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전쟁터, 말들이 빠져 죽던 늪, 일제 신사 터…. 여기 정말 우리 학교 맞아? 이번에는 학교에 숨겨져 있던 역사 이야기다. 당신이 종종 낮잠 자던 그 잔디밭, 옛날 한때는 회장님이 골프채를 휘두르던 곳이었다고.

 

 

골프장인 줄 알았는데 진짜 골프장
서울대 버들골

너른 들판에 파릇파릇한 잔디밭…. 캠퍼스에 웬 공원인가 싶은 이곳은 서울대 버들골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서울대 학생들의 휴식 공간은 아니었다. 원래 이병철 삼성그룹 전 회장의 사유지로, 골프장 ‘관악 컨트리 클럽’이 있던 곳이니까.

현재 교수회관은 옛 클럽하우스의 잔재라고 한다. 일설에 따르면 삼성이 ‘사카린 밀수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골프장 자리를 헌납했다고 한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학생 시위를 원활하게 진압하고자, 대학로에 있던 서울대를 관악산 아래로 옮겼다는 말도 전해온다. 만약 서울대가 이사오지 않았다면? 서울대입구역은 관악산(관악컨트리클럽)입구역? 삼성역 또는 호암(이병철 전 회장의 호)역이 아니었을까?

 

Reporter 권성한 freedom_han@naver.com

 

 

말들의 울음소리가 들려
건국대 일감호

물에 빠지면 에이즈 빼고 다 걸린다는 소문이 전해오는 건국대 일감호. 사실 이곳은 사람이 아닌 말이 빠지던 곳이다. 뚝섬 근처를 비롯한 건국대 일대는, 조선시대엔 말을 키우는 목장이 있던 들판. 중랑천과 청계천 그리고 한강이 만나는 이곳은, 옛날엔 넓은 초지로 뒤덮여 있었다.

때로 강이 범람해 늪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종종 이 늪에 말이 빠지면 주민들은 말을 꺼내주지 않고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고. 말을 살려주면 나라에 돌려줘야 하지만, 말이 빠져 죽으면 고기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 일감호는 말이 빠졌던 바로 그 늪 자리에 만든 인공호수다. 늦은 밤 호수 옆에서 어렴풋이 들려왔던 ‘히히힝~’ 소리의 정체, 이젠 잘 알았겠지?

 

Editor 조아라 ahrajo@univ.me

 

 

국립대 그거 우리도 할 수 있었어
성균관대 교정

조선시대 최고의 국립 교육 기관이었던 성균관. 그런데 성균관을 계승한 성균관대는 왜 국립대가 아닐까? 때는 일제강점기. 일제는 성균관을 경학원으로 낮춰, 친일파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만들어버렸다. 1924년엔 경성제국대학을 설립해, 교육 기관마저도 일제 지배 아래에 뒀다.

비록 일제가 패망하고 학교는 다시 세워졌지만, 미 군정을 중심으로 1946년 경성제대를 비롯해 서울 근교의 전문학교들을 국립 서울대로 통합했다. 갓 쓴 유림을 길러낼 이유가 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국립대 통합 과정에서 성균관대는 제외됐다. 1993년엔 성균관대를 국립대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삼성그룹이 재단을 인수하면서 지금의 성균관대의 모습을 갖췄다. 만약 국립대로 전환됐더라면, <성균관 스캔들>은 현실이 됐으려나.

 

Reporter 임기훈 s10carrot@gmail.com

 

 

조선에서도 대세는 뇌섹녀
숙명여대 순헌관

숙명여대 본관 ‘순헌관’은 대한제국 고종의 계비 순헌황귀비를 기리고자 붙은 이름이다. 사실 순헌황귀비는 명성황후의 최측근인 ‘엄상궁’이었다. 빼어난 미녀도, 양반가의 딸도 아니었지만 지혜와 인품으로 고종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황태자인 영친왕의 어머니로서 국모 자리에까지 올랐다.

특히 그녀는 총명함을 발휘해 아관파천을 주도했다. 당시 몇달 간 일부러 밤마다 출궁해서 일본의 의심을 누그러뜨린 뒤, 고종을 가마에 태워 궁궐을 빠져나오게 했던 것. 덕분에 고종은 일본의 감시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1906년 숙명여대의 전신인 명신여학교를 세워 여성 교육에 힘썼다. 지금껏 황실이 존재했다면, 숙명여대 역시 국립 황실 여자대학이 됐을지도 모르는 일.

 

Reporter 윤소진 leeun0651@naver.com

 

 

통일만 되어봐라 (Feat. 평양캠퍼스)
숭실대 평양캠퍼스

조선의 TOP2 도시는 어디였을까? 한양은 말할 것도 없었고, 위쪽 지역에선 평양이 갑이었다. 현재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자리 잡은 숭실대, 사실은 평양에서 먼저 세워진 학교다.

1897년 한 미국인 선교사가 평양에 학교를 세웠고, 1906년 대한제국으로부터 국내 최초의 4년제 대학으로 인정받는다. 명망 있는 학교였던 만큼, 3·1만세운동과 신사참배 반대 운동을 주도하며 인재들을 양성한다. 하지만 1938년 신사참배를 거부하면서 학교 문을 스스로 닫았다.

해방 뒤엔 평양 캠퍼스를 다시 부활시킬 생각이었으나,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꿈은 무산되고 말았다. 결국 서울에서 다시 개교한 뒤, 이산가족 아닌 이산대학으로서 통일을 위한 교육과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고. 통일만 되어봐라! 숭실대엔 평양캠퍼스가 있다.

 

Reporter 김선화 tjsghk0648@naver.com

 

 

몰랐나? 학교는 전쟁터다
연세대 언더우드관

연세대 캠퍼스의 정중앙에 자리한 언더우드관. 담쟁이덩굴에 뒤덮인 비주얼로 연세대의 위엄을 절로 느끼게 하는 이곳엔 뜻밖에도 한국전쟁의 아픔이 서려 있다.

전쟁 때 북한의 김일성은 연세대를 남한 침략의 베이스캠프로 삼았고, 언더우드를 자신의 집무실로 사용했던 것. 때문에 얼마 후 인천상륙작전이 시작되면서, 전초기지였던 연세대 캠퍼스는 우리 연합군의 포화를 피할 수 없었고, 언더우드관도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버렸다.

지금의 언더우드관은 전후에 동상과 함께 복구된 것이라 전쟁의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언더우드 동상의 받침대에는 그때 빗발쳤던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만약 그날의 작전이 실패했다면 연세대는 김일성종합대학 서울캠퍼스가 되어버렸을지도. 핸드폰은 ‘아리랑'(북한의 스마트폰)을 써야 했을지도.

 

Reporter 임기훈 s10carrot@gmail.com

 

 

모두가 탐낸 남산 꿀자리
숭의여대 교정

서울 중구 소파로에 위치한 숭의여대. 서울의 중심지인 이 꿀 발린 자리에 숭의여대가 세워진 까닭은 무엇일까. 숭의여대의 전신 숭의여학교는 숭실대처럼 평양에서 시작한 학교로, 일제 땐 숭실전문학교, 숭실중학교와 더불어 평양의 3숭으로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신사 참배를 거부하면서 1938년 자진 폐교했다. 해방 후엔 남산에 학교를 다시 세웠다.

이곳은 풍수로도 좋지만 식민 통치의 아픈 역사가 남아 있는 장소다. 일제는 지금의 숭의여대 자리에 ‘경성신사’를 만들었고, 아래쪽엔 ‘조선신궁’을 세웠다. 나라의 혈맥이 흐르는 자리에 신사와 궁을 세워, 조선을 삼키려는 의도였다. 한때 일제가 탐냈던 자리에 ‘의를 ‘숭’상하는 숭의여대가 다시 문을 열게 됐으니 의미가 있는 셈이다.

 

Reporter 김선화 tjsghk0648@naver.com

 

 

하와이 교포가 울겠네
인하대 교정

‘인천의 하버드’가 아니다. ‘인천과 하와이’다! 하와이가 말이 되느냐며 손사래도 쳐봤겠지만, 이 이름에는 하와이 교포들의 희생이 담겨있다.

1952년 하와이 이민자들은 교포 2세를 잘 가르치기 위해, 고생스럽게 번 돈을 인하대 설립에 지원한다.이승만 전 대통령도 국고를 지원하는 등 국립인 듯 국립 아닌 사립대였던 것. 그런데 왜 인하대가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의 소유가 됐을까.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야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인하대 재단은 유명무실해진다. 박 전 대통령은 1968년 한진상사주식회사(현 한진그룹) 조중훈 이사에게 “인천이 고향이니 재단을 맡아 달라”며 재단을 정비했다고.

인천이 고향… 이니까? 말인지 막걸리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한진그룹은 몸집을 불려 대학과 항공사를 가진 재벌이 됐다. 회장님의 고향이 인천이 아니었다면, 인하대는 누구의 학교였을까?

 

Reporter 권성한 freedom_han@naver.com

 

Editor 조아라 ahrajo@univ.me

Photo Reporter 오주석 이초원 조혜미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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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토)-2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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