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찾아오는 계절성 우울증이 가을철 이별 증가의 원인이다.

가을에 찾아오는 계절성 우울증이 가을철 이별 증가의 원인이다.

 

올 여름 찾아온 연애의 끝은 가을방학의 ‘잘 있지 말아요’란 노래 덕에 견뎠다. 떠나는 뒷모습에 대고 “마흔 되기 전에 탈모나 와라. 치질 걸려서 화장실 갈 때마다 X꼬에 불나라”라고 저주를 퍼부었던 찌질한 이별이었다.

 

그래놓고도 새벽만 찾아오면 전화를 해댔고, 집 앞에 무작정 찾아가거나 불러내서 떼를 쓰기도 했다. 친구들한테는 또 어찌나 민폐였는지 “심장이… 정말 터져버릴 것만 같다”며 중2병 말기 환자처럼 굴었다. 잔뜩 취한 어느 한밤중엔 동네 한복판에서 “OOO 개자식아 돌아와”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 이웃 할아버지한테 혼나기도 했다. 연남동 진상녀로 기억될 총체적 흑역사였다.

 

“웃어줄 수 없어 편해질 수 없어. 그대도 잘 있지 말아요. 한 땐 숲이었던 이 내 맘을 사막으로 만든.”

 

지난 연인에게 반복해가며 잘 지내지 말아달라 부탁하는 노랫말이 좋았다. 화룡점정은 “찬 바람이 불면 같이 떨어요”하는 마지막 부분이다. 이건 사실 탈모 와라, 치질 걸려라에 예쁘게 멜로디를 입힌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아름다운 진상이랄까. 그런데 이 악담의 가사들이 이상하리만큼 위로가 되었다. 우연히 읽게된 가을방학의 멤버 정바비씨의 에세이집 한 구절도 큰 힘이 되었다.

 

“연애는 ‘빡센 연애’와 ‘존나 빡센 연애’로 나뉜다. 존나 빡센 연애는 한쪽 혹은 양방이 신체,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거나, 두 사람의 인종이나 쓰는 언어가 다르다거나, 원거리 연애거나 하는 커다란 장애요인이 있는 연애다. 그리고 빡센 연애는 그 외의 모든 연애에 해당된다.”

 

빡센 연애를 하고 났으니 빡센 이별을 한 건 당연한 거였다. 그렇게 진상짓들을 정당화하며 마음을 정화시켰다.

생각해보니 사실 이 빡센 힘듦이 그의 부재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별 기념 폭음 뒤 간만에 찾은 단골 해장국집 맛이 변해 화가 났다. 가만히 울고만 있는데도 눈물만큼 땀이 흐르는 후덥지근한 날씨도 짜증 났다. 잘 그려지지 않는 내 미래가 답답했다. 그러나 모든 까닭은 그에게로 향했다. 그 사람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모든 게 괜찮아지지 않을까? 헛된 마음에 계속 매달렸다.

 

여느 때처럼 퉁퉁 부은 눈으로 ‘헤어진 남자 친구 붙잡는 법’을 검색하던 중이었다. 재회 전문 컨설팅회사의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찾아보니 상상보다 그 시장 규모가 큰 편이었다. 꽤 많은 수의 회사들이 진지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당장 포털에 등록된 사이트만 해도 30개쯤 되었는데 대부분은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이별한 사람은 일차 전화상담을 통해 이별의 원인이나 교제 기간 등을 밝히며 컨설팅을 의뢰한다. 그러면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 재회 컨설턴트’가 재회 과정과 전략을 설계해주었다. 전화 상담의 평균 가격은 7만원 정도로 형성되어 있었고, 이후 전문 컨설팅에 들어가게 되면 30만원 내외에서 가격이 책정되는 듯했다.

 

가격에 놀라서 한 번, 홈페이지 글들을 관찰하며 또 한 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심지어 그 내용이 너무 어설펐다. 이별한 이들은 맞춤법을 너무 자주 틀려 그 전문성이 의심 되는 컨설턴트에게 혼나고 있었다. “니가 그러니까 헤어지지”가 주된 논조였다. 왜 설계해준대로 하지 않고 벌써 가서 붙잡느냐며 타박을 줬다. 특히 속상했던 건 “제가 간절함이 부족한가봐요” 하며 처절하게 반성하는 의뢰인들이었다. 가끔 정신 차린 이들이 환불을 요구하긴 했지만, FAQ엔 조언을 따르지 않은 사람은 재회에 실패해도 환불을 받을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런 형편없는 컨설팅 없이도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건 바로 만고불변의 진리,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면 된다. 너무 뻔한 얘기에 실망하기 전,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떨어지는 낙엽만큼 수많은 커플이 가을에 헤어진다.

한 기사에 인용된 연구 조사에 따르면, 가을에 찾아오는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이 가을철 이별증가의 원인이다. 그러니까 지금 겪고 있는 이 이별은 일조량이 떨어지면서, 멜라토닌이 제기능을 못 했기 때문이다. 가을 때문에 헤어진 것뿐인데 애꿎은 자기탓을 하며 괴로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작스런 이별을 겪고 나면 평소와 다르게 이타적인 사람이 되곤 한다. 엄마한테까지 지밖에 모른다고 쌍욕을 처먹던 나도 내탓을 했다. 이별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샅샅이 훑으며, 어느 지점에서 그 사람의 마음이 떠났는지 따져봤다. ‘그때 그렇게 화내는 게 아니었는데’ 하며 모든 이별의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기 시작한다. ‘다 내가 이해심이 부족한 탓이었어’라거나 ‘그 사람은 바쁘니까 그럴 수 있었는데 내가 좀 더 참아볼걸’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덜 이타적인 보통의 우리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모든 술자리의 전 남친, 전 여친 내러티브가 결국은 ‘떠나간 그 새끼 나쁜 놈, 나쁜 년’으로 끝나는 걸 보면 안다.

다시 말해 자기탓과 반성 자체는 아무런 힘이 없다. 대신 조금 더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마음 아파가며 배운 교훈을 그냥 낭비하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다음 연애가, 새로운 사랑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컨대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못 해준 게 아쉽다면, 새로운 사람에게 하루에 한번씩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면 되는 일이다.

 

그러니 가을에 헤어진 이들이여, 가슴 아픈 자기 탓은 멈추고 가을 탓을 하자. 두 번만 따라 읽어보길 권한다. “젠장, 가을 녀석! 너 때문에 헤어져버렸네~” 그리고 ‘어쩌겠어, 가을때문인데’ 하는 최대한 명량한 태도로 마음 속 그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이다. 가을이 가야 겨울이 오듯, 떠나간 사람을 보내야만 새로운 사랑도 할 수 있으니까. 사실 이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 나는 이별의 계절인 가을이 끝나고, 사랑의 계절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게 기쁘다.

 

물론 겨울이 사랑의 계절이란 건 내 멋대로 하는 말이고, 겨울엔 일조량이 더 떨어진다는 자연현상은 까맣게 잊을 예정이다. (이런 모질이랑 만나준 전 남친 님께 잠시 고마운 마음도 든다.) 모든 시작에는 또 지겨울 만큼 힘든 끝이 있는 거 아니냐고? 끝이 있으니 시작도 있다는 정신승리의 자세로 맞서면 된다. 다만 새로운 사랑에서는 좀 더 잘 해볼 수 있다고 스스로 격려하며, 힘을 내어 또 다시 사랑을 하자.

 

Freelancer 김세희 프리랜서 ssessayk@gmail.com Illustrator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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