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쟤 재수 없어.” vs “머, 멋있다아….”
재수 없지만 멋있고, 멋있지만 재수 없는 이야기들.

10월 9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DDP 디자인전시관 /대학생 1만 2000원.

알레산드로 멘디니 전 말로만 듣던 융합형 인재

한 우물만 판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도전하는 분야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더욱 꿈 같은 소리다.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그런 의미에서 특별하다. 그는 잡지편집장으로 성공을 거둔 후, 58세의 나이에 과감하게 디자이너로 나섰다. 첫 프로젝트였던 그로닝겐 미술관을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 올린 멘디니는 이제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의 대표적 작가다.

“좋은 디자인은 시와 같다”는 그의 철학은 평범한 사물에도 파격적인 배색과 변형을 가미해 새로운 체험을 가능케 했다. 한국에서 동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이번 전시를 직접 기획하고 구성하면서, 그는 관객들 모두에게 편안하고 즐거운 관람이 될 수있도록 배려했다. “삶의 모든 것이 디자인”이라는 그는 우리의 세계를 감동과 이야기가 가득한 시로 물들이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Reporter 김유진 kyj379@naver.com

웹툰 <아이덴티티> 천재라 쓰고 환자라 읽는다

사람을 꿰뚫어보는 능력의 소유자 헨리는 젊은 나이에 부와 명성을 모두 얻었다. 그러나 그의 선견지명과 통찰력은 사실, 잠을 자는 순간부터 남들의 꿈을 대신 느껴 얻은 능력이다. 타인의 꿈속 대리자가 되면서 헨리는 그 사람의 인격을
독해하고 흡수하여 모든 것을 파악한다. 하지만 그는 매일 밤이 괴롭다. 신이 아닌 이상 수천 명의 인생을 읽어내고 기억하는 것을 오롯이 감당하긴 불가능하다. 결국 헨리는 천재이면서 환자인 셈이다. 독특한 수면 ‘능력’이자 ‘병’을 치료하기 위해, 그는 정신과 의사 와이번을 찾아간다. 타인의 인격을 독해하다 자신의 정체성마저 헷갈리며 지쳐가는 헨리, 환자가 가진 촉박한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와이번, 그리고 국면을 전환하는 새 인물들의 등장까지.

<죽음에 관하여>의 시니는 묵직한 신인 만화가 수훈과 함께 숨 막히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네이버 웹툰 목요일 연재.

Reporter 공태웅 dnlriver@naver.com

천재노창 <MY NEW INSTAGRAM: MESURECHIFFON> 총기와 광기의 경계에 선

‘천재와 광인은 종이 한 장 차이’, 천재노창은 이 문장에 꽤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노창중, 그 다음엔 노창으로서 세상에 나온 그는 칭송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며 직접 자신을 향한 수식어를 선택했고, 천재노창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구축한 비트 메이커이자 레이블의 정체성을 확립한 프로듀서니 어깨 좀 으쓱거려도 이상하지 않다.

두 번째 EP 이름 또한 ‘mesure(재다)’와 ‘chiffon(천)’의 합성어로 ‘천을 재다’는 뜻을 지닌, 다시 말하면 무려 ‘천 재’다. 여기서 무릎을 탁 치기엔 아직 이르다. 중독성 있는 비트 위에 기괴하고 극단적인 가사가 얹힌 모든 트랙이 듣는 사람의 머릿속을 잔뜩 휘저어 놓는다. 정신이 혼미해지며 아득해진다. 앨범 재킷 속 그의 일그러진 얼굴은 음악에 취한 이들을 조롱하는 듯 웃기도, 함께 괴로워하기도 한다. 추천 트랙은 ‘행’. 들어보고 나름대로 그의 정신세계를 해석해보길 제안한다. 정말로 미친, 아니 미칠 것 같다.

Reporter 임현경 hyunk1020@gmail.com

영화 <뷰티풀 마인드> 사랑이란 신비스런 공식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똑똑한데 잘생기기까지 한 이 엄친아는 스물 셋이라는 젊은 나이에 박사 논문을 제출한다. 정통 경제학에 반기를 든 이 획기적 논문은 궁극적으로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다. 논문의 제출 시기와 그의 노벨상 수상 사이에 45년이라는 긴 공백이 존재하는 이유는 내쉬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병원 생활을 계속한다. 헌신적인 아내의 도움으로 정신병을 극복한 그는 노벨 시상식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모든 논리와 증명이 사랑이란 신비스런 공식 속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랑의 공식을 일깨워준 아내에게 감사를 전했다.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
요. 당신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모든 이유는 당신입니다.” 지니어스 마인드를 완성시키는 건 뷰티풀 마인드였단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Reporter 김송미 songme920226@gmail.com

Editor 기명균 kikiki@univ.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