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반긴 건 웬 캐릭터 장난감과 스티커 두 장, 그리고 편지.

나를 반긴 건 웬 캐릭터 장난감과 스티커 두 장, 그리고 편지.

 

지난주 목요일은 내 생일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했던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저녁 6시에 종로5가역에서 만나 광장시장에서 육회 비빔밥을 기다리는데, 친구가 “자, 여기!”하며 봉투를 건넸다. 아, 맞다. 이 친구는 나와 생일 선물을 나누는 몇 안 되는, 생일 카드를 주고받는 하나뿐인 사람이었다. 작년에는 내가 품목까지 지정해서 클렌징폼을 받았던 것 같고, 고3땐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란 책을 받았었다.

 

여하튼, 지금까지와는 달리 올해는 ‘선물 뭐 받고 싶어?’라는 질문이 없었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귀여운 캐릭터들이 그려진 봉투를 열어보았다. 그 속에서 나를 반긴 건 웬 캐릭터 장난감과 스티커 두 장, 그리고 편지.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추고 와하하 웃어젖히며 선물을 탁자 위로 올려놓았다.

 

사실 나는 선물에 있어서 굉장히 실용주의적인 사람이다. 생일을 비롯한 각종 기념일엔 ‘뭐 갖고 싶어?’라는 말을 서로 나눈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을 사주는 우리 집의 전통 때문일까, 아니면 또래에 비해 돈 낭비하지 않고 경제관념이 투철하다고 자부하는 내 성격 탓일까. 내가 받거나 준 선물의 대부분은 화장품이나 공책, 필통같이 실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심지어 이번 생일에는 한 달 전부터 필요한 것들이 생길 때마다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 놓고 이걸 사 달라고 해야지, 벼르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캐릭터 장난감이라니. 품목 ‘완구’에 사용연령 8세 이상이라니. 친구는 해맑게 “이거 누르면 노래 나오는 거야! 뭘 사줄지 한참 고민했어”라고 말했다. 그냥 길 가다 보고 재밌어서 산 건 줄 알았는데, 무려 고민까지 했다는 친구. 하지만 차마 이 장난감에는 “나한테 꼭 필요했던 거야”라고 말할 순 없어서, “어머, 나 스티커 필요했는데”(실제로 군대에 간 남자친구에게 보낼 편지봉투를 봉할스티커가 필요하긴 했다.) 라며 말을 돌렸다. 속으로는 그래, 스티커가 필요했었으니 안 사도 되겠다! 그리고 편지도 받았어. 정성이 중요한 거지, 암. 이라고 중얼거리며.

 

식당에선 곧 육회비빔밥과 고기 빈대떡이 나왔고, 배부르게 먹은 우리는 걸었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진지한 얘기, 실없는 얘기를 번갈아 나눈 뒤 집에 돌아왔다. 내가 받은 선물을 본 엄마는 “그게 뭐야?” 하고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선물 받았어.”라는 말과 함께 문제의 장난감을 꺼내 놓았다. 처음에는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보다보니 귀여운 듯도 싶었다. 건전지를 넣고 버튼을 살며시 눌러보았다. 토끼 모양의 캐릭터가 발로 박자를 맞추더니, 노래가 흘러나오고 그에 맞춰 스텝을 밟았다. 친구처럼 해맑은 모습에 나는 다시 한 번 웃음을 터뜨렸고, 엄마도 미소를 지었다. 처음엔 당혹스럽고 약간은 실망스럽기까지 했던 그 선물이 나에게 웃음을 주고 있었다. 보다보니 돈, 취업 따위의 속세에 찌든 마음이 동심으로 돌아가며 정화되는 기분까지 들었다.

 

카톡 창을 열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고마워 지금 선물 작동시켜봤는데ㅋㅋㅋㅋ졸귀ㅋㅋㅋㅋㅋㅋ책상에 올려놓고 우울할 때 봐야겠다. 마음이 순수해지는 듯.” 친구는 답장으로 부끄러운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냈다. 나는 자기 전까지 그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다 책상 위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올려두고 잠이 들었다.

 

사실 그렇다. 선물의 뜻은 ‘남에게 선사한 물건’이고, 선사한다는 것은 ‘존경, 친근, 애정의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남에게 선물을 주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선물의 가치를 따지는 데에 있어 순수한 마음이 아닌 각자의 물질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예컨대 돈을 그 기준으로 삼는 사람은 만 원짜리 선물에는 만원만큼의 애정이, 백만 원짜리 선물에는 백만원만큼의 존경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선물을 놓고 쓸모를 따지던 나도 그 연장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신을 좋아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선물’에 우리는 뭘 그렇게 많은 것을 따지고 들었던 것일까. 어쩌면 그 수많은 잣대들이 선물에 담긴 마음을 가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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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현은?

사실, 선물의 정수는 편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혜빈아,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Reporter 전수현 metish@naver.com

Illustrator 전하은

 

20대라면 누구나, 칼럼 기고나 문의는 ahrajo@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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