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와 정준영이 그랬다. 토익은 토익에게 물어보라고. 그런데 토익이 아니라 토익 강사가 궁금했다. 손에 도장을 찍는다고? (스킨십을 한다고?!)한 달에 한 번씩 이상한 분장을 하고 커플까지 맺어준다고? 물어볼 데가 없어 직접 찾아갔다. 그리고 질문했다. “이렇게 재밌어도 성적이 오르나요?”
‘미친’ 토익이라니…. 강의명이 너무 세다.
최윤선 2008년도에 강의 시작할 때 이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당시엔 대부분 교재 이름 따라 강의명을 지었고 지금과 달리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안쌤이 호기롭게도 ‘미친’ 토익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더라. 우리 둘 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고 수강생들도 그런 열정적인 자세로 우리를 따라와주었으면 해서 그 이름으로 결정했다.
수강생들에게 노비 도장을 찍는다. ‘쎈 언니’다운 무기인데?
안하나 원래 숙제 검사할 때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줬었다. 숙제를 안 해온 학생들은 차마 때릴 수 없어(물론 지금은 잘 때린다) ‘참 잘했어요’ 도장을 손에 20~30개씩 찍었는데 차라리 이들을 응징할 새로운 도장을 마련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당시 방영했던 <추노>라는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어 노비 도장을 만들었다. 숙제 안 해온 학생들과 단어 안 외워온 학생들의 손등에 사랑을 담아 살포시(?) 도장을 찍는다. 수업이 끝나고 잽싸게 지우지 않으면 쉽게 없어지지 않는 매력적인 낙인이다.
도장 찍히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 같다.
최윤선 수강생 중 나이대가 있으신 분들이 특히 부담스러워하신다. 지하철 타고 집에 가야 하는데 그분들 손등이나 팔에 도장이 찍혀 있으면 사람들이 얼마나 이상하게 보겠나.(웃음) 그럴 땐 타협해서 손바닥에 찍기도 하지만 안 찍는 일은 없다. 오히려 종강 날엔 숙제 해오고도 찍어달라는 학생들이 있다.
이벤트를 많이 진행한다. 특강 시간에 백일장을 열기도 하고, 두 사람 몸무게를 공개하고 몇 주 뒤 누가 살을 더 많이 뺄지 내기도 한다. 모나리자나 아저씨 분장도 하던데 이외에 또 어떤 이벤트와 분장을 해봤나?
안하나 무천도사와 마이콜로 분장한 적도 있다. 사랑이도 따라해봤었고.(웃음) 또 한번은 댄스 교습을 받고 와서 학생들 앞에서 춤도 췄었다. 아, 밸런타인 데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엔 커플데이를 마련해 특강 시간에 남녀 짝꿍을 만들어서 옆에 앉아 수업도 듣게 해준다. 눈 맞으면 짝이 된다. 정말 알찬 수업이지 않나.
공부에 방해될까봐 사귀는 것을 지양하는 학원들도 있는데, 파격적이다.
최윤선 우린 그런 거 좋아한다. “둘이 사귀어? 올~~~” 이렇게 놀리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웃음) 그리고 연애 여부와 토익 점수는 무관하다고 본다. 모두 동의하지 않을까?
이벤트를 자주 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공부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겠지? 아니면 혹시 주체할 수 없는 두 사람의 끼를 표출할 탈출구로 활용하는 건가?
최윤선 하루에 14시간씩 수업해본 적이 있다. 똑같은 걸 하루 종일 반복하는데 다음 날 수업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 가르치는 내 입장에서도
너무 지루한 거다. 수업을 듣는 1분 1초가 즐거울 순 없겠지만 간간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은 꼭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밌는 얘기도 나누고 크고 작은 이벤트를 하면서 학생들과 우리 둘 모두의 지루함,나태함을 지워나간다.
미토를 처음 시작했을 때가 궁금하다. 지금처럼 잘 갖춰진 환경은 아니었을 텐데.
안하나 처음 시작했을 땐 5개 타임 통틀어 40명이 전부였다. 한 반에 수강생이 2명이었던 적도 있어서 1:1 과외가 가능하기도 했다. 강의실도 엘리베이터 없는 고층 강의실을 배정 받았었지. 130명 정원의 대형 강의실을 2개나 사용하고 있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강의실을 더 넓힐 계획은 조금도 없다. 한 수업당 배정된 150명씩의 수강생을 얼마나 잘 지도하고 관리하는지를 돈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나 잊히지 않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최윤선 이명증이 심한 학생이 있었는데 귀에서 자꾸 매미 소리가 들려 LC가 안 들리는 거다. 한번은 그 친구가 ‘utensil’이란 단어를 듣고 ‘유산슬’이라 받아 적었다. 장난치는 줄 알고 (애정을 담아) 때렸는데 실제로 그 친구에겐 그렇게 들리는 거였다.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한번은 아침 수업 때 맨날 조는 친구가 있어 (애정을 담아) 때렸는데 알고 보니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3시간도 못 잔 채로 수업에 들어온거였다. 어려움을 가졌지만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떤 강사로 기억되고 싶은가.
최윤선 나 역시도 대학시절에 토익 학원을 다녔었다. 내가 받은 느낌은 선생님들이 나를 신경 써준다기보다 본인의 일을 하고 나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늘 아쉽고 부족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수강생들에게 우리의 정성을 꼭 전하고 싶다. 잘 가르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진심으로 그들을 대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으니까. 또 우리 이름은 몰라도 강의명을 기억해준다면 참 행복할거다.
intern 손수민 sum@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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