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시작했던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의 인기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방송 시간이 10분 늘어났고 4회가 추가로 편성됐다.

한국에서 열린 서울이랜드FC와의 첫 평가전에는 3000명이, 성남FC와의 두 번째 평가전에는 8000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다. 선수들과 함께 울고, 새롭게 도전해보려는 용기를 얻고, 그 용기를 선수들에게 돌려주러 온 청춘FC의 팬들이었다.

축구에 다시 한 번 속아보려는 청춘FC의 도전, 그리고 그들의 꿈에 함께 속으려는 우리가 있어 어쩌면 패자부활전이라는 기적은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

 

Intern 이예나
Photo reporter 최진영

 

[패자부활 step 1] 따뜻한 위로

실패의 경험은 사람을 주저앉힌다. 방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힘이 되는 건 뻔한 노래 가사 같은 위로다.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 믿음의 한 템포

 

살면서 ‘인생은 타이밍이다’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듣는다. 수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벨기에 전지훈련에 참여한 ‘션’도 타이밍이 안 좋았다. 알 수 없는 무릎통증 때문에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없게 된 것. 결국 그는 감독들의 권유로 한국으로 돌아간다.

버린 거냐고? 아니, 그 반대다. 안정환 감독은 타이밍이 어긋났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한 청춘을 한 템포 기다려준다. 혼자서 치료와 훈련을 병행할 션을 위해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넌 지금 너 혼자의 경기를 하러 가는 거야. 이기고 와. 꼭 보는 거야.”

션은 지금 등번호 17번의 주인이다. 이미 실패를 경험한 이들을 다시 한 번 믿어준다면, 그들은 결코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다.

 

– 사랑받고 싶어?

 

예정에 없던 면담을 신청한 경훈은 경기에서 지적을 많이 못 받았던 자신을 안정환 감독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안 감독은 “잘하면 될 것 같아”라고 말한다. 입단테스트 중임을 감안했을 때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답이다. 핵심은 그 뒤에 이어진 안정환의 질문. “사랑받고 싶어?”

그렇다. 오랜 시간 좌절과 실패를 반복한 우리 모두는 사랑받길 원한다.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없애기에 사랑보다 좋은 건 없다. 그의 스타일상 달콤한 말보단 따끔한 독설로 사랑해주겠지만 결국은 이것도 저것도 사랑이니 상관없다.

 

–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선수들은 ‘청춘FC’에 다시 도전했지만, 모두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는 없었다. 최종 엔트리에 선발되지 못한 권현우 선수는 웃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런 그에게 이운재 코치가 다가왔다. “왜 끝났다고 생각해?” 권현우는 그제야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렸다.

실패가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이젠 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믿어버리게 된다. 꿈보다 겁을 먼저 배워버린 권현우 선수에게 필요했던 것은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다독임이나 체념이 아닌 ‘아직 끝이 아니’라는 희망 어린 부추김이었다. 이운재 코치는 울고 있는 어린 선수를 끌어안았다. 권현우 선수에게, 체중실린 코치님의 포옹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 ‘원래 그런 세상’에 맞서는 법

 

삶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의 연속이다. 유럽에서 FC청춘 선수들은 ‘편파적인 심판’이라는 최악의 변수를 마주하게 된다. 상대방의 거친 태클은 묵인하고, 정당한 태클에 페널티킥을 선언하는 오심에 그들은 당황한다.

전반전을 끝내고, 패잔병들처럼 라커룸에 들어온 선수들에게 안정환 감독의 첫 마디는 “괜찮아. 힘든 것 알아”였다. 선수들이 세상의 무심함에 고개를 숙였을 때, 감독은 그들의 편에 서주었다. 맘대로 되는 것 하나 없다고 느껴질 때 “괜찮아. 다시 해보면 되잖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 당신은 엄청나게 성공한 사람이다.

 

Reporter 김송미 배대원

 

[패자부활 Step 2] 따끔한 충고

정신을 차려보니 저만치 앞서가는 친구들이 보인다. 조급한 마음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 그런 날 쭉 지켜보던 누군가의 충고가 따갑다. 입에 써서 뱉고 싶지만, 그걸 삼켜야 약이 된다.

 

– 울지 말고 일어나, 빰빠밤!

 

이웅재 선수는 두 감독이 눈에 띄는 골잡이가 없어 고민 중이던 차에 발견한 인재였다. 그는 청춘FC의 원톱으로서 늘 선발로 뛸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이웅재 선수는 상대 선수의 날아드는 어깨에 맥없이 쓰러졌다. 그 때 이을용 감독은 “부딪히면 버텨야지! 넘어지지 말고!”라 소리쳤다.

잘될 거라 예상했던 일들이 커다란 장벽에 가로막힐 때가 있다. 하지만 별 수 있나. 여기저기 쑤시고 아플지언정 온몸으로 돌파해보는 것이다. 그 끝에 내 골(goal)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기대를 품으면서.

 

–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최원태는 유럽에 도착한 후 감기에 걸려 훈련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했고, 새벽잠을 줄여가며 개인운동에 매진하는 다른 팀원들과 달리 침대에 널브러져 있기 일쑤였다. 보다 못한 안정환 감독은 그에게 발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훈계했다. 최원태는 울먹이며 억울함을 호소지만 돌아온 대답은 차갑고도 날카로웠다.

“자신을 속이지 말고 자신한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마라. 그것만큼 나중에 후회되는 것 없다. 그때 되면 네 주위로 핑계 돌릴 거리도 없어. 네 자책하며 살아야 돼 인마.”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들이 내 노력 알아주지 않는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쉬운 자기 위안은 스스로를 다시 어둠 속으로 빠트릴지도 모른다.

 

– 가장 치명적인, 안일주의보

 

선수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실점도, 패배도 아닌 안일함이다. 안 감독은 해외 전지훈련 멤버로 발탁되어 들뜬 멤버들을 모아두고 가장 먼저 표정 단속부터 한다. “‘나는 괜찮지’라는 말을 하는 순간부터 너흰 안 괜찮은 거야.”

모든 실패는 안일함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산전수전 겪은 프로는 안다. 물론 커다란 성취는 작은 결실들의 다발이겠지만, 그 작은 결실에 섣불리 긴장의 끈을 놓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나는 이 정도 했으니 괜찮겠지’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물론 나의 도전도 점차 시들어간다. 우리가 괜찮아지기 위해서 조금은 안 괜찮아지는 것이 필요하다.

 

– 대탐을 위한 소실

 

전지훈련 막바지, 엔트리 제외까지 고려될 만큼 기량이 부족한 두 선수에게 감독들은 마지막 경고로 “남들보다 5분만 빠르게 일어나면 돼.”라고 말한다.

인생을 반전시키기 위한 첫걸음은 반복되는 자신의 나쁜 습관 하나부터 고치는 것이다. 부활의 꿈을 지녔을지라도 달콤한 게으름 하나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작은 것을 고쳐나가면서 얻은 자신감을 자양분 삼아 큰 걸음을 만드는 것이 이 감독이 생각한 옳은 순서이다.

우리는 사소하게 쥐고 있던 습관들을 버리지도 못했으면서 새로운 결실을 잡으려는 욕심만 부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Reporter 공태웅 임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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