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에 질끈 묶은 머리, 체육복과 교복을 적절히 믹스매치한 패션, 뜯어진 삼선 슬리퍼, 등짝만한 백팩…. 친구들의 행색은 늘 친근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모두 고등학교 시절의 얘기일 뿐. 대학친구들을 그런 모습으로 만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신입생 시절에 난 대학친구들을 만나기가 고됐다. 꼭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거울을 보고 이상한 데는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물론 그땐 어떻게 입어도 이상했다). 말투며 행동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엄청나게 밝고 명랑하다!’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나에게 대학친구들은 전에 알던 ‘친구’의 느낌이 아니었다. ‘친구’와 ‘대학친구’는 공통분모가 없는 집합처럼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나 다른 대학친구들이나 서로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같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본래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내숭을 떨기도 했을 것이다. 나이를 먹어도 우리는 항상 친구가 필요하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좀체 가까워지지 못한 이유는 왜일까. 우리는 고등학생 때까지 친구들과 하나의 ‘반’을 공유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보는 게 반 친구들 얼굴이었다. 걔네 얼굴 보는 게 숨 쉬는 것만큼 쉬울 지경이었다. 어쩌면 특정 인물들과 한 공간에서 비정상적으로 오래 지내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자는 시간 빼고 다 봤던 고등학교 친구들

 

하지만 대학은 다르다. 대학교에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친구들과 같이 듣는 수업도 많아야 서너 개. 밥도 시간이 맞아야 겨우 같이 먹고, “다음에 밥 한 번 먹자”는 말로 때우기가 일쑤다. 또한, 우리는 고등학생 때처럼 성적상승이라는 하나의 길만을 보고 살지 않는다. 각자의 길이 있고 각자의 할 일이 있다.

고등학교 친구와의 유대가 튼튼하게 짜여 진 씨실과 날실 같다면, 대학친구와의 그것은 얼기설기 이어진 성긴 그물과 같다. 우린 대학친구들과 공유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적고 그만큼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 볼 시간도 적다. 그래서 우린 서로를 잘 알지 못하고 전에 없던 불편함과 가식이라 느껴지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대학친구에게 고등학교 친구와 같은 끈끈한 연대를 바라는 건 어찌 보면 욕심일지 모른다.

 

 

즉 착하던 고등학생들이 대학생이 되자 단체로 가식덩어리로 변하는 게 아니란 거다. 그러니 나의 순수한 고등학교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대학친구를 적대시할 필요도 없다. 다만 친구와의 관계가 고등학생 때와 같을 수 없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어떨까. 지금껏 우린 엄청나게 편하고 가족 같은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싸여 있었는지 모른다. 친구라면 모름지기 서로 서슴지 않고 욕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진상 짓도 다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 하지만 친구라고 반드시 그래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대학친구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은 생각보다 많다.

 

대학친구와 모든 생활과 비밀을 나누진 않지만 그들은 나의 시간을 존중해 주고 사생활을 이해해 준다. 각자의 할 일을 하면서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된다. 그들은 나와 관심사가 같기도 하다. 서로가 비슷한 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공이 달라서 서로의 진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달리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할 수 있다. 고등학교 친구보다 편안하진 않지만 대학친구는 나에게 낯선 자극이 된다. 서로를 보며 발전할 수 있고 함께 성장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지금 곁에 있는 대학친구들이 나의 20대를 함께 겪는 사람들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의미 있는 시간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대학친구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은 생각보다 많다. 누가 뭐래도 현재를 함께 보내는 이들은 대학친구들이다. 그들의 가치를 조금 더 생각해 본다면 ‘대학친구’라는 타이틀을 한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Reporter 최효정 choihj906@naver.com

Illustrator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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