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을 손에 쥔 상필은 미칠 노릇이다. 그의 밑엔 한 아저씨가 깔려 있고, 아저씨는 빌린 돈을 안 갚았다. 이 뻔뻔한 인간에게 채무 이행이란 말을 알려주기 위해 찾아왔건만 그는 오히려 “쳐라 쳐! 제대로 한번 후려쳐 봐라!!”며 악다구니를 쓴다. 며칠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모습은 상필의 머릿속에 없었다. 아는 형의 권유로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조금 무서웠던 게 사실이지만 잠깐이었다. 그는 타고난 입담으로 사람을 긁는 데 재능이 있어 빚쟁이들에게서 손쉽게 돈을 받아냈다.

 

그런데 이 아저씨 같은 배째라는 처음이었다. 무기라 생각했던 화려한 말발은 그에게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약이 오른 아저씨가 휘두른 소주병에 맞아 머리를 두 군데나 꿰맸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맞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필. 그래서 다시 찾아갔지만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아저씨의 악다구니에 상필도 같이 악에 받쳐 말한다.

 

“내가 못할 거 같지? 내가 X발 못할 거 같아 보이지?”

 

입 밖으로 나온 말과 달리 상필은 못한다. 당신과 똑같은 인간이 되기 싫어서라고 둘러 댔지만 사실 그는 무서웠을 뿐이다. 때리는 것도 무섭고 때렸다가 덜컥 죽어버리는 것도 무섭다. 왜 돈을 못 받아왔냐고 묻는 사장에게 그는 울면서 말한다.

 

“솔직히 무서워요. 진짜 무서워서 못 하겠어요.”

 

상필은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는다. 요즘 들어 못하는 일도 할 수 있는 척하는 사람을 많이 본다. 상황에 쫓겨 일단 취업부터 하고 보자는 사람들. 자소서를 ‘복붙’해 수십, 수백 개의 회사에 지원한 이들이 자신과 맞지 않는 곳이라도 합격만 하면 들어가려 한다. 물론 안 맞더라도 죽기 살기로 하다보면 적응도 되고 요령도 생길 테다. 하지만 그건 내게 어울리는 일은 아니다. 죽어라 하다 보니 익숙하고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일이 됐을 뿐이다.

 

맞지 않는 옷을 맞는 척하며 살아가면 당연히 불편하다. 가슴속에 응어리가 생긴다. 그러니 못하는 건 못한다고 말하자. 포기도 용기다. 그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된다면 더더욱.

 

 

Reporter 배대원 bdw1707@naver.com

 

 

시동
조금산 / 다음
2014. 10.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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