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내 자아가 이렇게 유연하고도 연약해졌다.

어느새 내 자아가 이렇게 유연하고도 연약해졌다.

 

늘 궁금했었다. 한 사람에겐 몇 개의 자아가 있을까. 내 경우는 이렇다. 내가 헤아린 자아는 크게 9개.

 

먼저 엄마, 아빠, 언니 앞에서의 내가 전부 다르다. 엄마에겐 조금은 투쟁적인 딸(다른 말로는 고집스러운 딸), 아빠에겐 자기 앞길 잘 개척해가는 믿음직스러운 딸, 언니에겐 친구 같으면서 듬직한 동생이다.

친구에게도 둘로 나뉜다. 마음을 나누는 친구 앞에선 오타쿠인 나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덜 친한 친구에겐 한없이 따뜻한 요정 자아를 발현한다. 이것 말고도 4개나 더 있다. 윗사람을 대할 때의 공손한 나, 손님 대접을 받을 때의 시니컬한 나, 약자 앞에서 정의로운 척 하는 허세 가득한 나, 마지막으로 남자친구의 연인으로서의 나다. 이 마지막 관계가 오늘이 글을 쓰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우선 6개월 만난 전 남자친구에게, 나는 밝지만 차분한 ‘신사임당’ 같은 여자친구였다. 그사람은 책을 가까이하는 나를 문학소녀라 부르기도 했고, 바쁜 자기를 잘 이해해준다며 이해심 가득한 여자친구라고도 했다. 이제껏 내가 알았던 나는 참을성과 배려가 부족한 사람이었는데 그가 그렇게 말하니 나는 정말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의 몰이해 때문에 나는 한꺼번에 터지고 말았다. 그에게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한 것이다. 그때 난 헤어짐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괘씸해서가 아니었다. 그간 삭였던 감정들이 여러 감정들로 가지를 쳐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때그때 표현하지 않던 마음은, 끝내 나마저도 모를 마음이 됐다. 나를 연기하게 만드는 그가 불편했던 건 확실했다.

 

시간이 흘러 새 사람과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나를 해석하는 방식이 전 사람과 크게 달랐다. 먼저 책을 좋아하는 나를 그는 ‘애늙은이’라 불렀다. 요즘 내가 고전을 열심히 읽어서이기도 하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니까 ‘애늙은이’가 확실하다는 거다. 또 그는 ‘윗사람 대하는 매뉴얼 = 공손’이라는 나만의 공식을 어색해했다. 편하게, 내 마음대로 자신을 대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기꺼이 빗장을 걷어냈다. 자연스러운 나를 그 앞에 꺼내 놓았다. 전 남친을 대하던 나와 상당히 다른, ‘신사임당’이 아닌 ‘잔다르크’ 같은 내가 나타났다. 나이도 전 남친보다 지금 남친이 1살 더 많은데, 훨씬 더 격의 없이 그를 대하고 있다.

 

물론 그 누구에도 끌려가고 싶지 않다. 상대의 기대에 맞춰 행동하는 건 지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먼저 내가 행동을 취해서, 내가 바라는 대로 상대가 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제일 마음 편하다.

하지만 옛날엔 그게 쉬웠다면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가족들에겐 몰라도 남 앞에선 함부로 나를 꺼내놨다가 정말 함부로 대접 받을 것만 같아 조심스럽다. 심지어 두 다리 정도 건너면 웬만해선 다 아는 사이이지 않은가. 이젠 ‘나쁜 이미지만 안 되면 좋겠다’고 생각할정도다. 어느새 내 자아가 이렇게 유연하고도 연약해졌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나는 수많은 모순을 만들어낸다. 이 사람 대할 때와 저 사람 대할 때의 태도 차이. 이쪽에게 하는 말과 저쪽에게 하는 말의 차이. 그 차이들을 일일이 마주하고 있자면 스스로 보기에도 극혐 모순덩어리지만, 그래도 뭐 어쩔 수가 없다. 그게 내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인 동시에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니까.

이런 나의 모순마저도 포용해줄 사람과 함께이면 된다고 믿게 됐다. 스스로도 이따금 견디기 어려운 모순이지만 차라리 모순을 모순이라 놀려줄 사람이 있다면, 나는 쑥스러운 마음으로 더 겸손해지려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겐 보상(?)으로 가장 나다운 순수한 모습을 보여줘야지. 꽤 괜찮은 거래라 생각하는데. 내 순수함 정말 치명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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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는?
이 글을 보고 있는 현 남친이여, 그렇다고 긴장을 늦추지는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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