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첫 만남엔 파스타, 카톡 할 때 너무 빠른 답장은 금물, 남자들이 혹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패션은… 어쩌고저쩌고. 이럴 땐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우리가 교통 법규보다 더 잘 지키는 연애의 ‘매뉴얼’이다. 정확히는, 연애로 가는 횡단보도의 그린라이트를 켜줄 거라 믿는 법칙들.

 

사람이 다 다른데 어떻게 똑같은 방식으로 마음을 사로잡나 싶으면서도, 사람 속이 다 거기서 거기인 걸 알기 때문에 아주 무시해버리기도 어렵다. 누군갈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은 어찌나 힘이 센지 때로는 나의 자연스러운 모습까지 포기하도록 만든다. 만약 어젯밤, 당신이 요즘 만나는 그 친구를 생각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면 이 귀여운 에피소드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패션지 「모스트」의 뷰티 어시스턴트 한설은 같은 팀 준우가 그룹 회장의 아들이라고 생각해 그를 남자친구로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애교 섞인 콧소리를 내며 티 나게 챙겨주면 뭐 하나. 준우는 그녀의 호감조차 눈치 못채는데. 그러던 중 답사 출장의 기회가 오고, 한설은 제대로 된 한 방을 노리며 계획을 짠다.

 

 

처음엔 술술 풀리는 듯했다. 후발대라고 페이크를 쳐 준우와 단둘이 차에 타는 데 성공했고, 백치인 척 장소를 헷갈렸다며 다른 길로 빠지기 스킬을 시전했다. 그녀의 청사진은 이랬다. 하염없이 길을 달리다 차가 퍼져 주저앉는다. 꼼짝없이 발이 묶여버린 그들은 외딴 시골 길에 서로를 의지한 채 앉아 별을 바라보다 자연스레 입을 맞춘다는….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아우토반일 리가 있나. 휴게소에서 먹은 우동 한 그릇이 불행의 씨앗이었다. 그녀는 ‘심남’을 앞에 두고 간이 화장실로 불나게 뛰어가야 했고, 휴지가 없어 도움을 요청해야 했으며, 뒤이어 화장실에 들어간 그가 코를 막는 걸 목격해야 했다. 그 현실이 못 견디게 부끄러워 뛰어가다 바닥에 슬라이딩까지.

 

그날 밤, 한설은 붕대 감은 다리로 미친 듯 하이킥을 했지만 준우는 그녀를 떠올리며 중얼거린다. “의외로 귀엽네.” 사람이 사람한테 꽂힌다는 게 대부분 이런식이다. 당사자는 상상도 못 했던 포인트에 상대는 마음을 빼앗기는 거다. 한설은 천생여자로 준우에게 어필하고 싶었으나 정작 준우는 폭발하는 푼수 끼에서 매력을 느낀 것처럼.

 

내가 의도한 매력 포인트가 꼭 먹힌다는 보장도 없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포장할 겨를 없이 내보인 진짜 모습이 누군가의 마음에 내 이름 새겨진 도장 하나 꽝 찍어줄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니 우리, 마이 웨이 하자. 누구의 코치에도, 어떤 매뉴얼에도 휘둘리지 말고. 사랑의 신화는 언제나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시작되니까. 그래서 낭만적인것 아니겠어?

 

 

Editor 김슬 dew@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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