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건 119, 그다음이 보험회사와 엄마쯤이 될 거다. 신고를 받고 사고 현장에 출동한 보상팀은 조사를 하고, 피해자와 합의를 도출하고, 병원에서는 진료 과정을 살핀다. 경찰, 변호사에 의사 패치가 탑재된 보험 보상팀의 세계는 꽤 심오하다.

법적 지식은 물론 의학 지식도 필요한 직무예요. 피해자와 고객 사이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기도 하고요.

일반적으로 보험회사라고 하면 보험 설계사를 가장 먼저 떠올려요. 손해보험사는 또 어떤 직무로 구성돼 있나요?

첫째로 보험을 판매하는 영업, 둘째로 고객이 보상을 받거나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줘야 할 때 필요한 보상팀 마지막으로 경영지원 업무로 나눠집니다. 보상팀은 사람이 상해를 입었을 때 보상하는 ‘대인’과 물건이 손상됐을 때 보상하는 ‘대물’ 업무로 나뉘는데요. 저는 대인 중에서도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고객을 대신해서 사고의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민법상의 업무 대행을 맡고 있습니다.

‘보상팀’의 구체적인 업무 과정이 궁금합니다.

담당 지역 내에서 일어난 사고 현장을 조사하는 현장 업무도 하고, 조사가 완료된 이후 피해자들이 병원에 가게 됐을 때 담당을 맡기도 하는데요. 병원 담당의 경우, 보상금을 지급하기 전에 치료와 진료 비용이 적절한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때문에 법적 지식은 물론 의학 지식도 필요한 직무예요. 피해자와 고객 사이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기도 하고요.

본인의 어떤 점이 보상팀에 입사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공채로 입사할 경우에는 서류 전형과 인성시험을 거친 뒤 인성면접과 PT로 이루어진 1차 면접, 마지
막으로 2차 면접인 임원 면접을 봅니다. 저는 임원 면접에서 ROTC 복무를 했던 경험을 사례로 들었는데요. 주둔지에서 발생한 주민의 이익과 군인의 규율 간의 충돌을 잘 조율해서 문제를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 경험에서 고객과 피해자의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 관계의 속성을 잘 읽고 잘 대처했던 점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앞장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는 성격도 입사에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입사에 결정적이었던 서류나 스펙도 있었나요?

부동산을 전공했기 때문에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은 전혀 없었어요. 토익 스피킹 같은 기본적인 서류만 준비했죠. 회사에서는 금융 자격증인 AFPK나 보상 특화 자격증인 손해사정사 또는 보험계리사를 권장하고 있지만 없다고 해서 불이익이나 차별을 두진 않아요.

저희에겐 고객이 다수이지만, 고객에겐 저 한 사람뿐이잖아요.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

가이드라인이 있겠지만, 워낙 다양한 상황에서 수많은 사고가 발생하다보니 개인의 상황 판단 능력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죠. 보상 직원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느낌으로 존재하는 건 아니잖아요. 어르신들에겐 애교스럽게 대한다거나, 젊은 여성 분들에겐 딱딱하기보다 조심스럽게 말을 한다든지 상황에 맞춰 화법과 화술을 구사해야 해요.

전문성을 갖춰야 하지만 일반인인 고객도 상대하는 독특한 직무잖아요.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가장 필요하다고 느낀 능력 또는 자질에는 무엇이 있나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성실함이에요. 입사 초에는 성실하게 움직이고 일을 하면 된다고만 생각을 했는데, 그것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려는 성실함이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기본적인 직무 외에도 손해사정과 관련된 법률, 의학 지식 등이 끊임없이 요구되거든요. 업무 시간을 본인이 편성하기 때문에, 스스로 마감 시간에 맞춰 일을 마무리지을 줄도 알아야 해요. 자율적인 만큼 책임감이 뒤따르니까요.

근무시간 외에도 고객과 연락을 해야 하는 점이 힘들지는 않나요?

물론 주말에도 고객에게서 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고, 입사 초엔 그런 부분에 적응하는 게 어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희에겐 고객이 다수이지만, 고객에겐 저 한 사람뿐이잖아요.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 사고 처리를 종결하고 고객에게 감사 인사를 들었을 때의 보람으로 상쇄되기도 하고요.

회사의 손익과 고객의 보상 만족 사이에서 균형을 갖추기가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보상금을 책정할 때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요?

보상팀은 지출을 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특히 정확한 판단이 요구돼요. 먼저 사고 당시의 녹취라든가 콜센터 접수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요. 1차로 출동한 현장 직원들이 사고의 경중도를 판단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은 자료도 검토하고, 병원의 진단서를 보면서 사고 상황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하는 거예요. 그럼 사고의 대략적인 크기가 그려지면서 판단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보험 사기를 적발하기도 하는 건가요?

대부분은 그렇죠. 선배들 시절에는 조직폭력배 집단이라든가, 전문적인 보험 사기가 꽤 있었다고 해요. 요즘은 그런 유형이 거의 없기도 하지만, 워낙 지능화되어서 잡기가 쉽지 않아요. 담당자 선에서 해결되지 않을 때엔 형사 출신으로 이루어진 특별조사팀(SIU)에 의뢰를 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경험을 가진 학생들이 보상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요?

자동차 대인 보상 직무에선 지식, 화술, 태도(관계),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상 책임 의무가 있나 없나를 법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게 일의 시작이기 때문에 법을 전공하신 분들도 많아요. 그리고 소심한 것보다 쾌활한 편이 직무를 잘 수행하실 수 있을 거예요.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분이라면 더 좋겠죠.

Intern 이예나 yen@univ.me
Photographer 김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