부딪치면서 습득하기도 했고요. 파는 사람이 물건에 대해 완벽히 알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지, 잘 모르면 안 되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모르는 분야라서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아요.

 

상사는 활발하고, 외국어에 능통하고,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아니면 다니기 힘든 곳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실제론 어떤가요?

고정관념이죠. 저도 술을 잘 먹진 못해요. 주량 한 병에서 한 병 반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요. 술 잘 마신다고 딱히 좋은 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물론 팀의 특성과 분위기에 따라 다르겠죠. 그리고 영어는 상사에도 못 하는 사람들 많아요. 잘하면 당연히 좋고 유리하겠지만, 기본적인 대화만 구사할 수 있으면 다른 장점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는 건 맞아요. 지금 물자팀 직원들도 활발하고 재밌는 분들이 많거든요. 외향적인 것 말고는, 제가 생각했을 땐 끈기 있고 뭘 던져줘도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끝까지 파는 근성이 있는 사람들이요.

 

상사맨의 직업병을 꼽는다면 뭐가 있을까요?

핸드폰을 항상 지니고 다녀요. 화장실에도 가지고 가고. 사람이 전화를 걸었을 때 두세 번 만에 받는 사람과, 안 받는 사람, 한참 기다려야 받는 사람. 다 느낌이 달라요. 이메일도 계속 확인해요. 메일 보냈는데 일주일 뒤에 답장 오면 지치잖아요.

 

이제 더는 상사가 해외 수출입의 창구 역할을 하는 시대가 아니에요. 상사의 수익률 자체도 많이 감소했고요. 대리님이 생각하는 상사의 비전은 어떤가요?

상사의 비전? 어둡죠.(웃음)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흰 핸드폰과 노트북으로 일하는 중개 상인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핸드폰, 인터넷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제조 업체들이 왜 굳이 상사를 끼고 물건을 팔아야 하느냐 생각하는 거죠. 단, 상사의 강점은 두 가지가 있어요. 파이낸싱과 네트워킹. 제가 A라는 업체의 물건을 사서 B에게 팔려고 할 때, A에게는 바로 돈을 지불해요. 하지만 B에게는 납품 뒤 한두 달의 여유를 주거든요. 외상 거래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많은 업체들이 선호하는 방식이지만 상사에는 리스크가 있죠. 물건만 받고 돈을 안 줄 수도 있거든요. 저희 전무님이 우스갯소리로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돈 받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사무실에 칼자루 하나 가져가서 실수인 척 떨어뜨리고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돈은 언제…?” 한다는 거예요.(웃음)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하니까요. 네트워킹은 인맥이죠. 물건을 팔고 싶어도 어디에, 어떻게 팔아야하는지 모른다면 상사가 쌓아놓은 네트워크가 큰 힘이 될 거에요.

 

 

Editor 김슬 dew@univ.me
Photographer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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