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돈다. 혁오의 폴로모자가 다시 유행했듯, 우리의 청소년기를 윤택하게 했던 문구템도 다시 유행할 거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추억 속 문구템을 공수해 왔다. 아직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게 더 신기하다.

열공을 (또) 다짐하는 이번 학기엔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마음으로, 추억 속 필기구를 사용해 보자. 왼손에는 밭두렁과 쫀듸기를 든 채로.

8세부터 13세까지, 초딩 필수템

1 자석 필통  안쪽에 연필을 꽂을 수 있도록 파티션을 분할했다. 당시 가장 잘 나가던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메인. 실용성과 모더니즘적 디자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당대 최고의 펜슬 케이스.

2 모양자  손재주가 없는 초딩이라도 정교하게 도형을 그릴 수 있다. 은은한 빛깔의 스카이블루가 학우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3 분리되는 마법의 자  15cm인 폴딩 상태의 본체를 펴면 30cm가 된다. 한쪽을 잡고 손목 스냅을 이용하면, 옆자리 짝꿍을 툭툭 치며 괴롭힐 수 있다. 로맨틱한 애정 표현 아이템.

4 주사위  수학 시간 필수 준비물. 날카로운 모서리를 마모 처리해 안정성을 더했다. 투명한 질감이 돋보인다.

5 연필 모양 지우개  ‘제거’하는 아이템에 ‘생산’의 프레임을 씌워, 겉과 속이 모순적인 현대인의 삶을 표현했다. 연필심 부분이 안 보이면 연필 깎듯 깎아서 쓰는 게 포인트.

6 샤프 지우개  샤프처럼 레버를 누르면 기다란 지우개가 조금씩 나온다. 평범한 걸 거부하는 트렌드세터에게 제격.

7 청소 가능 지우개  하단에 부착된 레버가 지우개 똥을 마법처럼 흡수한다. 얼리어답터에게 제격. 로봇 청소기의 시초라는 설도 있다.

미술 시간, 쓰기 시간 필수템

1 줄있는 종합장  학부모 전용 뉴스피드를 담당하던 알림장과 양대 산맥이다. 스프링이 달려있어 뒤로 넘기는 맛이 일품이다. 다양한 디자인 중 하나를 선택해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수 있다. 소장 가치 100%.

2 그림물감 세트  오픈형 캡, 꼭지 부분의 날렵한 곡선. 그 무엇도 대충 만들어지지 않았다. 당신을 리틀 반 고흐로 만들어 줄 물감.

3 싸인펜  싸인펜 바디의 세로 스트라이프 패턴이 90년대의 빈티지함을 잘 표현했다.

짝꿍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다면?

문방구에서 1000원~5000원 가량 했던 문구 세트. 무심한 듯 마구잡이로 박힌 토끼 캐릭터가 까르띠에의 표범처럼 빛난다. 포장해 달라고 하면 문방구 사장님이 추가 비용 없이 패키징을 해준다. 알찬 구성, 초딩 선물계의 끝판왕. 이번 동아리 선배 생일날에는 이런 문구 세트를 선물해보자.

14세부터 19세까지, 중고딩 필수템

1 하이테크  한 번 쓰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마이크로 기술의 집약체. 중딩 용돈으로 사기에 비싼 감이 있지만, 돈 값은 하는 펜. 수집가가 있을 정도로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2 파인테크  하이테크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파인테크였던 경우가 많다. 하이테크의 저렴이 버전. 가성비가 좋다.

3 사쿠라 겔리롤 골드  겔리롤 라인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색상. 검은 도화지 위에서 빛을 발한다.

4 사쿠라 겔리롤 실버  마찬가지로 검은 바탕에 제격이다. 러브장을 쓸 때, 겔리롤 골드와 실버로 한껏 멋을 낼 수 있다. 데코 전문가들 사이에서 극찬을 받는 펜.

5 라이브 컬러  양쪽 뚜껑을 열면 각각 다른 굵기의 펜이 나오는 2 in 1 제품의 시초. 밑줄 그을 때, 라이브 컬러 하나면 진짜 중요한 밑줄과 덜 중요한 밑줄을 구분해 칠 수 있었다. OSMU 지능성 펜.

6 유니볼 시그노  편안한 그립감, 일정함을 유지하는 잉크. 유일하게 하이테크에 대적하는 유니볼 시그노.

7 지브라 에어핏  미끄럼 방지 실리콘이 있어 그립감이 좋은 샤프. 바디 색상, 실리콘 색상이 다양하다. 팝 아티스트의 감수성이 돋보인다.

8 유니 알파겔  실리콘 부분이 말랑말랑해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기는 걸 방지해준다. 한번 사용하면 중독성이 있어 계속 찾게 된다.

9 제도 샤프  모든 사람이 한 번쯤 사용했던 샤프. 지금도 인기다. 매끈한 블랙 바디가 섹시하면서도 지적인 느낌을 가미한다.

10 보석 샤프  17세기 바로크풍 디자인을 채택했다. 끝에 달린 큐빅 보석이 당신의 미래처럼 빛난다.

문구류의 최강자, 미피 라인

1 향기나는 미피펜  하이브리드 아이템의 아버지. 공책에 향기를 선사한다.

2 향기나는 미피 형광펜  밑줄을 그으면 텍스트에서 은은한 향기가 묻어나온다. 니치 향수 못지않은 고급스러운 향.

3 미피 볼펜  저렴한 가격, 다양한 색상. 섬세한 필감과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마니아를 생산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