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매일 애써 나아가는 것이 용기구나.

그렇게 매일 애써 나아가는 것이 용기구나.

 

길에서 문장을 만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아주 가끔은, 필요한 답을 길에서 얻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내 경우의 이야기다.

 

나에게는 두 가지 출근길이 있다. 하나는 신촌, 이대, 아현을 지나 광화문을 통해 가는 버스 노선. 하나는 연희동에서 연세대 앞을 통과해 곧장 광화문으로 가는 택시 노선이다. 버스를 주로 이용하지만, 몸이 아프거나 늦잠을 잔 날에는 별수 없이 택시를 타야 한다. 그 날도 그런 날이었다. 머릿속이 꽉 닫힌 것처럼 갑갑한 두통에 괴로워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연희 IC 근방의 굴다리를 통과할 무렵 회벽에 적힌 반듯한 글씨들이 눈에 들어왔다.

 

“용기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문장은 거기서 끊겨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가려져 있었다. 그 위치에 떡하니 전단지 게시대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내용일까? 두려움을 이겨내는 게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뭘 하라는 걸까? 종일 그 빈칸이 신경 쓰였다.

 

누군가 벽에 질러놓은 낙서라고 치부해버려도 좋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 문장이 자꾸 어깨를 두드린 것은 내가 끌어안고 있던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무렵 나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확신이 없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치이면서 내 속에 자라나는 불신의 싹을 처음 보았다. 나이를 먹어도 명확해지지 않는 부분들은 자꾸 늘어났고 아무리 고민하고 노력해봐도 막막함은 차곡차곡 쌓여갔다. 겁이 났다. 이대로 끝일까봐.

 

정답을 찾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내가 맞다는 확신이 없으면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졸졸 따라다닐 게 뻔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를 거스르는 것들, 나를 모호하게 하는 것 들, 내 편이 아닌 것들이 모두 틀린 것이기를 바랐다. 난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싶었다. 잘못은 내가 아니라 그 상황에, 그 사람에, 그 순간에 있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세상일 대부분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란 사실을.

 

다 알고 있었지만 머리를 따라주지 않는 마음이 문제였다. 나는 성인군자도 아니고 대인배도 아니다.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두려움은 폭도 깊이도 좁았다. 차라리 ‘정신 승리’를 하고 싶었다. 여러 차례 시도해봤지만 잘 안 됐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 앞에서 “누구 때문이야” “무슨 일 때문이야” 불만도 토로해봤다. 하지만 그런 말을 뱉으면 내 속에서 번번이 ‘그럼 네 잘못은?’ 하고 뾰족한 반문이 튀어올랐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아. 잘하고 있어” 하고 긍정을 해볼라치면 기억 저 아래 파묻혀 있던 무언가가 나를 끌어당겼다. 나의 부족함들,약점들, 아쉬움들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아무것도 이겨내지 못할까. 그렇게 상심했었던 것 같다. 나에게 조금만 더 용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모든 두려움과 걱정을 버리고 강인해질 수 있는 그런 용기.

 

내내 신경 쓰였던 벽 위의 문장을 찾아 나선 건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맥주를 두어 캔쯤 마시고 밤산책을 하다가 그 굴다리를 향해 방향을 바꿨다. 연남동과 연희동 골목골목에 자리한 술집들에서 흘러나온 노란 빛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걸으면서 깨달았다. 실은 벽 앞에 서기 전부터 빈칸의 문장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용기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가는 것이다.”

 

반듯한 글씨체 덕분에 ‘가는 것이다’라는 말에 명확함이 더해졌다. 이미 예상한 완결이었지만 말이다. 마치 누군가 나에게 화답해주기위해 적어둔 문장이 아닐까 착각까지 들었다.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는 내가, 정확히 말하자면 두려움을 이기려 하지 않는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두려움이란 자신의 약점, 콤플렉스 같은 것들에서 온다. 내 안의 가장 연약한 부분은 무엇보다 쉽게 다치는데다 회복도 더딜 테니까. 때로는 소중한 것, 마음속 깊은 데서부터 아끼는 것들이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이 된다. 이루고 싶은 꿈은 뜨거운 마음을 가져다주지만, 더불어 실수에 대한 걱정이나 더 잘하고 싶은 욕심과 스스로의 만족하지 못하는 갈급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렇게 부족하거나 무른 부분들이 쉽게 변할 리가 없다.

 

결국 그것들을 마주하면서 느껴야 할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더 나답게 하는 게 아닐까? 오래 가지고 있던 약점이나 콤플렉스들이 갑자기 해결될 리가 없으니, 두려움을 이긴다는건 스스로 치이지 않게 마음을 고쳐 잡는 정도일 테다.

 

애당초 우리는 두려움과 승패를 가를 수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의 약점들을 차츰 발전시키고 채워나가면서 거기서 생기는 두려움들이 점점 작아지고 희미해지길 바라야 한다. 어쩌면 아주 작고 어렴풋해지다가 영영 이 세상에서 사라져 줄지도 모른다. 그때까지는 괴롭더라도 함께 가야 한다. 단번에 이긴다는 건 아무래도 속임수다. 덜 힘들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눈가림 같은 것.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 곁의 두려움들을 더듬어봤다. 아직 나의 존재보다 훨씬 크고 무겁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치고받고 싸우지 말자고 약속했다. 어차피 중요한 건 이기고 지는 게 아니다. 서로에게서 자유로워질 날이 올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 그렇게 매일 애써 나아가는 것이 용기구나. 나는 그날 밤 용기의 비밀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기분이었다.

 

 

 

Editor in Chief 전아론 aron@univ.me

Illustrator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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