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명단에 귀하는 없음. 뛰어난 귀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는 거절 멘트를 삼시 세끼 퍼마셔야 하는 취업 시즌이다.

“그렇게 뛰어나면 니들이 데려다 쓰라고!!” 외쳐보지만 울부짖음은 그들에게 가닿지 않는다.

 

그런데 취업 초심자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다. 면접 탈락보다 더 위험한 것은 ‘블랙 회사’에 입사하는 일이다. ‘블랙 회사’란 일본에서 건너온 말로, 금전이나 신체, 정신적 고통을 동반하는 노동조건을 가진 문제회사를 가리키는 용어다. 입사하면 퇴사도 어려울뿐더러 잘못 내디딘 첫발은 세상에 대한 강한 불신부터 키운다.

 

안정성을 우선시하며 대기업을 찾는다? 돈을 많이 주는 만큼 업무 강도 또한 높으며 업무비중은 미비하다. 업무의 방향성에 맞춰 일을 찾다 보면 중소기업, 중견기업에 입사 지원서를 쓰게 되는데 작은 회사들일수록 공고 내용과 면접 방식도 가지가지다. 모집 공고와 사장놈 스멜만으로 위험 기업을 가려낼 순 없을까.

 

 

1. 웃는 얼굴, 복장, 외모에 대한 언급이 많다면

웃는 얼굴로 급여도 적게 줄 것 같은 느낌. 쉬운 업무라는 건 전문성이 없다는 뜻이기도

 

저희 외모 좀 봅니다, 너무 당당해서 할 말이 없다

 

돌려서 말해봤자 그냥 잘생기고 예쁜 사람 우대한다는 말이다. 사무직보다는 응대직의 경우에 저렇게 대놓고 ‘웃는 얼굴’ 타령하는 회사가 많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인재상에 써놓는 말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업무 태도’인데 이처럼 하나마나한 말을 써놓는 기업은 차라리 양반이다. 외모에 아무리 자신있다고 해도 능력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회사라면 재직하며 뭘 배울 수 있을까.

 

 

2. 회사 소개가 구구절절

듀오백 정품과 모니터, 최고사양의 PC 라니 피방인줄. “이런 불황속에 일할 데가 있으니 니들은 행복한 줄 알아!!”라고 사장이 매일 잔소리 할 것 같다.

 

일이 힘들다면서 담배도 못 피우게 한다

 

복리후생, 업무 내용, 연봉, 기업규모와 같이 구직자에게 알려줘야 할 정보는 하나도 없으면서 구구절절 쓸데없는 자화자찬만 늘어놓는 회사도 위험하다.

 

회사의 가치관이나 분위기를 늘어놓으며, ‘가족 같은 분위기, 직원 연령대가 젊음, 듀오백 정품 의자를 씀, 주변에 맛집이 많음, 탕비실에 차 종류가 많음’ 등등… 막상 다녀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을 글로 설명하려 든다. 복지혜택에 관해서는 직관적인 언급이 없다.

 

사실 ‘젊다’는 말은 체계가 없고 업무를 배울 선임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젊으니 우리끼리 으샤으샤 하는 분위기일 것 같지만, 실상은 업무 배분이 균등하지 않아 잘 하는 사람한테만 일이 몰린다는 말이기도 하다.

 

 

3. 밥 잘 먹는 분, 점심 제공, 회사에 식당 있음

흔한 사내식당 사이드 메뉴 (google, 2006)

 

직원 규모가 10명 미만이면서 구내식당이 있다면? 작은 주방이 있고 직원들끼리 밥을 해먹는 경우다. 나가서 매일 점심 사먹는 일, 적은 월급엔 엄청난 부담이다. 그러니 직원들끼리 밥도 해먹고 반찬도 나눠 먹으며 화기애애하게 사우애를 쌓는 회사…

 

말이 좋지 ‘점심’은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다. 9시간 동안 회사에 틀어박혀 있는데 숨 돌릴 틈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밥 주는 회사에 다닌 경험이 있는 필자의 경우, 밥과 국을 해주는 아주머니가 계셨지만, 반찬은 각자 가져와야 했다.

 

게다가 전 직원이(사장까지) 다 함께 밥 먹는 문화가 있는 회사인지라 점심 약속 잡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회사 내에서 취식을 하는 경우 신입 사원은 밥통 같은 걸 담당한다.

 

 

4. 공고에서부터 꼰대질

엄만줄…

 

지원하지 말아야지 다짐한 공고

 

‘성실한 마인드를 중시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성실하질 못해서 문제입니다. 시간 약속을 못 지키고 성실하지 못하면 어느 조직에서나 환영받을 수 없습니다’ 님 조선일보 논설위원임?

 

공고에서부터 꼰대질을 해대는 기업들이 있다. 회사 다니면서 성실하게, 시간 엄수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모르는 사람이 있나? 도대체 얼마나 불성실한 직원들에게 크게 데였는지, 공고에서부터 ‘성실, 열심, 노력, 최선’ 잔소리를 해대는 기업들 천지다.

 

 

5. 돈보다는 같이 커 나가는 마인드

별다른 복리후생이 없는 회사일수록 사내동호회 같은 것을 강조한다

주 6일 근무….라고 너무 당당하게 써놓아서 원래 법적으로 주 6일 근무인가 헷갈렸다

얼리버드 사원시상….저거 받으라고 할까봐 무섭다

 

‘돈보다는 함께 크겠다는 마인드가 있는 능동적인 분을 찾습니다’라고 말하는, 창업한지 얼마 안 되는 기업들도 주의하자. 듣기엔 좋을지도 모른다. 큰 회사의 부품 같은 존재가 되는 것보다, 젊은 사람들끼리 작은 회사를 ‘키워가는’ 것.

 

그러나 이런 경우, 친한 사람들끼리 시작했거나 가족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 작은 조직임에도 대표가 2명 이상이라면 보고 라인이 복잡해 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시작부터 함께한 사람들이 이익을 나눠 먹기 때문에 공고와 면접을 통해 뽑은 생면부지의 타인에게까지 ‘함께 큰 회사’의 이익이 돌아가기란 쉽지 않다.

 

 

6. 3개월, 6개월 후 정규직 검토

흔하게 볼 수 있는 정규직 모집 요건

 

처음 입사할 때부터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기업이 갈수록 줄어든다. 기업 입장에서도 신입 직원의 경우에는 업무능력에 대해 가늠하기 어려워서 일단 ‘일 시켜 보고’ 판단하는 게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기업이 가장 골치 아파하는 것이 ‘사람을 함부로 자를 수 없는 경우’다. 그래서 임금피크제다, 노동 유연성이다 ‘취업 규칙 변경’을 사활을 걸고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한 번 써보고 좋으면 살게’라는 말처럼 들린다.

 

취업이라는 간절한 문을 통과할 때 우리는 누구나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 측의 무리한 요구도 받아들이는데 이때 ‘얘는 성격 좋은 애’라는 인상을 주려고 모든 것에 OK 해서는 안 된다. 설령 3개월, 6개월 후 잘할 때 정규직 검토라는 조항이 있다면, 그 ‘잘할 때’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약속받아놓는 것이 좋다.

 

기자 뽑는 공고에 오타작렬

 

 

 

표지 사진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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