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내게 연애 세포가 다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내게 연애 세포가 다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명절날 친척들과 둘러앉을 때마다 떠오르는 기사 하나가 있다. 신임 문화재청장 취임식 당시 기사였는데, 말미에 좀 모자란 기자 하나가 그녀에게 “아직 미혼인 이유가 있느냐” 질문했다. 기사를 기억하는 것은 그녀의 답변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결혼이 현대사회에 적합한 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모로 멋지다. 결혼에 대해 개인적 소신이 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우아하게 논파한다. “현대사회에 적합하지 않다”라니. 강한 소신과 우아한 태도의 컬래버레이션은 아마 상대의 안일한 사고와 무례함을 박살냈을 것이다. 그리하여 “성적은 어느 정도 나오느냐” “왜 취직을 못 하느냐”를 지나쳐 “왜 여자친구가 없느냐”는 질문이 던져지는 명절마다 정신은 시공간을 초월해 그 회견장의 단상 언저리를 배회한다. 문제는 사우스코리아에서는 ‘왜 애인이 없느냐’는 우문愚問이 꼭 명절에만, 어르신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보통 없다고 답을 한다. 물론 정말 없어서 그렇다. 나는 지난 4년간 연애를 하지 않았다. 그러면 으레 되묻는다. “왜요?” 대한민국 평균 연애 관습(?)에 비교했을 때 4년의 비(非) 연애는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나는 문화재청장이 아니고, 비범한 말을 짧게 하면서 아우라를 뿜어낼 자신은 없기 때문에 비유를 들어 친절히 설명한다.

 

“저는 예쁜 접시 모으는 걸 좋아해요. 접시도 저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고요. 그런데 설거지는 접시와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었던 거죠. 저는 설거지라는 양식을 너무 힘들어하는 데다가 재능도 없어서 자주 박살까지 내거든요. 비슷해요. 제가 연애를 좀 어려워하는 편이에요. 여자는 좋아하지만요.” 그러면 상대의 반응은 이와 같다. “…….”

 

너무 당연한 소리를 하나 하자면, 연애는 사랑과 동의어가 아니다. 심지어 유의어도 아니다. 이쪽과 저쪽 세상의 끝에서 온 것들인데 하나로 뭉쳐 다니게 된 것에 가깝다. 템플대학교 역사학 교수 베스 베일리(Beth L. Bailey)의 책 『데이트의 역사』는 연애의 인위성을 설명할 때 인용하기 딱 좋다. “(연애와 데이트를 설명하는) 이 책에서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관습은 사랑 그 자체를 향하는 게 아니라 다중의 욕망을 향한다. 관습은 성, 안전, 지위, 사회 역할에 대한 다양한 욕망, 심지어 사랑에 대한 욕망까지도 구조하고 통제한다.” 문장이 딱딱해서 선뜻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예) 남자 A와 여자 B는 서로 호감을 갖고 만나고 있다. 곧 생일이 되는 A는 조바심을 내고 있다. ‘B가 내 생일을 알까? 내가 먼저 알려줘야 하나?’ 결국 생일을 알려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당일 밤 B는 슬쩍 생일 케이크를 들고 A의 집 앞으로 찾아와 전화를 건다. A는 뛸 듯이 기뻐한다.

 

이제 이 이야기를 조금만 고쳐보자. B에 대한 설명만 ‘호감을 갖고만나는 여자’에서 ‘여자친구’로 바꾸는 것이다. 이야기의 결과가 같을까? A는 뛸 듯이 기뻐하는 대신
‘겨우 이 시간에야 전화해서, 겨우 생일 케이크?’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의 정성을 평가하는 데에는 그 역할의 ‘평균’이 기준으로 따라붙는다. 베스 베일리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들은 “사적 행위 및 결정의 의미와 경험을 공적 규범에 비추어 이해하게” 된 것이다. 세상에는 그런 역할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사람과 도무지 재능이 없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가 좀 더 세련된 비유를 했던 것 같다. 저서 『오자히르』에서 그는 기차 선로 폭이 143.5 센티미터인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처음 기차를 만들 때 마차를 만들 때와 같은 연장을 사용했고, 마차 바퀴 사이의 거리는 고대 로마 전차에서 따왔으며, 당시의 말 두 마리를 나란히 대면 그 정도의 폭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의 도로가 고작 말 두 마리의 폭에 영향을 받았듯 우리가 사랑을 하는 방식도 과거의 관습에 영향을 받는다는 게 묘하지 않은지.

 

물론 연애가 세상과 별개일 수 있다고 믿지도, 별개여야만 한다고 믿지도 않는다. 다만 ‘젊을 때는 많이 만나봐야 한다’는 말의 반대편에서 ‘보편적으로 이해받을 수 있는 방식과 빈도의 연애에 길들여질 때 인간 안에서 깎여져 나가는 것들이 있다’고 말해주는 어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곧 개봉 예정인 영화 <더 랍스터>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짝을 찾아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동물로 변해 숲에 버려지게 되는 세상을 그린다. 주인공은 외톨이들끼리 모여 45일의 최종 유예기간 동안 짝을 찾아야 하는 ‘커플메이킹 호텔’에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짝을 맺기 위해 거치는 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연극처럼 우스꽝스러울 뿐이고, 결국 독신주의자들이 몰래 숨어 사는 숲으로 도망쳐 나온다. 그리고 거기에서야 비로소 사랑에 빠지게 된다.

 

누군가는 내게 연애 세포가 다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아직 스스로 그 말을 하는 사람보다 더 낭만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믿는다. 영화처럼 평생에 한두 사람이라도 서로를 손에 닿을 듯 이해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감사할 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니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사회가 ‘연애를 왜 하지 않느냐’는 이상한 질문은 그만해주었으면 한다. 나는 ‘외로우니 고양이라도 키워볼까’하고 숍에 가서 애완동
물을 고르는 마음으로 짝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퇴근길에 자주 쓰다듬어주던 길고양이가 눈에 밟혀 결국 함께 살게 되듯, 어느 날, 사고처럼 다시 연애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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