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늘어지기 딱 좋은 날씨. 집에서 고환이나 긁으면서 TV 보기에 딱 좋은 계절이 왔다. 노곤하다. 만사가 다 귀찮아서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저 멀리 리모컨이 보이지만 손을 뻗기조차 귀찮다. 오로지 발가락으로 모든 것을 대신한다. 점점 욕심이 생긴다. 발도 손처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그래서 결심했다. 오늘부터 약 한 달 간 발가락을 단련하기로.

혹시나 이런 트레이닝이 무의미한 것은 아닐까 싶어, 3박 4일에 걸쳐 서울 시립 어린이도서관을 찾아 의학서를 탐독했다. 그리고 발가락에 수많은 혈(穴)자리가 분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몸에서 통증을 느낄 때, 발가락의 혈자리 지압이 통증을 완화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이런 질문은 대체 누가 왜 하는 걸까. 동질감이 느껴진다.

※ 이하 내용은 잉여로운 생각에서 착안한 발가락 단련법이다. 따라하는 건 자유지만, 고통을 수반하므로 권장은 않는다. 그저 보고 웃어 넘기시길.

1. 발가락 단련 도복 착용

바람처럼 스쳐가는♬ 정렬과 낭만아~♪ (붕대 by 파머씨 제품. 가격 1,600원)

2. 기지개 펴기 

포토샵이 아니다. 발가락 주변의 족기(足氣)가 울렁이는 모습이다.

발가락을 단련하기 전, 준비운동은 필수다.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듯 발가락을 오므린다. 그리고 마치 “야호~!”를 외치는 것처럼 발가락을 부채꼴 모양으로 활짝 펼친다. 이 동작을 10회씩 3세트 반복한다. 세트 사이에는 15초의 휴식시간을 가진다.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새끼발가락을 과하게 뻗으면 쥐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하자.

3. 아령 들기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홈트레이닝 방법. 초보자는 1kg짜리 아령이나 작은 물병으로 시작해도 좋다. 행간(行間)이라 불리는 혈자리는 발 근육과 관절이 연결된 곳이다. 지속적으로 자극하면 관절을 튼튼하게 해 걸음걸이를 교정할 수 있다. 동시에 종아리의 비복근과 가자미근, 햄스트링도 단련할 수 있으니 일석오조. 반드시 다리가 아닌 발가락의 힘으로 아령을 들어올려야 한다. 12회씩 3세트 실시한다. 세트간 30초의 휴식시간을 갖는다.

4. 나무 때리기

출혈이 있을 수 있지만 별일 아니다

집근처 가로수를 샌드백 삼아 가격한다. 족력 강화, 발등과 발목 관절 단련, 신체에 올 수 있는 부담감을 줄이는 훈련이다. 특히 주 가격 부위, 즉 대도(大都)라 불리는 엄지발가락등 위쪽은 경혈법상 대장과 두뇌 부분에 해당하므로, 지속적으로 자극해 주면 내장기관의 불량으로 인한 두통을 해소해 준다. 초보자는 처음에 피가 날 수 있으나 별일은 아니다.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빨간약이나 후시딘을 바르면서 계속 칠 것. 발목-발등-발가락 순서로 실시한다.

5. 전봇대 때리기

지압도 되고 건강이 좋아지는 느낌

발끝에 제법 굳은살이 잡혔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요즘은 전봇대 보호를 위해 갑옷을 입혀놨는데 발가락을 단련하기에 아주 최적이다. 뾰족뾰족한 이 부위를 가격하면 후라보노처럼 상쾌한 것이 발가락 사이사이에 퍼진다. 아물었던 굳은살이 터지면서 피가 나겠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그러니까.

6. 밧줄타기

<왕의 남자> 공길이가 된 것만 같다

동네 놀이터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놀이기구. 먼저 족력을 이용해 밧줄에 매달린다.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에 있는 태충혈(太衝穴)을 자극하면,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해 소화불량을 해소할 수 있다. 초반에는 손으로 밧줄을 잡고 균형감각을 익히는 것에 집중한다. 차차 시간이 흐르면 손을 놓고 발가락의 힘으로만 밧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7. 발굽혀펴기

1회를 하더라도 정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중을 이용한 맨몸운동. 팔굽혀펴기의 발가락 버전이다. 엄지발가락의 뼈마디에 해당하는 은백(隱白)을 지압하면 빈혈과 월경과다 증상을 완화해 준다. 초반에는 1회도 어렵다. 힘들더라도 정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려갈 때 숨을 들이 마시고 올라오면서 숨을 내뱉자. 차차 익숙해지면 점프했다가 발가락으로 착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3회씩 3세트. 세트 사이에 45초 휴식한다.

8. 철봉 매달리기

점차 매달리는 시간을 늘려 나갈 것

발가락을 이용해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다. 자극 부위인 검지발가락등은 오행상 화(火)에 해당하는 부위로, 심장과 연결되어 있다. 꾸준히 자극하면 심장병, 고혈압, 안면마비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초반에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떨어질 수 있다.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 조급해하지 말자. 10초, 20초씩 점차 매달리는 시간을 늘려나가자. 익숙해지면 발가락으로 턱걸이가 가능하다.

9. 발가락 힘의 변화 체험

도로에 깔린 인조잔디를 다 찢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대략 이정도 파괴력!

10. 후기

약 5주간의 트레이닝을 끝냈다. 이제 더 쉽게 리모콘을 집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