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계속해서 나를 돌볼 것이다. 부지런히 내 상처를 핥을 것이다.

나도 계속해서 나를 돌볼 것이다. 부지런히 내 상처를 핥을 것이다.

 

 

내가 11살이었을 때 친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시간이 흐르고 대학에 오면서 아빠와 떨어져 살게 된 이후 그 기억은 사라졌다. 어린 나이에도 직감적으로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던지 죄스럽고 수치스러운 역사는 의식 너머에 묻혔다. 그런 기억을 가진 채 매일의 일상을 살기엔 틀림없이 버거웠을 테니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어떤 기제 따위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억은 내 생에 가장 부드러운 섹스를 하면서 비로소 다시 떠올랐다. 그는 문득 멈추더니 내가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전에는 내게 그런 말을 한 남자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저 부끄러워 그렇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그는 집요하게 의아해했다. 뭔가가 불편하다며, 내가 내 몸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려는 듯 느껴진다고 했다. 대꾸 없이 가만히 있는 내게 이런 물음이 던져졌다. “누군가 널 성적으로 괴롭혔어?” 뜬금없이 와르륵 눈물이 쏟아졌다. 그가 다시 물었다. “그게 혹시 너의 아빠니?”

 

아빠는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 던지고, 벽을 내려치거나 그릇을 부수곤 했다. 그러다가 진정이 되면 엄마의 가슴을 만졌다. 때때로 나로 하여금 아빠를 만지게도 했다. 내 손을 자기 음경에 대고 발기가 되고 나면 “이게 왜 이렇게 되는 건지 알아? 너는 아직 아무런 느낌이 없지?” 하고 묻곤 했다. 그것은 가난한 내 아버지가 휘두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권력이었다. 경제력 없는 아내와 어린 딸에게 손쉽게 행사할 수 있는 가부장의 폭력.

 

얼마 전 엄마와 함께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친딸을 성추행한 아버지의 기사가 등장했다. 내가 이런 기사를 남의 일인 양 받아들이는 척 할 때마다 사용하는 ‘끔찍하지만 자주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는 뉘앙스를 풍기자 엄마는 대번에 말했다. “엄마는 그런 아빠는 없다고 생각해. 금수도 누가 지 새끼 물어갈라면 이를 드러내는 법인데…. 어느 아빠가 친딸에게 그러겠어. 진짜 그랬다면 어디가 아프거나 정상이 아니었겠지.” 나는 “그런가” 하고 나서 몸에 사슬을 묶은 채 트럭 밑으로 들어가 파업 중인 배달 기사의 뉴스를 마저 이어 읽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 수다를 떨다가 엄마에게 말해볼까 생각했다. ‘사실은 아빠도 내가 어릴 때 자기 고추를 만지게 했었어.’라고 짐짓 태연하게 툭 던질 말을 입속으로 연습해보다 말았다. 내가 입 닫고 있으면 지켜질 작금의 평화를 깨뜨리기 싫었다. 엄마가 마주할 혼란도 싫었다. 나의 과거로 엄마의 현재를 망가뜨리기 두려웠다. 엄마가 사는 세계, 멀쩡한 아버지는 친딸을 성추행하지 않는 세계의 안온함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말았다. 같은 이유로 아빠를 공유하는 가족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상담 치료를 받으며 꾸준히 이야기하고, 글을 썼다. 여전히 그 일이 내게 미친 영향이나 욕구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어쩌면 그냥 쭉 모른 척하고 있었다면 행복했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묻어둔 나의 상처를 기어코 꺼내 돌보게 한 문제의 그 남자이자 현재의 내 애인은 9년간 노인복지 분야에서 일하면서 많은 할머님들이 인생의 말년에서야 털어놓는 성폭력 피해 경험을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주곤 한다. 어느 하나 빠짐없이 끔찍한 비극들을 들으며 이상하게도 나는 나와 화해하고 있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안도 같은 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나 오래,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슬프다. 하지만 상담 회기를 모두 마친 한 내담자가 했다는 말에 용기가 났다.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결국은 치유 받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여전히 약하고 곧 다시 괴로운 날이 오겠지만 그때에도 또 결국 치유되리라는 믿음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나도 계속해서 나를 돌볼 것이다. 부지런히 내 상처를 핥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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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 길 걱정하는 흔한 대학생입니다

 

 

 

Reporter 김아린 abderlou@live.fr Illustrator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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