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 ‘인턴’은 ‘인’간을 ‘턴’다는 뜻이래….”

 

인턴을 끝낸 뒤에 또 다른 인턴으로 지원하는 ‘메뚜기 인턴’이 늘어난다.

비정규직은 끝내 정규직이 되지 못하는 ‘비정규직 개미지옥’도 생겨났다. 우리 계속 이렇게 살아야 될까?

 

 

 

 

기자를 준비하는 김은아(26)씨는 언론사에서만 3번을 인턴으로 활동했다. 언론사의 공개 채용시험을 볼 때, 인턴 경험이 유리할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직장 생활을 미리 경험할 수 있고,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는 이야기도 늘어날 것 같았다.

하지만 선배들은 그녀에게 “유명 언론사에서 인턴을 하려면 인턴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러 곳의 문을 두드린 끝에 한 인터넷방송사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서류, 필기, 면접을 거쳐 여대생 8명이 최종 합격했다.

 

 

배운 것도, 번 돈도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웃어라, 한 달에 30만원 받고

 

이곳 국장이 한 달 급여로 제시한 돈은 30만원. 밥값과 교통비 명목이었지만,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니 해볼 만 했다. 또 경력이 될 테고, 두 달만 일할 계획이니까 조금만 참자는 생각이 앞섰다.

 

들어가 보니 국장 1명과 정규직 1명, 계약직 직원 3명이 전부였다. 나머지 직원은 새로 뽑힌 우리 인턴들이었는데, 우리를 ‘인턴 1X기’라고 부른 걸 보면 우리 이전에도 인턴들이 10번은 왔다간 모양이었다. 인턴 8명의 급여를 다 합치면 240만원일 텐데. 정규직 한 사람을 쓰는 것보다 인턴 8명을 채용하는 게 회사 입장에선 나은 건가 싶었다.

 

아침에 도착하면 보도 자료를 읽고 새 공연에 관한 기사를 썼다. 국장님에게 기사 기획안을 제출한 뒤 ‘통과’ 사인이 떨어지면, 취재를 시작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정규직 직원이 하는 일과 큰 차이는 없었다.

어느 날은 국장이 내 인턴 동기에게 “지금 다른 회사를 쓰고 있느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그들 머리 위엔 카메라가 있었고, 국장은 사무실에 앉아서 그들을 보고 있던 것이었다. 찝찝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던 그녀는 예정된 인턴 기간이 끝난 뒤에 미련 없이 나왔다. 배운 것도, 번 돈도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뿐이었다.

 

 

호칭에서도 묘하게 자존감을 잃는 느낌이었다.

 

 

‘기자님’과 ‘어이! 김 작가’ 사이

 

두 번째로 인턴을 시작하게 된 회사는 방송국이었다. 첫 번째 인턴을 마친 뒤 유명 언론사의 하계 인턴 공개채용에 지원했지만,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때 학교 선배로부터 제안이 들어왔다. 방송사의 뉴스 제작 자료를 찾아주는 작가로 일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이번에는 6개월짜리였고,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지난 인턴 때처럼 적은 돈을 받으며 풀타임으로 일하고 싶진 않았다. 또 기자라는 꿈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길 원했다. 으리으리한 건물, 널찍한 사무실, 양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직장인들. 회사 식당 밥은 왜 이렇게 맛있는지. 그녀도 괜스레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된 듯 어깨가 으쓱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이런 자부심이 ‘정규직’ 직원에게만 해당된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회사에는 그녀 말고도 비정규직 작가들이 많았다. 방송사 사정으로 방송이 취소되면, 주급을 받는 비정규직 작가들은 한 주 급여를 받지 못했다. 결방된 다음 날엔 그럼에도 회사에 나와 아이템 회의에 참석하고, 섭외 전화를 돌려야 했다.

 

갑자기 월급이 줄어들어 생활고를 겪어야 하는 상황은 ‘관행’이란 한 마디로 정리됐다. 항의할 곳 없는 그들은 ‘팔자’라고 위안했다. 누군가는 ‘기자님’이었고 다른 이들은 ‘어이, 김 작가’였다. 호칭에서도 묘하게 자존감을 잃는 느낌이었다. 이곳에서도 역시 6개월 이상은 있을 자신이 없었다. 정규직이 되고 싶었다.

 

 

아는 사람이 없다는 불안감과, 잘 보이고 싶다는 조급함.

 

 

인턴 동기는 친구가 아니랬다

 

인턴을 마친 뒤엔 스터디를 꾸려 언론사 공개채용시험을 준비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시험은 크게 3~4차까지 있었다. 1차는 서류, 2차는 논술과 작문 및 시사상식 시험, 3차는 면접 또는 실무평가, 4차는 임원면접.

 

하지만 그녀는 불안했다. 경험을 더 쌓고 싶었다. 친구들 중엔 이미 공채에 합격한 이들도 상당수였다. 공채 필기와 면접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그녀는, 유명 언론사에서 한번 더 인턴을 하기로 결심했다. 인턴을 해본 친구들이 그 회사에 입사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언론사의 인턴 공개채용시험에 지원했고, 이번에는 동계 인턴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합격한 인턴은 15명 남짓. 인턴들은 사회부와 문화부 등에 나뉘어 배치됐고, 그녀는 남성 인턴 1명 그리고 여성 인턴 1명과 같은 부서에 배정됐다. 첫 출근 날, 같은 팀에서 일하게 된 인턴이 현직 기자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선배님, 저 선배님의 인터뷰를 학생신문에서 봤습니다. 사회학과 후배입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녀의 머릿속엔 두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아는 사람이 없다는 불안감과, 잘 보이고 싶다는 조급함. 이곳에서 좋은 평판을 얻어야만 공채에서 유리할 테니까.

 

회식날이 다가왔다. 인턴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그들에게 잡일을 시키는 직원들은 한 명도 없었지만, 인턴 동기들은 빈 컵에 물을 따르고 숟가락을 정렬하느라 바빴다. 한둘이 바쁘게 움직이면, 남은 사람들 또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히게 됐다. 수줍은 성격의 그녀는 회식 자리가 부담스러웠다. 호탕하게 농담을 던지며 좌중을 웃게 하는 다른 인턴이 부러웠다. 즐거운 모임 같았지만, 현직 기자들로부터 엄정하게 평가를 받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인턴을 마친 뒤 해당 언론사 공개채용시험에 지원했지만, 그녀는 면접에서 낙방했다. 당시 같이 인턴을 했던 친구 몇몇의 합격 소식이 들려왔다. 김은아씨는 지금도 공채를 준비하고 있다.

 

Editor 조아라 ahrajo@univ.me

Reporter 임기훈 권성한 김선화 윤소진

 

관련 포스트(2탄):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계약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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