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 적적한 사람, 애인이 없어 외로운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좋은 삶의 동반자다. 하지만 걸리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부모님이 쌍수를 들고 반대한다던가(“걔네 똥 오줌은 누가 다 치우니? 엄마가 다 치우지!), 20년 간 있는 줄 모르고 살았던 알러지가 발견된다던가.

막상 키우고 나니 생각보다 경제적 부담도 크다. 월급이 통장에게 목례를 하고 지나간다. 쏟은 사료값과 예방접종비를 생각하면 최현석 셰프 요리를 삼시세끼로 먹었을 거다. 그래서 불쌍하게 버려지고 안락사하는 개냥이들이 하루에 40마리에 달한다고. 끔찍한 일이다.

당신에게 반려동물(?)의 부담을 줄여 주면서도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양육’ 게임 몇 가지를 소개한다. 요청컨대, 진지하게 읽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지원 스마트폰 안드로이드/iOS

검색어 네코아츠메, ねこあつめ, Nekoatsume

아무리 고양이가 좋아도 요즘처럼 무서운 세상에 캣맘이 되는 건 위험하다. 그런 당신의 애정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게임이 바로 길냥이의 성지, 일본에서 건너온 ‘네코아츠메’다. 아무것도 없는 앞마당에 종이 상자, 통조림, 캣타워를 적절히 배치해 길냥이를 꼬시자. 점점 모여드는 고양이가 앞마당을 가득 채웠다면, 이제 본가를 내어 줄 차례다.

레벨이 점점 올라 앞마당은 물론이요, 안방까지 침투한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무척 뿌듯하다. 발 디딜 틈 없이 액정 가득 찬 고양이를 보며, 당신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궁극의 캣맘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지원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전용

검색어 헬로펫, hellopet

이런저런 사정으로 애완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슬픈 이들을 위로해 주는 게임. 막상 설치하고 보면 싱겁기만 하다. 뭔가 키우는 기분은 아닌데, 바탕화면에서 뛰놀거나 액정에 대고 얼굴을 부벼대고 있는 개냥이를 보면 마음이 정화된다. 동시에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싶다.

이 녀석이 실제 개냥이보다 나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음성 인식 기능으로 말을 알아듣는다. 둘째, 말풍선으로나마 사람 말을 할 줄 안다. 셋째, 사료 값이 안 든다. 대신 입양하는 데 약간의 돈이 든다. 그나마 결제창이 뜨고 나서야 이것 역시 ‘현질’임을 깨닫는다.

지원 스마트폰 안드로이드/iOS

검색어 물고기 키우기

‘약육강식’은 생태계의 자연스런 시스템이지만,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인지 과학 교과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어다. 국정 교과서 탓은 아닐 거다. ‘물고기 키우기’는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물고기를 성장시키는 게임이다. 사실 이게 전부다.

재미 요소가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쑥쑥 자라는 물고기를 보고 있으면 시간이 금방 간다. 버스에서 하면 종로에서 신촌까지 텔레포트한 기분이 든다. 아무래도 약자를 섭취함으로써 쾌감을 얻는 일종의 피해 보상 심리가 작용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것이 이런 순수한 게임을 하는 어른들의 오염된 마음이다.

지원 스마트폰 안드로이드/iOS

검색어 Can your pet, 캔유어펫

초등학교 시절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추억의 애완동물, 병아리. ‘캔 유어 펫’은 당신의 휴대폰 안에서 그 시절의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먹이를 주고, 씻기고, 놀아 주며 부드러운 터치로 보듬어주면 가슴 속에서 사랑이 샘솟는다. 자, 이제 그라인더를 꺼내자.

그렇다. 이 게임은 당신의 애완동물을 ‘통조림(Can)’으로 만드는 생명 경시 조장물의 최종 진화형이다. 리본을 단 귀여운 병아리가 그라인더에 갈리는 순간, 당신의 동심은 산산조각이 난다. 나름 메시지도 담았다. ‘이렇게 키워서 잡아먹히는 가축이 초당 3,000마리’라나. 이딴 식으로 공익광고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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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 i am giraffe

진화론의 새 지평을 연 동물 양육 액션 어드벤처. 유년기엔 누구나 한 번쯤 커다란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무려 집채 만한 기린을 키울 수 있는 고마운 게임이다. 기괴한 양육법만 참아낼 수 있다면 말이다.

동료 기린을 클릭하면, 내 기린이 녀석의 명치를 가격해 기절시킨다. 이렇게 기절한 기린을 온몸으로 흡수하면(집어삼킨다는 표현이 맞겠다) 내 기린이 조금씩 진화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에 있을 리 없는 생명체가 되니, 차라리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일 때가 나았다. 엄마, 이건 예쁜 기린을 키우는 게임이에요! 근데 원래 기린 얼굴이 네 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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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 거지키우기

어린 시절 아버지의 구걸 행색을 참관하다 숨겨진 구걸 능력을 발견한 소년 거지가 돈을 모으는 게임이다. 연합 구걸을 위해 거지 여럿을 고용하니 수입이 점점 높아진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기업을 인수하며, 도시를 구입한다. 본격 자수성가 게임.

노력과 능력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자본주의 원리를 부정한다. 아무리 못난 부모라도 애들한테 이런 게임은 안 시킬 거다. 어쨌든 열심히 하다 보면 초봉 6000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아, 그 초봉 말고. 초당 수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