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헬조선, 여기저기서 헬헬 거리니까 좀 지겨워질 찰나, 유행어 더 열심히 쓰라고 정부에서는 고맙게도 ‘노동개혁’을 내놓았다. 이제 취업해봤자 해고도 더 쉬워지고, 연봉도 기업 맘대로 팍팍 깎으니까 올레~~ 여기가 헬조선이다! 누구나 지옥불에 떨어진 듯 ‘앗뜻뜨’한 순간들이 있을테지만, 취준생들에게 가장 뜨거운 순간은 면접관 앞에 앉았을 때다.

 

“자기소개 한번 해보세요” 예상 질문과 마주했는데도 머리는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입은 버퍼링이 걸린다. 그나마 ‘자기소개’나 ‘장단점 나열하기’와 같은 질문은 양반이다. 어머니는 뭐 하시나, 살을 안 뺀 거 보니 인내심이 부족한가 보네, 나이가 많은데 그동안 뭐했나, 연애는 왜 못하나…와 같은, 헬조선스러운 질문들을 마주하면 갑자기 세상만사가 서러워진다.

 

잦은 이직으로 약 100여 번 면접장에 들어섰던 필자 역시 그런 거지같은 질문들 앞에서 ‘앤트맨’처럼 쪼그라들었다. 여러분은 이런 면접관 만나면 바로 뛰쳐나오라고 필자와 주변인들의 흑역사를 공개하련다.

 

1. 내가 인서울 아니면 부르지도 않는데 말이야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중

 

인터넷 연예 매체 중 하나인 A모 회사. 여기서 A는 매체명이 아니라 그냥 ABCD의 A다. 특별히 문장력이 필요한 기사를 쓰는 것도 아닌 기레기 매체 주제에 학벌을 보기로 유명한 편집부장. 면접을 보러갔던 필자의 친구는 앉자마자 이런 얘기부터 들어야 했다.

 

“내가 인서울 아니면 원래 부르질 않는데, 자네는 특별히 기회를 준거야”

 

아직 어렸던 필자의 친구는 그 말을 당시에는 ‘너는 특별해서 면접 기회를 준거’라고 알아듣고 황송해했더랬다.

 

결국 합격해서 그 회사를 몇 달 다녔지만 역시 회사는 거지같았다. 8시 출근 7시 퇴근이라는 아연실색할 업무규정, 주말에는 집에서 리뷰 기사를 써야 했고 나름 ‘언론사’라고 당직도 있었다. 게다가 끝은 지리멸렬한 소송으로 마무리 되었다.(소송 내용은 밝힐 수 없다)

 

2. 면허증 있던데, 차 있나?

이런 차를 원하는 건지

 

자격증 란에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하나 쓰고 나면 왜 그다지도 쓸 게 없는지. 남들 자격증 딸 때, 4년 동안 나는 뭐하고 있었단 말인가. 내가 쓰레기네. 도저히 쓸게 없어 면허증도 자격증이라며 야심만만하게 써넣었다. ‘운전면허증’을 본 면접관은 ‘오호라’하는 표정을 짓더니 물었다.

 

“차는 있나?”

 

홍보팀 사무직을 뽑으면서 웬 자동차 타령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없다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 답했다.

 

“제 차는 아니지만, 엄마 차를 같이 씁니다.”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던 그는 다시 물었다. “그럼 그 차를 회사에 가져올 수 있나? 차종이 뭔가?” 구차하기 이를 데가 없는 질문. 점차 화가 치밀기 시작했지만, 피차 더 볼 사이 아니라 참았다.

 

3. 내가 잘하면 유학도 보내주고…

나만 잘하면 유학도 보내준다?

 

겁도 없게도, 면접관이 ‘더 궁금한 거 없나’라고 물었을 때 이런 걸 물었던 시절이 있었다. “전임자 분은 왜 그만두셨나요?” 작은 기업에 경력직으로 면접을 보러 갈 때에는 정말 그게 궁금하다. 그렇다고 면접관이 ‘그건 말일세, 연봉이 짜고 일은 졸라 많고 회사 상황이 뷁스럽기 때문일세…’라고 곧이곧대로 답해줄리도 없다. 그런데 이런 대표가 있었다.

 

“그 친구 꿈이 드라마작가라 내가 00드라마에 소개해줘서 그만뒀어요. 그리고 다른 친구도 회사 추천으로 유학을 가게 되는 바람에 갑자기 채용을 하게 됐어요. 원래 내가 추천 아니면 이력서 받아보지도 않는데 말이야.”

 

그땐 그게 왜 그렇게 듣기 좋았는지. 얼마나 좋은 회사면 직원을 꿈 찾아가라고 일도 소개해주고, 유학까지 보내준단 말인가. 우왕, 짱이다! 물론 알고 보니 다 거짓말이었다.

 

4. 외모 지적 노노해

 

얼마 전 서울대학교 학생홍보대사 면접이 문제가 되었다. 면접관이 외모 비하와 지역차별, 성희롱성 발언을 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남자 면접관에게 어필해보라’고 하거나 끼를 발산해보라며 춤을 추라고 하고, ‘본인이 여기 올 비주얼이라고 생각하느냐’, 불광동 사는 지원자에게 ‘거기 동네 후지던데’라고 하는 등 갑질을 한 것이다.

 

같은 학생이 면접관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운데, 필자 역시 면접에서 외모 타령하는 면접관을 만난 적 있다. 면접관 3, 면접자 5명의 면접이었는데, 그 중 남자 지원자는 한 명이었다. 3명의 면접관들이 공격대상으로 삼은 것은 남자였다.

 

“그런 회색 정장은 잘 안 입는 색인데 자신감이 대단하시네요”

 

“전역한 지 1년 넘었는데 아직도 군인 머리인 이유가 있나요”

 

“얼굴이 붉은 편이라 자주 오해를 사겠어요”(나니? 무슨 오해?)

 

“키가 173으로 기재되어있는데 실제로는 더 작아 보이네.”

 

“최근 연애가 언제에요? 왜 헤어졌어요?”

 

함께 들어간 여자 면접자들에게는 직무 관련된 질문을 했지만, 유독 남자 면접자에게만 농담 섞인 비하 발언들이 쏟아졌다. 짧은 면접이 끝나고 우리가 나간 후에도 면접관들 방에서는 한참이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당한 그도 비통했겠지만, 같은 자리에서 아무 소리도 못하고 앉아 있었던 다른 4인 역시 눈물이 나왔다.

 

구걸을 하러 왔어도 이런 취급은 받지 않았을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어 우리는 놀림감이 되어야 하는가.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 회사면 인성들이 저렇게 삐뚤어졌는지, 뽑아줘도 안 갈 회사였다.

 

5. 서류에 있는 내용 비꼴 거면 부르질 마라!

자넨 이력이 왜 이 모양인가

 

입사 지원시 전형은 보통 서류전형, 면접전형으로 나뉜다. 서류에서 ‘괜찮았기’ 때문에 면접에 부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류에 없는 점을 면접에서 꼬치꼬치 묻는 면접관이 많다.

 

“토익 점수가 이것 밖에 안 되는데 왜 그래요?”

 

“어학연수나 유학 경험이 없던데 왜 없어요?”

 

“사진이랑 실물이 많이 다른데 포샵을 왜 그렇게 많이 했어요?”

 

물론 학점이나 교외 활동 등 서류에서 궁금하고 부족하다 생각되는 부분을 말로 설명하고 어필할 기회를 주는 것이 면접이긴 하다. 하지만 ‘아’다르고 ‘어’다르다고, 비꼬듯이 상대방을 힐난하고 깎아 내리는 태도는 면접관이라도 못 봐주겠다. 면접관은 갑, 면접자는 을이라고 판단하고 말로 어디까지 상처줄 수 있는지 시험하는 면접관 놈들에게 한마디 하자.

 

“면접관이라는 너희 직책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지금 면접 보는 이 자리도 내 잘못으로 받아야 하는 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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