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고 아픈 20대, 우리의 감정은 언제나 옳다

– 정혜신 박사 인터뷰.

20대의 아픔을 얘기하고 싶었다. 20대의 괴로움을, 외로움을 말하고 듣고 싶었다. 누굴 찾아가야 적확한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정혜신 박사님 뿐이었다. 하지만 그 분이 있는 곳은, 세월호의 아픔이 모인 안산 이웃센터.

“내가 가진 좋은 무기가 굉장히 도움이 되는 현장이 벌어졌는데, 그걸 못본 척 하고 사는 게 쉽지 않”다며 치유센터 이웃의 중심을 지키고 계셨다. 죄송함 반, 기대 반으로 찾아간 자리에서 첫 질문을 뱉자마자 눈물부터 흘렀다.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아요.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아요.

 

그거 아세요? 20대는 심리적 전쟁터에서 자라났단 걸요 .

「대학내일」 주변에 20대가 많아요. 함께 하다보면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게 많이 느껴져요. 다들 하나씩 상처를 가지고 있달까요. 어른들 말처럼 정말로 ‘어려서’ 그런걸까요?

그게 20대가 갖고 있는 시기적 특수성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그런 건 아니에요. 사실 우리나라의 정신 건강 지표들이 되게 끔찍해요. 이렇게 벼랑 끝에 몰린 건 IMF를 경험하면서에요. 우리가 갖고 있었던 이전의 가치관 같은 것들이 다 붕괘된 거죠.

그게 98년, 99년쯤이니까 다들 아기였을 때잖아요? 지금 대학생들의 부모 세대가 그런 시기를 겪었다는 것은 가정이 통째로 끝으로 몰렸다는 거에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초중고를 그런 환경에서 보낸 거죠.

 

내가 정신과 의사로서 느끼기에는 일종의, 전쟁 직후에 태어난 세대와 마찬가지에요. 어떤 면에서 전쟁이냐면, 이전에는 우리나라가 자살이 많은 나라가 아니었는데 IMF 이후로 자살률이 아주 빠르게 올라갔어요. OECD 국가 평균 자살률이 12명이에요. 근데 우리나라는 거의 30명에 가까워요. 2위하고도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1위에요. 2007년부터 11년까지 5년 동안에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죽은 사람이 7만 5천명이에요. 근데 이라크 전쟁에서 사망한 연합군과 민간인을 합하면 거의 그것의 절반이에요.

 

전혀 몰랐습니다. 그 정도인 줄….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5년 동안 죽은 자살자의 수가 이라크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 수의 2배라는 거죠. 거긴 전쟁터란 말이야. 포탄이 왔다갔다 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나라는 심리적으로 살상무기가 왔다갔다 하는 사회인거에요. 사람한테 이렇게 함부로하고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사람의 개별성에 주목하지 않고….

역사상 우리 민족은 이렇게 살아온 적이 없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시기에 자라난 세대인거죠. 심리적인 전쟁터에서 아이 때부터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빈 몸으로 산거예요. 성장과정을 전쟁터에서 살았는데 지금 말끔하게 상처가 없을 수 없어요. 치명상을 여러군데 입었을 수 있는 거예요.

 

혹시 ‘중2병’이란 단어 들어보셨어요? 그게 서로서로 감정의표현을 누르는 장치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생기는 문제점들이 분명히 있겠죠?

당연하죠. 사람이 “내 신념은”, “내 가치관은” 이러면서 얘기하는 많은 경우에 그건 부모의 신념일 수도 있고 스승의 가치관일 수도 있어요. “내 생각은”, “내 주장은” 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그냥 책에서 본 주장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내 느낌은”, “지금 내 감정은” 이라고 하면 그건 오롯이 자기 꺼에요. 그러니까 그 감정은 언제든지 존중받아야 하는 거예요.

감정이라 하면 굉장히 변덕스러운 것, 금방금방 달라지는 것, 이랬다 저랬다 할 수 있는 것, 합리적이지 않은 것, 신뢰할 수 없는 것, 누를수록 어른스럽고 좋은 것. 이렇게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감정이라는 게 생각이나 신념보다 더 정확히 그 사람을 대변하고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해주는 거예요.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아요.

 

어떤 경우에도요?
예를 들어서 대학생들을 상담해주다 보면, 많은 애들이 얘기를 하다하다 부모를 죽이고 싶다고 해요. 당연히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어렵죠. 자기가 용서가 안되지. 그럼 굉장히 자기분열적인 상황에 빠진다고요.

내가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다고 그랬는데 그, 부모를 죽이고 싶다는 감정도 옳으냐? 옳지. 옳고 말지. 사람이 무슨 악마적인 기질이 있어서 자기를 길러준 부모를 죽이고 싶은 게 아니라 그렇게 느낄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거예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느냐. 부모님도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것이지.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감정을 확 막아버리는 거죠. 그런 감정을 갖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메세지잖아요.

 

그런 마음까지 들었구나, 너 굉장히 편치 않구나, 이유가 있었겠구나, 라고 하면 그 이유를 얘기하기 시작하죠. 그러다보면 자기 감정이 나오기 시작해요. 그렇게 꺼내놓고 나면 압력 밥솥에 압력이 꽉 차 있다가 마치 뜨거운 김이 빠져나간 것처럼 사람이 여유가 생기죠. 훨씬 홀가분하죠. ‘중2병’이란 말로 어떤 감정이 있으면 눌러버리면 안돼요. 잘난척 하는거야? 허세야? 이런 식으로 규정하거나 판단하거나 평가해버려서,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거예요. 모든 감정은 이유가 있어요.

 

자기 상황을 잘 자각하고 인지하는 것, 거기서 문제의 8할은 해결이 될 수 있어요

자기 상황을 잘 자각하고 인지하는 것, 거기서 문제의 8할은 해결이 될 수 있어요

외로웠죠? 누구에게도 나를 다 드러낼 수 없었던게요.

그렇게 터놓을 수 있는 관계가 20대에겐 별로 없는 것 같아요. SNS는 피상적인 관계를 부추기기만 하고요.

감정을 얘기할 수 있고 터놓을 수 있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2명도 필요 없고 1명만 있으면 되거든요. SNS를 하든 안하든 떠나서 그런 존재가 나한테 한명은 있는지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사람이 누구였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 적극적으로 그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들어야 되는 거예요.

 

세월호 유가족 중에 막내 동생을 잃은 형이 있어요. 20대에, 직장을 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얘가 그 이후로 직장도 안 나가고 친구도 안 만나고, 씻지도 먹지도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서, 엄마 말에 의하면 눈에서 점점 살기가 느껴지고 입만 열면 “박근혜랑 누구는 내가 꼭 죽인다” 그런 얘기만 반복하면서 망가지는 거예요. 어떡하면 좋냐고 그 엄마가 발을 동동 굴리며 왔어요. 그래서 이 말을 전하라 했어요. “니가 진짜 좋은 형이다. 동생을 그렇게 억울하게 하루아침에 잃고 직장가고 밥 잘 먹고 잠 잘자면 그게 형이냐. 니가 진짜 형이다. 니가 지금 3명 죽일 거라고 계획하고 있다는데 꼭 성공하길 바란다.”

 

그러더니 며칠 있다가 같이 왔어요. 집 밖을 안 나오던 애가 처음으로 나온 거예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은 거죠. 걔가 막 눈물 흘리면서 자기 좋은 형 아니라는 거예요. 둘이 아빠 없이 자랐어요. 아빠 없는 애가 버릇없으면 안될까봐 어린 마음에 자기가 동생한테 너무 심하게 했다는 거예요. 굉장히 엄격하게 하고 혼내고. 그러면서 겪은 얘기들을 다 늘어놓았어요. 그래서 그랬구나, 어린 마음에 아빠 없는 거 티 안내려고 너도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얘기하면서 그 마음을 계속 공감해줬죠. 지금은 직장도 다니고 지금은 친구들도 만나고 광화문 시위도 나가고 그래요.

 

마음을 알아줄 사람 한명만 있으면, 그래서 자기 마음이 온전히 수용이 되고 흡수가 되면 그걸 바탕으로 사람은 살 수가 있어요. 사람에 대한 믿음, 세상에 대한 믿음이 다시 생길 수 있어요. 물론 그런 관계를 만드는 것도 시행착오가 필요해요. 쟤가 꼭 그런 앤 줄 알았는데, 하다보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나도 누군가한테는 그런 존재이면 굉장히 좋잖아요. 그런 노력을 계속 하다보면 누구라도 ‘잘’ 살게 돼죠.

 

그러고보면 외로움에 대해 호소하는 20대들이 많아요. 사실 그건 누구나 평생 안고 가야할 숙제인데…. 그 앞에서 “잘 이겨내라”고만 말하는 게 미안하고요. 

그렇게 대답하면, 저 사람은 내 마음을 모르는 구나. 그렇게 생각하게 돼요. 말이 ‘외로움’이지,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역사와 사연과 상처들이 있겠어요.

이제껏 학교 다니면서, 친구가 다 경쟁 상대였어요. 마음을 다 터놓고 얘기하는 게 쉽지 않고, 잘못 얘기했다가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곤란한 지경에 처하거나…. 그래서 사람 관계에 대한 공포 같은 것들이 있죠. 그러다 보니까 관계를 맺는게 어렵고, 내가 상처 덜 받기 위해서 방어적으로 굴고 거리를 둬요.

근데 살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혼돈이나 갈등이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꼭 필요한 거죠. 근데 그것도 없으면 산소가 끊기는거나 마찬가지인 거에요. 그런 관계없이, 사람이 숨을 쉬고 살 수 없는 거에요, 심리적으로.

 

본인의 용기가 필요하겠네요, 결국엔.

누구가에게 내 진솔한 면을 다 드러내는 것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경험하지 못하고 살아온 세대에요. 더 먼저는 부모에게도, 내가 나를 내놓았을 때 그걸 지지받고 공감 받기 어려웠겠죠. 그런 것들이 학생들이 겪는 외로움의 공통 분모랄까. ‘우리가 그래서 이렇다’ 인식을 하는게 참 중요해요. 그래야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향이나 중요한 키 같은 것들이 시작이 돼죠.

 

사람이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지옥이구나 하는 걸 자각해야 벗어날 수 있어요. 자각을 못하면, 오랫동안 지옥에서 살면, 사는 게 이러려니 해요. 이런 경우 있을 수 있죠. 엄마가 감옥에 있는 경우에, 아이가 감옥에서 태어나는 경우요. 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감옥에서 살았어요. 그러면 감옥이 걔한테는 세상이야.

우리 삶도 그럴 수 있어요. 그걸 자각해야 거기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각이나 동기 부여가 가능해요. 자기 상황을 잘 자각하고 인지하는 것, 거기서 문제의 8할은 해결이 될 수 있어요.

 

혼자 할 수 없어요. 모두에게 사람이 필요해요.

혼자 할 수 없어요. 모두에게 사람이 필요해요.

지옥이라고요? 맞아요. 여러분이 제대로 인식했어요.

지옥 얘기 하시니까… 사실 요즘 ‘헬조선’이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그 안에서 어떻게 자기 긍정이 가능할지, 저는 모르겠어요.

실제로 헬조선이라고 많이 얘기하고 인식하기 때문에, 건강하든 건강하지 않든 분노를 하잖아요. 그래서 한국을 뜨려는 시도를 여러 가지로 하는 아이들도 있죠? 헬조선이라는 인식… 진작에 헬조선이였어야 했죠.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거지.

세월호 엄마들이 하는 말이 뭐냐면, 이런 나라일 줄 상상을 못 했다는 거에요. 근데 아이를 잃고 그 억울함 때문에 국가 부처 여기저기 다녀보고 공무원도 만나고 할 수 있는건 다 해보니 너무나 합리적이지 않고 번번이 좌절하게 되는 거죠. 다들 말해요. 내가 알던 나라가 아니라고.

근데, 잘못 알고 있었던 거죠. 원래 이런 나라였어요, 한동안 우리 나라, 우리 사회가요. 근데 몰랐던 것 뿐이에요. 어쨌튼, 헬조선이라는 걸 자각한 것은 자각하지 못했던 수년 전 보다는, 여기가 끝은 아니지만, 알지도 못하는 것 보다는 조금 나은 상태라고 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에서 다들 취업을 해야하잖아요. 결국 안 되는 건 “내 탓이다”하고 자꾸 그렇게 생각을 하더라고요. 이 자존감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국가 폭력 피해자들을 오래 상담해왔어요. 고문 피해자들이나 쌍용차 해고 피해자들처럼요. 국가 폭력, 말하자면 어마어마한 힘에 의한 피해잖아요? 내가 길가다 싸움이 나서 구타를 당하면, 가해 피해 대상이 분명하고 책임이 분명해요. 고소를 하든지 뭘 하든지, 영 분이 안 풀리면 가서 그 사람을 때리던지.

그런데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은, 어디가서 얘기해야 할지 모르는 거에요. 국가라는 게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잖아요? 그러니까 이 억울함을 해결할 수가 없어요. 그런 경우에, 사람이 어떻게 돼냐면요. 자기 탓을 하게 돼요.

 

왜 그렇게 되는 걸까요?

어디가서 물을 수가 없으니까, 결국은 자기를 잡는 거에요. 지금 20대들이 겪는 고통도 마찬가지에요. 거대한 대한민국의 부조리, 불합리, 아주 불공정하고 차별적이고 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이런 구조인데요. 이걸 어디 가서 물어요? 학교 선생님한테 가서 물어요? 아니면 대학 총장한테 가서 따져, 내 부모님께 따져, 지금 대통령한테 따져…. 어디가서 호소할 수가 없는, 거대한 흐름 안에서 피해를 받잖아요.

그러면 사람은 자기 탓을 하게 되어있어요. 보이는 뚜렷한 실체는 자기 밖에 없는 거야. 그렇게 죄책감을 가져요. 내가 못난 탓이고, 내가 부족하고, 내가 어리석고…. 이렇게 스스로 무너져 나가는 거에요. 그게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면, 자기에게 혐의를 갖는 것을 ‘내가 또 나만 잡는 거 아니야?’ 하고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그래야 그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죠. 이건 내 탓이여서가 아니구나. 자기 객관화 같은 것들이 일어날 수 있고요.

 

상황도, 본인 내부도, 다 전쟁같고 지옥 같으니까요.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 없이, 성급하게 판단하게 돼요. 방법이 없을까요.

음… 예를 들면요. 제가 3년 전쯤부터 서울시 전역에서 하고 있는 힐링 프로젝트가 있어요.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라는 프로젝트인데요. 6주 동안, 1주일에 한번씩 진행이 되고요. 매주 자기를 떠올리게 하는 중요한 화두가 하나씩 있어요. 내 일생 가장 추웠던 날 이라던가. 그 날을 떠올리면서 같이 얘기를 하는 건데요. 룰이 있어요.

상대방의 얘기를 들을 때 교훈이나 조언이나 분석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아야 하고요. 들으면서 느낀 내 느낌만 말할 수 있어요. 말할 때도 자기에 대해 분석하거나 정리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 날의 느낌을 얘기하는거에요. 그렇게 가장 핵심적인 경험을 떠올리면서 느낌을 중심으로 소통을 하면, 굉장히 치유적인 경험을 해요.

 

감정을 가지고 대화할 기회가 정말 없는 것 같아요. 20대들은 항상 그걸 제어해야 한다, 그걸 누르고 성장해야 한다. 그런 얘길 너무 많이 들어요. 자기계발서든 TV든 온통.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이렇게 비틀리고 뒤틀리고 병드는 거에요. 그리고 그렇게 억눌렸던 게 어떤 식으로든 다시 표출이 되면서 남에게 칼이 되거든요. 해소하지 못했던 자기 상처들, 그런 게 다시 칼이 돼서 또 상처를 줘요. 피해자가 결국은 가해자가 되는 거에요. 그런 자기계발서들이 정말 해악이죠.

그럼 자기를 들여다보기 위해선 뭐부터 해야할까요. 자기 상처를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 공동체, 모임. 이런 것들부터 시작하세요. 책 같은 거 찾지 마시고요. 절대 혼자 하려 하지도 말고요. 혼자 할 수 없어요. 모두에게 사람이 필요해요.

 

 

Editor in chief 전아론 aron@univ.me
Photographer 배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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