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도서관

옛날에 도서관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도서관에게는 사랑하는 소년이 하나 있었습니다. 소년은 날마다 놀러 와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돈까스도 먹으며 즐겁게 놀았습니다. 소년은 도서관을 꽤 좋아했고, 도서관은 행복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소년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도서관은 슬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돌아와 읽을 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도서관은 자신이 가진 가장 재미있는 책을 빌려 주었습니다. 심심해하는 소년을 위해 행사도 준비했습니다. 소년 이제 도서관에 자주 옵니다. 그래서 도서관은 행복했습니다.

 

 

동네 도서관에 가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중학교 시험 기간. 열람실에 자리 맡아 두고 안 보던 책 보면서 딴짓하던 일. 낡은 책장과 책에서 나던 냄새. 구내식당에서 먹던 돈까스 맛.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동네 도서관은 예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는 여전히 내게 줄 것이 많았다. 학교 도서관에선 빌리기 힘든 전공 책, 과제에 필요한 논문, 읽고 싶었던 책까지. 많은 도서관들이 대학생이 된 소년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동네 도서관 4곳을 소개한다.

 

Tip 서울 시내의 시립, 구립 도서관은 꼭 서울 시민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소재 재학 증명서만 있으면 도서 대출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혼자 또는 같이 책을 읽는 예쁜 공간

서대문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

 

독립공원 뒤편에 위치한 이진아기념도서관은 불의의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떠난 딸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사재를 기부하여 만든 도서관이다. 자료실에는 창이 크게 나 있는데, 창 너머로 햇살이 넉넉하게 들어와 참 예쁘다.

 

 

이 도서관은 대학생이 된 소년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주 준비한다. 소설가 김연수를 초대해 강연을 열기도 하고, 철학자 강신주나 서평가 이현우가 인문학 강의를 하기도 한다. 강의 후 모여 공부할 수 있는 독서 동아리도 운영되고 있다고.

 

 

책을 실컷 읽다가 지루해 지면, 서대문 형무소 담장을 따라 산책해도 좋다. 혼자 또는 같이 책을 읽는 예쁜 공간. 낙엽이 지기 전에 찾아 보자.

 

서대문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

운영 시간: 화-금 09:00~22:00/ 토-일 09:00~17:00
정기 휴관일: 매주 월요일

 

 

우리 이번 주말에 도서관 데이트 할래?

정독도서관

 

밖에서는 많이 봤는데 직접 들어와 보는 건 처음이었다. 과거 고등학교 건물이었던 정독도서관은 처음 찾는 사람에겐 미로 같은 곳이다. 다르게 말하면, 건물 곳곳에 비밀스런 공간이 많아 딴짓하기 참 좋다.

 

 

사방이 이렇게 예쁘니, 뾰족했던 마음도 절로 말랑해진다. 데이트하기 딱 좋은 곳. 와서 책도 좀 읽고, 구내식당에서 돈까스도 먹고, 공부도 좀 하고. 해 질 녘 즈음 어슬렁 어슬렁 나와 북촌 한 바퀴 돌고 나면 “잘 놀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정독도서관
운영 시간: 평일 09:00~22:00/주말 09:00~17:00
정기 휴관일: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

 

 

내내 어여쁘소서

남산도서관

 

올해로 93살이 된 할아버지 도서관. 남산도서관은 묵은 종이에서 나는 냄새, 일명 ‘책 냄새’가 제대로 나는 곳이다. 남산도서관에서 근무했던 사서 한 분이 말하시길, 이곳에 있으면 계절 바뀌는 기운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모른 척 할래야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을이 가깝게 다가와 있었다.

 

 

공공 도서관이 학교 도서관보다 좋은 점은, 필요한 책을 빌리기 위해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과제에 필요한 참고 도서는, 발표된 직후 발 빠른 친구들이 빌려 가버리기 때문에, 나같이 게으른 학생은 학교 도서관에선 필요한 책을 빌리기가 어렵다. 동네 도서관엔 상대적으로 나와 같은 책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한결 여유롭게 책을 볼 수 있다.

 

 

남산도서관
운영 시간: 평일 09:00 ~ 22:00/토,일 09:00 ~ 17:00
정기 휴관일: 매월 첫째, 셋째 월요일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얼마든지 빌려 가도 좋아

도봉도서관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용돈이 다 떨어졌을 때. 우리는 공공 도서관의 ‘희망 도서 신청’ 제도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도봉도서관에서는 매주 1인당 2권씩 희망 도서를 신청할 수 있다. 신청된 도서는 관내의 심의 과정을 거처, 10일 이내에 서가에 배치되고, 신청한 사람은 우선 대출 자격을 가진다.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얼마든지 빌려 가도 좋다”고 말해 주는 똑똑한 사촌 형을 둔 것처럼 든든한 제도다.

 

 

도봉 도서관에 들렀다면 옥상에는 꼭 한 번 올라갔다 가자. 도봉산이 코앞에 보이는 뷰가 예술이다.

 

 

도봉도서관
운영 시간: 평일 09:00~22:00/ 토,일 09:00~17:00
정기 휴관일: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

 

 

Photographer Leob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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