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에서 가진 자들의 이득을 위해 변론하던 김석주는 불의의 사고로 머리를 맞고 기억을 잃는다. 남은 거라곤 몇십 년을 달고 살았던 법 지식뿐. 불행인지 다행인지 기억상실에 걸린 그는, 승소를 위해서라면 술수도 개의치 않는 악덕 변호사에서 자신은 “법을 공부했으니 다른 사람들한테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살았을” 거라며 선하게 웃는 ‘무명남’으로 변해버린다.
180도 달라진 김석주에게 편법을 합법적으로 저지를 수 있게 도와주는 ‘차영우 로펌’에서의 생활은 안 맞는 옷처럼 불편하기만 하고, 결국 그는 회사를 나와 개인 변호사로 약자들의 편에서 사건을 맡기 시작한다. 패배도 하고 작은 승리도 거두면서 그는 분명 좋은 방향으로 변화한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석주가 모 기업과 노조의 잠정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소식을 들은 차영우 대표는 싸늘하게 읊조린다. 여러 기업에서 써먹는 ‘노조 와해 프로그램’의 기초 작업을 누가 한줄 아느냐고. 바로 김석주라고. 인수합병 때마다 늘 노조 문제가 따랐고, 그것까지 해결해달라는 경영진의 요구에 직접 틀을 만들었던 것이다.
김석주는 거대 로펌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가 싸워야 할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의 자신이었다. 엔딩의 방점이 개과천선한 김석주의 웃는 얼굴 대신 이전의 김석주가 기득권을 위해 구축해놓은 틀에 찍혀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우리 역시 그보다 덜 직접적일 뿐, 그 틀을 완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가 생길 때마다 톱스타들의 열애설도 함께 터진다. 기사의 밑에는 늘 같은 댓글이 달린다. “또 뭘 덮으려고!” 그리고 믿기 힘들지만 잠시나마 ‘덮인다’.
이런 사회가 썩었다고? 그 썩은 틀을 짜고 판을 만든 것은 ‘(내가 아닌) 그들’ 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그들의 판을 공고히 만드는 데 나의 지분이 1%도 없다고 말할 순 있을까? 그것이 환멸에 의한 무관심이든, 먹고살기 바빠 시선을 돌린 것이든, 당장 더 재밌는 것을 추구했던 것뿐이든 말이다.
우리는 흔히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나?” 냉소하곤 한다. 맞다. 쉽게 변하지 않는다. 김석주 또한 머리를 세게 맞고서야 변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세상이 변하는 속도보단 사람이 더 빠르게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개인의 작은 정의와 행동이 드라마틱한 성과를 낼 수 없더라도 그 주변을 희미하게나마 들썩였다면 그 또한 가치 있는 것이라 믿는다. 차영우 로펌에서 일하던 변호사들이 어느 순간 김석주의 조력자가 된 것처럼 말이다.
지는 날이 이기는 날보다 훨씬 많을 것을 알면서도 그는 자신이 몸 담았던 더러운 판의 반대편에 섰다. 현실을 사는 우리가 그처럼 완전히 변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택할 수 있다. 썩은 판을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겠다고. 당장의 즐거움과 귀찮음을 위해 눈길을 돌리지 않겠다고 말이다.
Editor 김슬 dew@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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