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주말인데 집에서 뭐해, 나가서 좀 놀아!”

 

전쟁 같은 평일이 지나고 주말이 찾아오면 집에서 오롯한 해방감을 느끼고 싶어요. 뽀송뽀송한 이불 속에서 허리가 끊어질 때까지 자기도 하고, 배고프면 쿡방을 보며 요리 실력도 뽐내고, 밀린 빨래와 집청소를 하며 마음을 정화해도 행복해요.

 

혹자는 얘기하죠. 너 그렇게 집에만 있으면 안 된다고. 걱정 마세요. 그렇다고 히키코모리는 아닙니다. 사회성 결여된 사람도 아니고요. 남들이 밖에서 좇는 행복을 집에서 찾을 뿐이랍니다. 그러니 더는 쓸데없는 오지랖과 걱정 삼가주시길.

 

집돌순이 체크 리스트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누구나 똑같은 집돌순이가 아니다. 엄연히 클라스가 나뉘는 법.

 

 

Reporter 곽민지 ginnykwag@hanmail.net

 

집돌순이 탐구생활

나는 집에 있다, 고로 존재한다. 집돌순이에게 집은 휴식과 꿀잼이 넘쳐 흐르는 곳. 도대체 뭐하는데 그렇게 집에만 있느냐고? 이제부터 유형별로 조목조목 알려줄게.

 

쉬라고 있는 것이 휴일이다.

 

쉬는 집돌순이

 

휴일. 말 그대로 ‘쉬는’ 날이다. ‘구웃모닝~’으로 시작해서 크레센도로 이어지는 알람 소리에 기겁하며 일어날 필요도 없고 공들여 화장할 필요도 없는. 헤겔 선생님께서도 “휴식은 지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라 하셨으니 화장실 갈 때 빼곤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머리맡에 손을 뻗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켜고 웹툰, 페이스북, 프렌즈팝, 인스타그램까지 빠짐없이 훑어준다. 나른한 음악을 한 곡 들으니 평일의 긴장과 피로가 가시는 기분. 이것이 참된 ‘힐링’이 아닐까. 자고로 쉬라고 있는 주말엔 온전히 푹 쉬어주는 게 휴일에 대한 예의이다.

 

일요일은 내가 백선생!

 

움직이는 집돌순이

 

밀린 집안일 내팽개치고 어딜 가시려고. 산처럼 쌓인 빨래 더미며 싱크대에서 발효되고 있는 그릇들까지. 주말에 안 하면 언제 하겠는가. 평일에 하고 주말엔 놀면 되지 않느냐고? 평일에 집에 돌아오면 내 몸 하나 씻기도 벅찬데 집 청소는 오죽할까.

집돌순이는 이런 잡다한 일들을 주말에 몽땅 해치운다. 머리카락 없는 방바닥과 잘 개어진 빨래를 보면 보람까지 느낄 정도.

직접 요리를 해 먹는 것도 집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 “어머 저건 꼭 해 먹어야 돼!”라고 외치던 백선생의 레시피가 집돌순이에겐 주말의 브런치가 된다. 일요일엔 내가 요리사라는 말이 역시 괜히 나온 게 아닌 듯!

 

먹고, 놀고, 자고, 먹고의 연속

 

노는 집돌순이

 

파스칼은 말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르는 데서 비롯한다.” 그렇다면 고요한 방으로 친구들을 초대하여 휴식하는 이는 얼마나 현명한가! 굳이 차려입고 밖으로 나가 비싼 돈 주고 밥 먹고 술 먹고, 귀가하는 택시비에 거금을 쓰느니, 집에서 편하게 음식 해 먹고, 술도 실컷 먹고, 졸리면 바로 자는 집돌순이들.

중딩들의 샤우팅 소리 들을 필요 없이 편하게 게임을 즐겨도 되고, 밤새도록 이불 덮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수다를 떨 수도 있다. 집돌순이들이 집에서 혼자 놀 거라고 생각했다면 단단히 오산! 사람들 눈치 안 보고 가장 신나게 놀 수 있는 한 곳을 꼽자면 단연코 ‘집’일 것이다.

 

푹신한 소파+군것질거리+캔 맥주=♥

 

보는 집돌순이

 

평일에 에너지를 실컷 발산했으니, 주말엔 거덜 난 내공과 이야깃거리를 채우기 위해 눈을 혹사시킨다. 보고, 또 보고, 계속 본다. 종이에 침을 묻혀가며 책장을 넘기고, 널찍한 화면으로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고, 스포츠 중계를 본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을 푹신한 침대나 소파와 물아일체가 되어 즐긴다면,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나의 손이 닿는 곳에 군것질거리와 시원한 캔 맥주가 함께한다면 이곳이 지상낙원일 것이다. 소크라테스 할아버지는 말했다. “한가로운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다.” 이들은 소중한 재산을 뇌와 눈을 즐겁게 할 다양한 볼거리로 채운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아무것도 안 하는 집돌순이

 

“에이, 설마 아무것도 안 할까.” 그렇다. 설마 아무것도 안 한다. 인간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아무것도 안 하는 집돌순이는 일단 기상 시간부터 남다르다. 오후 2시쯤, 배고파서 잠잘 에너지조차 없을 때 깬다. 너무 많이 잔 나머지 정신이 몽롱하다. 의식은 깨어 있으나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내 몸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건 오직 눈꺼풀뿐.

숨이 붙어 있다는 걸 제외하면 거의 미라와 다름없다. 그저 벽지 무늬 하나하나와 공기 속 미세먼지를 응시할 뿐.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파라오처럼 허공을 쳐다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Reporter 남세현 최효정 choihj906@naver.com

Photo Reporter 배수민 tnals4536@hanmail.net

 

집돌순이의 It Item

 

침대 테이블

 

모든 일을 침대에서 해결하는 ‘침대성애자’들에게 이 아이템은 그야말로 혁신이다. 이것만 있다면 하루 종일 침대에 눌러앉아 있는 게 가능.

※사진 출처 : www.aliexpress.com

 

 

누워서 보는 안경

 

책을 보려고 해도 누워서 보자니 목이 아프고 엎드려 보자니 어깨가 결린다. 앉아서 보라고? 아 그건 싫다. 이럴 땐 ‘누워서 보는 안경’이 제격. 모양은 좀 해괴해도 와식 생활을 완성시키는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다.

 

 

작은 영화관

 

‘작은 영화관’과 함께라면 편히 누워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암실 분위기를 조성해서 극강의 몰입도를 보장한다. ‘솔로 시어터’라는 이름의 상품으로 출시됐다고.

※사진 출처 : 카카오스토리 ‘캔디머리’

 

Editor 이민석 min@univ.me
Reporter 신채라 bangul1225@naver.com
Illustrator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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