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사 에디터 일 하면서 연예인을 만났던 썰 두 번째 이야기. 지난주 정말 예뻤던 여자 연예인에 이어 이번에는 남자에 대해서 기술해보기로 했다.

 

솔직히 말해서 남자 연예인을 만날 땐 큰 감흥이 없다. 본인이 남자다 보니 훨씬 더 객관적일 수밖에 없더라.

 

그런데도 30년 동안 지켰던 성 정체성이 의심될 정도로 동공을 확장하거나확장시키거나 심장이 쿵쿵하게심쿵하게 했던 슈퍼 꽃미남 다섯 명을 꼽아봤다.

 

1 인피니트 엘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와 한판 붙은 적이 있다. ‘엘이 잘생겼느냐. 임시완이 잘생겼느냐’ 라는 하찮은 주제였다. 결론은 인피니트 화보 촬영 후 간단하게 판가름이 났다. 임시완을 못 봐서 그런지 어쨌든 에디터가 본 아이돌 비주얼 최강자는 ‘엘’로 꼽는다.

 

키가 좀 작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다. 댓츠 노노. 아무리 작게 봐도 177cm 정도는 되어 보인다. 대한민국 평균 신장보다는 훨씬 큰 편이다. 무엇보다 그 곱상한 외모에 꽤 넓은 어깨를 장착했다. 태평양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강 잠원 지구 정도는 된다. 게다가 얼굴이 조그매서 비율만 따졌을 때, 에반게리온 초호기가 출격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콧대도 날카롭다. 다음 날 아침에 먹을 칼국수 고명을 콧날에 쓱싹쓱싹 잘라도 되나 싶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남자답고 호탕한 성격이었다. 인터뷰하기도 전에 질문지를 후루룩 읽더니 그 자리에서 짧고 강렬하게 대답했다. <짝>에 출연한 남자 1호 교포 성님처럼 쿨내가 진동했다. 촬영장 안에서 목을 풀고 우렁차게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참 독특한 캐릭터다.

 

식사 시간이 되었다. 주문한 식사가 도착하자 자신의 것을 찾아 비닐 랩을 벗기고 쿨하게 혼자 식사를 시작했다. 촬영장이 어수선했는데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기자님도 앉아서 좀 드세요. 우걱우걱” 쿨하다. 잘생겼는데 당차게 행동하니까 추진력 있어 보이더라.

 

 

총평 : 절대 키가 작지 않음. 아기 피부처럼 하얗고 콧대가 배우처럼 오똑함. 무엇보다 성격이 호탕해서 수양대군 같은 면이 있음

 

 

2 여진구

 

“안녕하세요. 여진구입니다.” 여진구가 인사를 건넸다. 순간 여기가 강원도 영월 고씨동굴인지 착각이 들어서 주위를 여러 번 둘러봤다. 그만큼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린 듯한 천연 암반수 같은 음성이 좌심실 심박수를 뛰게한다. 듣던 대로 목소리가 훌륭하다. 여진구가 음식점에서 김치를 좀 더 달라고 하면 묵은지 김치찜을 서비스로 줄 것만 같다.

 

키는 약 170cm 초반대로 보였다. 피부는 조금 가무잡잡한 편이다. 그런 면이 남성미를 더했다. 어깨도 꽤 넓은데 운동을 했는지 몸이 다부져 보인다. 의상을 준비하는 스타일리스트에게 들으니 ‘허벅지 두께가 있으니 이점 신경 써주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아, 이래서 누나 팬들이 많은가보다.

 

 

오랫동안 연예계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도 있다. 야간자율학습을 도망치고 싶어 한다든가. 친구들과 PC방에서 오다리를 뜯었던 얘기를 하면서 신나하는 걸 보니 영락없는 십대 소년이었다. 에디터의 학창시절과 비교해도 수천 배 성숙한 건 확실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고 묻자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아닌, 잘 소화하는 사람. ‘배우’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말하는 것도 멋있다. 여진구는 10년 안에 대배우가 될 것이다. 장담한다. 손모가지와 전 재산을 걸어도 좋다.

 


총평 : 목소리가 진짜 개꿀임. 성대에 조청 발라 놓은 것처럼 달달하다. 게다가 듬직함. 열 살은 어린데 형이라고 부를 뻔했다.

 

 

3 빅스 홍빈

 

홍빈의 별명은 비마홍이다. ‘비주얼마스터 홍빈’의 줄임말이다. 실제로 보니 공감했다. 아이돌 하기에는 아까운 외모다. 181cm의 큰 키. 다부진 어깨. 웃을 때마다 들어가는 보조개. 누군가는 닉쿤 닮은꼴이라고 하는데 주관적으로는 그보다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무엇보다 닉쿤보다 한국말을 더 잘해서 좋았다.

 

외모는 전형적인 미남형이다. 혹시 점에 털이라도 났을까 싶어 유심히 살펴봤는데 모공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피부까지 깨끗하더라. 눈썹도 누가 모내기 기계로 심었는지 빽빽하고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다. 어찌나 질서정연한지 후 불면 민들레 홑씨처럼 마구 휘날릴 것만 같다.

 

 

그의 매력 포인트는 보조개다. 개인적으로 연예인 보조개 3대장으로 이하늬, 신민아, 그리고 홍빈을 꼽고 싶다. 웃을 때마다 보조개가 살포시 들어가는데 그 깊이가 어찌나 깊은지 보조개에 소주 반 잔은 들어갈 것 같았다.

 

최근에는 운동에 빠져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팔뚝 군데군데를 뚫고 나올듯한 핏줄에 자꾸 손이 갔다. 핏줄인지 대동강 물줄기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쩍쩍 갈라져 있더라. 남자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실제 여자가 봤다면 얼마나 쓰다듬고 싶을까.

 

 

총평 : 훈남의 완결판. 피부도 하얗고 이목구비가 정말 다빈치 코드처럼 뚜렷함. 최근에 운동을 해서 그런지 남자의 매력이 콸콸 터짐

 

 

4 유아인

 

자랑스러운 내 친구. 86년생의 자랑 유아인. 물론 전혀 친분은 없다. 그냥 하는 소리다. 얼마 전, 영화 <사도> 언론 시사회장에서 그를 만났다. 만났다고 하긴 뭐하고 지켜봤다. 워낙 팬인지라 일부러 맨 앞자리에 앉았다. 톰브라운 슈트를 쫙 빼입고 등장하는데, 마치 톰브라운 자체가 그의 피부처럼 너무 잘 어울렸다. 패션 에디터들이 뽑는 짧은 머리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연예인 1위답게 2:8 가르마도 멋지게 소화했다. 두상이 예뻐서인가, 얼굴이 작아서인가. 아마 에디터가 똑같은 머리를 했다간 응삼이처럼 보일 거다.

 

‘와, 진짜 조각 같다’ 정도는 아닌데 확실히 요즘 여자들이 거품 물고 좋아할 스타일이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8등신 비율. 게다가 유아인 특유의 눈매가 있는데, 그걸 자세하게 설명하기가 모호하다. 뭔가 날카로운데 순박한 눈빛도 섞여 있다. 웃을 때는 <베테랑>의 조태오가 계속 오버랩된다. 영화처럼 광기어린 모습은 아니고 오히려 <반올림> 시절의 유아인의 모습에 가깝다.

 

 

유아인의 가장 큰 매력은 청산유수한 언변이다. 이미 이 바닥에서는 유명하다. 워낙 박학다식하고 표현력이 좋아서 인터뷰를 어쭙잖게 준비하면 오히려 기자가 인터뷰를 당하고 올 정도로 기가 센 상대라고들 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사도세자의 역할이 어땠는지 묻는 말에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다룬 이야기답게 그 깊은 감정선을 담아내는 것이 어려웠다”며 술술술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질문의 요점을 콕 집어서 대답했고 추가 질문도 필요 없었다. 그렇게 기사로 쓸만한 헤드라인을 톡톡 건드려줬다.

 

 

총평 : 비주얼도 훌륭하지만, 언변은 더 훌륭한 배우. 요즘 왜 대세로 불리는지 알 것 같음. 체구가 엄청 크다거나 야오밍처럼 큰 기럭지는 아니지만 옷발이 기가 막힘.

 

5 위너 송민호

 

의외의 모습을 가진 친구다. 힙합을 하는 친구다 보니 방송에서는 다소 껄렁하고 불량스럽게 봤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면 전혀 다른 사람이다. 댕기 머리만 없다뿐이지 청학동에서 이제 막 하산한 청년처럼 예의 바르고 깍듯하다.

 

이 친구에게는 마이크 대신 문방사우, 부채가 어울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모든 스태프에게 배꼽 인사를 했고, “잘 부탁드립니다.”를 연발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형식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녹음한 걸 틀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인상은 꽤 세게 생긴 편이다. 눈썹도 진하고 눈 주변에 천연 스모키도 있으며 콧대도 높다. 근데 그 외모가 웃으니까 눈웃음이 초승달처럼 변하면서 참 귀엽더라. 그 눈웃음, 중고나라에서 판매한다면 택배비를 내가 부담하는 한이 있더라도 꼭 갖고 싶더라.

 

목소리는 두꺼운 편이다. 말투가 조곤조곤해서 뭔가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자들이 심쿵할만 하다. 여기에 중간중간 눈웃음을 뿌려주니까 아 진짜 대동맥이 녹아내릴 것만 같더라.

 

 

총평 : 인상은 세게 생겼는데 예의가 엄청 바른 청년임. 말투가 조곤조곤해서 사귀자고 말하면 없던 관심까지 생길 판.

 

 

6 이정재

 

살면서 만난 남자 중에 아우라 甲인 인물. 저 멀리서부터 이정재가 걸어오는데 주님이 오신 것처럼 빛이 났다. “거, 정재 형 후광이 너무 심한 거 아니요!”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심지어 그날 슈트까지 입고 와서 그 임펙트는 배가 됐다.

 

진짜 여분 기저귀를 챙겨오지 않았으면 팬티를 여러 번 갈아입을 뻔했다. 아니, 대체 그 슈트빨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다니엘크레이그, 콜린퍼스 쌍싸대기를 때려도 시원치 않을 것 같았으니까.

 

 

잘생겼다. 아니 뭐 그런 하찮은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간지’가 있다. 웃을 때도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연륜 때문인지. 작품을 하면서 내공이 쌓인 건지 모르겠다. 눈가의 주름 하나하나까지도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것처럼 고급스럽고 짜임새가 촘촘하다. 아니 얼굴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조화롭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43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동안이다. 바로 앞에 있는데도 실제 상황이 아닌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어쩜 행동, 표정, 손짓까지도 다 영화 같을까. 아마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것도 영화처럼 우아하고 간지날 것 같다.

 

 

총평 : 그냥 간지의 끝판왕.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열두간지. 십이지간지. <꾸러기 수비대>가 모조리 덤벼도 상대도 안 될 간지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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