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로 만든 베개, 머그컵을 받기 위해 읽지도 않을 책을 몇 만원 치 주문한다. 알라딘 도서 굿즈는 매달 책 덕후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며 지갑을 털어간다. 예쁜 쓰레기 아니냐고? 생활용품이니 나름 실용적이다. 심지어 잘만 이용하면 좋아하는 사람과 썸을 탈 수도 있다! 미리 말하는데, 이 기사는 본격 도서 굿즈 영업 글이다.

 

1.<꿈> 책 베개

알라딘굿즈샵 1만 2000원

 

딱딱한 책 베고 자지 말고 ‘책 베개’를 쓰라는 깜찍한 아이디어에 웃음이 나온다. <꿈>은 자고 일어나니 벌레가 된 소설 <변신>으로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의 일기를 모은 책이다. 그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면서 작가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카프카 덕후들에게 추천. 왠지 자고 일어나면 벌레가 되어 있다거나 해고될 것 같아 찜찜하긴 하지만, 일단 잠은 아주 잘 올 것이다.

 

실전 대사

도서관에서 썸녀가 졸리다며 기지개를 켤 때, 가방에서 잽싸게 이 베개를 꺼내 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꿈을 꾸고 쓴 일기야. (베개 뒷 면을 슬쩍 커닝해가며)“잠에서 깨어나면 모든 꿈들이 내 주변에 모여 있다. 그러나 나는 그 꿈들을 기억해내지 않으려 애쓴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카프카가 한 말이지. 그런데 나 어제 꿈에 너 나왔다?

 

2. <마션> 머그

소설 <마션>의 첫 문장 “아무래도 좆됐다(I’m pretty much fucked)”가 적힌 머그컵. <마션>은 화성 탐사를 갔다가 홀로 남겨진 우주비행사가 살아남는 내용이다. 책을 낸 계기도 소설 같은데, 미국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취미로 블로그에 연재하던 소설이 인기를 얻어 출판하게 됐다. 영화를 재밌게 봤다는 사람에게 선물해주면 기절할 듯 좋아할 것이다.

 

실전 대사

커피를 주문하러 가서 머그컵에 담아 달라고 한다.

 

심남: 야 컵에 좆됐다라니 ㅋㅋㅋ이거뭐야

나: 아, 이거 소설 <마션> 첫 문장이야. 화성에서 조난당한 걸 안 주인공이 여섯째 날 하는 말이야. 영화만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아주 자세히 설명돼있지. 그리고 책장도 술술 넘어가. 영화 아직 안 봤으면 보러 갈래?

 

3. <내 옆에 있는 사람> 북 배터리

알라딘굿즈샵 8800원

 

베스트셀러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의 작가이자 시인 이병률의 산문집. 국내 여행을 다니며 느낀 단상들이 담겨 있는데, 여전히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가득하다. 감성적인 표지로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만들었는데, 배터리를 충전할 때마다 여행자의 마음이 된다.

 

실전 대사

여행을 앞둔 그녀에게 마음을 고백할 때

 

자, 이거 선물이야. 여행 가서 밧데리 없으면 불편하잖아. 이 책 읽어봤니? 여행하며 아껴 읽기 딱 좋은데. 예를 들면 “사랑은 사람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고 강렬하게 만들어 사람의 결을 더욱 사람답게 한다.“같은 문장, 너무 좋지 않아? 그런 의미에서 네가 나를 사람답게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4. <빨간머리 앤> 북 스탠드

알라딘굿즈 6800원

 

우울했던 하루 끝, <빨간 머리 앤> 스탠드를 켜 놓으면 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 내일이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 같다. 낮에는 장식으로 밤에는 스탠드로 활용할 수 있다.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앤과 다이애나 마냥 수다를 떨어보자. 내구성이 약한 것이 흠이지만 집에서만 쓸 건데 뭐.

 

실전 대사

자취방에 친해지고 싶은 친구를 초대해서

 

이 스탠드엔 비밀이 있어. 이걸 켜 놓고 이야기를 하면 나도 모르게 솔직해진다? 그래서 나의 길버트가 말인데…

 

5. <셜록 홈즈> 열쇠고리

알라딘굿즈샵 5800원

 

런던 베이커가 221B가. 바로 소설 <셜록 홈즈>의 자택 주소다. 이 열쇠 고리를 달면 열쇠를 꽂을 때마다 셜록 집에 들어서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오늘도 덕후는 열쇠도 없지만 키 홀더를 주문합니다.

 

실전 대사

며칠 째 고민을 안고 끙끙거리는 친구에게

 

(따뜻한 커피와 함께) 나의 왓슨, 요즘 고민이 많다며? 여기를 찾아가봐. 셜록 홈즈 자택 주소라네. 무슨 개소리냐고? 고민을 미뤄두기에 추리 소설만한 게 없지. 소설의 매력은 이야기 속에 푹 빠져 다른 세계를 꿈꾸게 하는데 있으니까.

 

6. <키친> 냄비 받침

 

 

일본 소설이 유행할 때 한번쯤 읽어봤을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이 소설로 냄비받침을 만들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예쁜 쓰레기 아니다. 더 이상 불쌍한 당신의 책을 냄비 받침으로 쓰지 않아도 되고 자취라이프의 질이 올라간다고! 젓가락 받침도 있다.

 

실전 대사

자취방에서 라면을 먹으며

 

너 이 책 읽어봤어? 중학교 때 한창 바나나 소설에 빠졌었는데. 소설 주인공들 설정도 독특하고 소설 분위기가 내 취향이었어. 하루키나 에쿠니 가오리도 참 좋아했는데. 너 냉정과 열정 사이 좋아해? 우리 서른 살에 두오모에서 만날까?

 

 

P.S. 저는 이번 달 설국 보온병이 좋더라구요. 누가 선물 좀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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