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하다 그린 만화

– 해부학 교수 겸 만화가 정민석

자기들도 어른이면서 어른 좋아하는 20대를 찾기 힘들다. 더 정확히 말하면, 20대가 좋아하는 어른을 찾기 힘들다. 그런데 최근 한 어르신이 트위터에서 사랑 받고 있다. 심지어 직업은 대학 교수. 전공인 해부학을 주제로 그린 만화가 표면적인 인기 요인이다. 물론 만화도 좋다. 근데 내가 정민석 교수님을 좋아하고,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재밌기 때문이다. ‘재밌는 어른’이란 말이, 이 분 앞에서는 어색하지 않다.

 

해부학 교수 겸 만화가 정민석

해부학 교수 겸 만화가 정민석

 

요즘 트위터리안들은 교수님의 셀카 한 장에도 열광해요. 그만큼 교수님한테 호감을 느끼는 것 같은데, 사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어르신한테 호감 느끼는 경우가 별로 없거든요.

누가 “정민석 교수님은 교훈적인 내용으로 이야기를 끝내는 꼰대 스타일이 아니라서 좋다”고도 썼더라고요. 4컷 만화를 그려서 그래요. 마지막 칸은 웃겨야 되거든요. 교훈을 넣을 수가 없죠. 만화는 일단 재밌어야 돼요. 유익함이 필요하다면 굳이 만화를 그릴 필요가 없어요. 글을 잘 쓰면 되지.

 

하긴 해부학 만화라는 것 자체가 없었는데, 그걸 또 교수님이 그리시니까.

제가 해부학 만화의 교육 효과에 대해 논문도 쓰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처음이니까 쓸 수 있는 거예요. 만화가 워낙 뛰어난 매체라서, 「대학내일」을 볼 때도 아마 독자들은 만화부터 볼걸요? 만족스러울 수도, 실망할 수도 있지만 우선 시선을 끈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만화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지 아닌지가 뚜렷한 매체” 라고 하셨어요. 교수님 만화의 어떤 부분이 독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는 걸까요?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위로해주기 때문이에요. 교수는 물론, 대학원 학생들의 희로애락도 담겨 있거든요. 학생들끼리 맥주 마시면서 나누는 전공 관련 농담의 일부라고 보시면 돼요. 또 이과생이 아니더라도, 과학을 궁금해하던 사람들의 호기심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죠.

 

가르칠 땐 쇼를 하죠. 해부학은 좀 엄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어요.

가르칠 땐 쇼를 하죠. 해부학은 좀 엄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어요.

 

근데 교수님이 수업 땐 워낙 엄하셔서 만화를 보고 ‘교수님은 이중인격자’라고 말한 학생도 있다던데요? 

가르칠 때의 내 모습은 가짜예요. <진짜 사나이>에 나오는 교관들이 무섭지만, 그 사람들이 평소에 친구들 만나서도 그러겠어요? 가르칠 땐 쇼를 하죠. 해부학은 좀 엄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어요. 의대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과목이거든요. 의대 커리큘럼의 ‘논산훈련소’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요? 게다가 시신을 다루는 과목은 대충 할 수 없어요. 더욱 정밀히 해부하고 연구해야 시신을 기증한 분에게 보답하는 길이니까요.

 

교수님도 똑같이 의대생이던 시절이 있으셨을 테니, 그때 얘기를 좀 듣고 싶어요.

저는 좀 심하게 놀았어요.(웃음) 누가누가 잘 노나, 그게 경쟁이었죠. 지금도 개강파티 하면 끼 있는 애들이 까불잖아요. 농담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전 노래를 못해서 만담을 했어요. 그때 놀았던 게 만화 그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공부는… 잘 모르겠어요. 억지로 억지로 했죠. 덕분에 석차는 낮았지만 간신히 의사가 됐어요. 공부는 필요한 만큼만 했어요. 사실 그렇잖아요. 공부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면 하지 말아야죠. 먹고살려고 하는 거지, 취미로 공부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제 생각에 학계는 좀 경직된 이미지거든요. 만화를 그리는 것에 대해 비판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아주대 교수의 명예를 떨어뜨린다는 말까지 들었어요. 근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학교 이름을 빛냈다고 생각해요. 내 머리 보고도 어떻게 교수가 머리를 이렇게 깎느냐고 그래요. 학회 발표 때도 넥타이 안 매고 등산복 입는다고, 나라 망신이라고 하는데 정작 서양 사람들은 신경 안 쓰거든요. 다른 걸 인정하는 거, 그게 성숙된 태도죠.

 

여러분,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삽니다.(웃음)

여러분,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삽니다.(웃음)

 

언어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만화에서도 말장난을 많이 하시잖아요.

부장님 개그?(웃음) 근데 그게 가장 보편적인 개그예요. 부장님 개그는 평사원들도 다이해는 해요. 듣고 나서 재미가 없어서 문제지. 근데 요즘의 핫한 개그, ‘평사원 개그’는 부장님이 이해 못해요.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잖아요. 되게 어려워요. 또 부장님 개그는 유행을 안 타요. 그래서 제 만화에는 유행어가 없거든요. ‘느낌 아니까~’ 그런 거? 10년 후에 보면 아주 몹쓸 것이 돼요. 그러니까 부장님 개그는 생명력이 긴 거죠.

 

아무래도 해부학은 시신을 다루다보니, 멘탈이 남달라야 할 것 같아요.

아니에요, 해부학에 멘탈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시신을 보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학생들은 정말 숨 돌릴 틈 없이 공부해야 하고, 교수들은 가르치고 논문도 써야 하고. 서로 바빠요. 제 생각엔 시신을 본 것과 안 본 것의 차이는 제주도 가본 것과 안 가본 것의 차이밖에 없어요. 제주도 갔다 온 사람이 아무리 자랑을 해도 막상 가보면 별거 아니거든요. 시신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엔 물론 좀 놀라죠. 근데 제주도도 처음 가보면 ‘우와! 우와!’ 하지만 그다음부턴 덤덤하잖아요. 똑같아요.

 

해부학 지원자가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 이 중요한 학문을 많은 학생이 배웠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인터뷰를 마칠까요?

학생들이 보는 잡지니까 한마디만 더 할게요. 여러분,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삽니다.(웃음)

 

 

Editor 기명균 kikiki@univ.me

Photographer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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