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에 맨발이 시리고 하늘이 진하게 변할 때가 되면 떠나고 싶어진다. 느직느직 일어나 인천으로 향하는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다. 아라뱃길이 있는 검암과 청라를 갈 작정이었다. 당일치기라서 그런 걸까. 가방이 가볍다. 조용한 열차 안 맞은편에 앉은 사람의 평화로운 얼굴과 창밖으로 지나가는 맑은 하늘을 보니 떠나는 게 실감이 났다.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검암역에 내려 1번 출구를 따라 밖으로 나가면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버스 대신 자전거로 여행을 하고 싶어 1만원으로 1일 대여를 했다. 1시간엔 3천원이다. 아라뱃길을 따라 가을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자전거를 타다보니 제주도에서 스쿠터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여행했던 게 생각이 났다.
인천 서구엔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멀끔한 자전거 도로를 타고 도시를 달리다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수변 공원엘 가면 주민들과 함께 카약 체험을 할 수 있다. 함께 간 친구에게 노 젓기를 시키고 나른하게 몸을 뉘었다. 물살을 유유히 떠다니다 보니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더위가 가실 때쯤이 되면, 운이 좋은 날엔 오후 예약도 가능하다. 다만 여름철에는 예약이 11시 이전에 마감 되니 꼭 오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뉘엿뉘엿 노을이 질 즈음의 공원에 앉아 바람에 살랑이는 갈대를 바라본다. 땅거미가 내려앉을수록 불 켜진 집들이 모여 수려한 야경을 수놓는다. 동절기에는 저녁 8시가 되면 분수쇼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어둠 속의 빛이 주는 아름다움을 감상하다가 검암역으로 다시 돌아간다. 고요한 공항철도 열차에 내 몸을 다시 싣는다. 잠이 몰려온다. 벌써, 오늘의 여행이 아득해진다.
Photo Reporter 조혜미 hialienpika@naver.com
‘이 많은 사람이 다 비행기를 타는 건가?’ 인천공항역에 도착하자마자 부러움의 눈길을 몇 번 던지고, 검정 샌들을 질질 끌며 3층으로 갔다. 바다와 섬으로 늦은 여름휴가를 떠나기로 한 나의 목적지는 비행기 탑승구가
아니라 7번 출구였다.
인천국제공항 3층 7번 버스 정류장에서 222번 버스를 타고 15분쯤 달려 마지막 정류장인 ‘잠진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에는 매표소와 넓은 갯벌, 건너편에 보이는 섬 몇 개가 전부다. 옛날 영화 속에서나 존재할법 한 매표소의 주인은 3000원짜리 왕복 배표를 시크하게 툭, 던져주신다. 매시 15분, 45분마다 출발하는 배에 올라 하늘을 보니 갈매기가 보였다. 무의도까지는 5분이면 충분했다.
배에서 내려 걸은 지 십 분쯤 지났을까? 쉬고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걸어서 소무의도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여쭤봤다. “뭣이여? 못걸어가! 5킬로는 넘을 것이여.” 분명 두 발로는 갈 수 없을 것 같아 30분에 한 번씩 오는
버스를 기다렸다. 무의도에는 버스 정류장이 많지 않았다. 대신 차가 지나갈 때 손을 흔들면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숲길을 달려 소무의도로 걸어가는 연도교인 ‘소무의 인도교’ 앞에서 내렸다.
연도교를 걸어가니 신비와 모험의 세계로 갈수 있는 등산로가 나타났다. ‘이건 내 허벅지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은 계단에 다리가 후들거릴 때쯤, ‘하도정’이라는 정자가 지친 나를 반겼다. 정자에 가만히 앉아 바닷바람 특유의 짠내와 고요함을 즐겼다.가방을 주섬주섬 열어 챙겨온 빵과 오렌지 주스를 원샷 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끝없이 파란 바다와 섬을 눈과 카메라에 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번엔 계단을 내려가서 가까운 해산물 식당에 들어갔다. 해물칼국수가 1인분에 1만원이라니! 배가 고파 아무 곳이나 들어갔다 낭패를 보는구나 싶었지만, 커다란 그릇에 해산물이 수북이 담겨 나오는 걸 보니 행복해졌다. 2인분 같은 1인분을 해치우고 나오니 밀물이 갯가를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닷물에 부서져 반짝거리는 햇살이 아름다웠다.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저벅저벅 주변을 돌아다녔다. 손을 흔들면 기사님이 웃으면서 버스를 멈춰줬다. 다시 인천공항역으로 돌아가니 아침보다 더 많은 사람이 북적거렸다. 부러웠던 아까와 달리 자신감이 넘쳤다. 이젠 나도 여행자니까.
Photo Reporter 이초원 lcw588708@naver.com
바다를 건너고 싶었다. 주어진 시간, 통장에 남은 잔고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바다의 비린 짠 내음이 그리웠다. 비가 그치고, 날이 밝자 공항철도를 탔다. 최소한의 일탈로 일상을 이탈했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6호선 정거장에서 공항철도 정거장까지 10분. 인생에서 가장 긴 환승이었다. 공항철도 이용객은 두 부류다. 캐리어를 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나는 영종도로 향하는 캐리어 없는 승객이었다.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역까지는 약 40분. 출국장으로 올라갔다. 페이스북에 공항 내부 사진을 올리고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썼다(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공항 이용객을 등지고 여객터미널 3층 2번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가는 302번 버스를 탔다.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민박집과 조개구이 가게가 자주 보인다. 이윽고 을왕리 해수욕장 간판이 보이는 정류장에 내렸다. 구름 한 점 없이 ‘쨍’한 하늘. ‘환승 두 번으로 바다에 도착할 수 있다니!’
입구로 들어가 몇 곳의 가게를 지나쳤다. “학생, 식사하고 가. 서비스 많이 줄게.” 늦은 점심때라 손님을 불러 세우는 상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것도 명물이라면 명물이지. “사진찍으러 왔나보네. 멋있게 잘 찍고 가요.” 혼자 카메라 가방에 삼각대까지 이고 가는 모습이 안쓰러웠을까. ‘손님 한 명도 귀한가’라고 생각하다가, “이렇게라도 해줘야 덜 외로워 보이지”라며 웃는 아주머니의 소리가 들렸다.
방풍림이 보이고 그 사이로 바다가 보였다. 멀리서는 생각보다 푸른, 가까이 가면 황색의 바닷물. 갈매기 수보다 적은 사람들. 오전에 이미 만조를 찍은 바다는 멀리 물러가 있었다. 파도는 해안선의 꽤 먼 곳에서 부서졌다. 바다와 하늘은 하나가 된 몸 위에 점을 찍듯 통통배를 띄웠다.
해변 끝에 선착장이 있었다. 커플 둘이 그 위에 서 있다. 실루엣으로 남성과 여성만을 간신히 구별해냈다.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 ‘바다에 왔으니 인증샷이나 찍어볼까’ 싶은 마음으로 아이폰을 꺼냈다. 햇빛에 찌푸린 얼굴을 보고 ‘역시 그만두자’ 하고 포기했다. 구름 한점 없이 햇빛만 내리쬐던 바다를 피했다. 방풍림 사이의 이름 없는 정자에 올라갔다. 오후 6시. 내려온 해가 뻘과 하늘과 바다를 금빛으로 물들였다.
Photo Reporter 오주석 govl603@naver.com
Editor in chief 전아론 aron@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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